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안될 때 예민한 것 같다'”는 지적에 고 안성기가 보였다는 '행동'
2026-01-05 18:19
add remove print link
완벽주의와 절제, 안성기가 남긴 배우의 길
꿈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한 인간의 품격
배우 박중훈이 고인이 된 선배 안성기를 추모하면서 회한에 잠겼다.
5일 중앙일보는 박중훈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고 안성기에 대한 얘기를 전했다.

박중훈은 고인에 대해 "선배는 가족을 제외한 모든 생활의 우선 순위를 연기에 뒀다. 오랫동안 금주하고 운동을 꾸준히 한 것도 연기를 위해서였다. '만다라' 찍을 때 일상에서도 삭발한 채 승복 입고 다닐 정도로 작품 생각만 했다. 겹치기 출연도 안했다. 엄격한 자기 관리, 완벽주의 성향이 있었지만, 늘 남의 아픔에 공감하고 상대를 배려한 인격자였다. 자기 성찰 속에 절제와 배려를 실천하는 삶을 보며 성직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원래 에너지가 많고, 예민하고 섬세한 분이다. 늘 겸손하고 자제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타고난 인격자는 없다는 걸 느꼈다. 부정적 에너지와 화를 안으로 삭이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골프가 안될 때 예민한 것 같다'는 지적에 '골프가 안돼도 기분 상해 하지 말 것, 동반자 신경 쓰이게 하지 말 것'이라고 적은 쪽지를 갖고 다녔던 분이다. 선배에게서 한결 같은 사람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를 선배로 모시고 많은 걸 배웠다는 게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고 안성기는 촬영장에서 박중훈에게 꿈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예쁜 여자가 자기를 유혹했는데 '내가 그러면 안되지'하며 뿌리쳤다는 얘기였다. 박중훈은 '꿈에선 좀 그러지 그러셨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박중훈의 에세이에 실린 내용으로, 안성기의 성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박중훈은 "'라디오 스타' 찍을 때 영화에도 나왔던 숙소에 묵었는데, 나와 선배, 이준익 감독 모두 복도를 사이에 두고 각자 방문을 열어 놓은 채 지냈다. 고구마 구워 먹고, 장기도 두고, 작품 얘기도 하면서 3개월 간 대학생 기숙사처럼 지냈다. 쉬는 날 동강에서 낚시도 했는데 그런 기억들이 선명하다"라고도 했다.

그는 고인의 묘비명으로 어떤 문구를 새겨 넣고 싶냐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토록 겸허하게 살았던 사람, 그토록 사랑 받았던 배우, 여기에 잠들다"라고 말했다.
안성기는 혈액암으로 투병하다 향년 74세로 5일 눈을 감았다. 가족이 그의 마지막을 지켰다.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는 이날 공식 성명을 내고 "안성기 배우는 연기에 대한 깊은 사명감과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대한민국의 대중문화 역사와 함께해 온 분이었습니다"라며 "그의 연기는 언제나 사람과 삶을 향해 있었으며, 수많은 작품을 통해 시대와 세대를 넘어 깊은 울림과 위로를 전해주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안성기 배우는 배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품격과 책임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며 선후배 예술인들과 현장을 존중해 온 진정한 의미의 '국민배우'였습니다"라며 추모의 말을 전했다.

안성기는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에서 아역으로 배우 인생을 시작해 약 69년간 170편 이상의 작품에 참여하며 한국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임권택 감독과 함께한 '만다라'(1981), '화장'(2015)을 비롯해 '투캅스'(1993),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