'구글·오픈AI엔 절대 없다'…현대차만 가진 '움직이는 데이터'의 위력

2026-01-0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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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로 빅테크 추격하는 현대차의 전략

현대자동차그룹이 5일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2026년 신년회를 열고, 글로벌 무역 전쟁과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복합 위기를 돌파할 핵심 키워드로 피지컬(Physical) AI와 체질 개선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 신년회   / 현대자동차그룹 뉴스룸
현대차그룹 신년회 / 현대자동차그룹 뉴스룸

올해 신년회는 서울 양재동 사옥 강당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펼쳐졌다. 사전 녹화된 영상이 이메일을 통해 전 세계 임직원에게 동시에 타전됐다. 형식의 파격만큼이나 내용의 무게감도 남달랐다. 정 회장은 장밋빛 전망 대신 "우려하던 위기 요인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는 해가 될 것"이라는 냉정한 진단으로 말문을 열었다. 전 세계적인 무역 장벽 강화와 경쟁사들의 매서운 추격,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2026년의 경영 환경을 '전례 없는 격변기'로 규정한 셈이다.

위기 타개를 위한 정 회장의 해법은 기본과 혁신이라는 두 축으로 요약된다. 그는 먼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우리를 지켜줄 버팀목은 깊은 성찰에서 나오는 체질 개선뿐"이라고 단언했다. 제품 기획부터 개발까지 고객의 시각이 온전히 반영됐는지, 타협은 없었는지 스스로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숫자에 매몰된 책상머리 경영이 아닌, 현장에서 사람을 통해 본질을 파악하는 '민첩한 의사결정'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형식을 파괴하고, 결론부터 빠르게 공유해 의사소통의 동맥경화를 뚫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침도 덧붙였다.

혁신의 방점은 단연 인공지능(AI)에 찍혔다. 정 회장은 AI를 단순한 신기술이 아닌 기업과 산업의 작동 원리를 송두리째 바꾸는 동력으로 정의했다. 그는 "자동차 시장의 승패는 이미 AI 역량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며 "외부 기술을 빌려 쓰는 수준을 넘어 조직 내부에 AI DNA를 심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서 현대차그룹만의 차별화된 전략인 피지컬 AI가 등장한다. 구글이나 오픈AI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때, 현대차는 강점인 하드웨어 제조 역량에 AI를 결합해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복안이다. 정 회장은 "우리는 쇳물을 녹이고 차를 만드는, 물리적 제품 설계와 제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가졌다"며 "움직이는 실체(자동차, 로봇)와 방대한 제조 공정 데이터는 빅테크가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강력한 무기"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데이터와 자본, 제조 노하우가 결합된 현대차의 운동장에선 AI도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는 계산이다.

현대차그룹 신년회 / 현대자동차그룹 뉴스룸
현대차그룹 신년회 / 현대자동차그룹 뉴스룸

이어진 대담에서는 각 계열사 대표들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놓으며 정 회장의 구상에 살을 붙였다. 장재훈 부회장은 그룹의 사활이 걸린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SDV는 타협할 수 없는 목표"라며 포티투닷과의 협업은 물론, 미국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을 통해 올 연말 라스베이거스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협력해 로봇이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판단하는 수준까지 피지컬 AI를 고도화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실제 물류 로봇 스트레치와 사족보행 로봇 스팟은 이미 현장 데이터를 축적하며 진화 중이다.

글로벌 판매 전략도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내연기관을 아우르는 유연한 생산 전략으로 관세 장벽을 넘겠다고 공언했다. 기아 송호성 사장은 올해 6% 성장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내걸었다. 목적기반모빌리티(PBV)인 PV5를 필두로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를 확장하고, 인도네시아 등 신규 판매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역시 보조를 맞춘다. 이규석 사장은 차량용 반도체와 로보틱스 핵심 부품 내재화를 통해 SDV 전환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자처했다. 만프레드 하러 R&D본부장 사장은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과 레벨2+ 수준의 고도화된 주행 보조 시스템이 곧 양산차에 적용될 것임을 시사했다.

정 회장은 국내 투자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2030년까지 125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닌,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질적 성장의 토대라고 설명했다.

조직 문화의 변화도 주문했다. 정 회장은 "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리더들이 앞장서서 부문 간 속도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생기면 숨기기보다 수면 위로 올려 집단지성으로 해결하는 투명한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루크 동커볼케 사장 역시 "지금이 바로 리셋하고 혁신할 때"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home 조희준 기자 choj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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