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 전원 토론합시다"~권향엽 의원,'식물 위원회' 심폐소생술 나서
2026-01-0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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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 전원 토론합시다"~권향엽 의원,'식물 위원회' 심폐소생술 나서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도 잠들어 있는 거인이 있다. 바로 국회의원 전원이 모여 국가의 중대사를 논의하는 '전원위원회'다. 그동안 이름만 남은 채 방치되었던 이 제도를 깨우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메스를 들었다. 권 의원은 유명무실해진 전원위원회를 '숙의 민주주의의 장'으로 부활시키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전원위원회 활성화법’을 6일 대표 발의했다.
#단 두 번 열린 '유령 회의', 이대로는 안 된다
전원위원회는 상임위원회 중심주의가 갖는 한계를 보완하고, 국가적 중요 안건에 대해 300명 의원이 머리를 맞대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2003년 이라크 파병 동의안 처리와 2023년 선거제도 개편 논의,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국회 역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제도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이유다. 권 의원의 이번 법안 발의는 멈춰버린 국회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문턱 확 낮춘다… 운영위 의결로도 'OK'
개정안의 핵심은 '진입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현행법은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어야만 전원위원회를 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까다로운 요건이 제도의 활성화를 막는 족쇄로 작용해왔다. 권 의원은 여기에 '국회운영위원회의 의결'이라는 새로운 통로를 뚫었다. 굳이 수십 명의 서명을 받지 않더라도, 운영위 합의만 있으면 신속하게 전원위원회를 가동할 수 있도록 문턱을 대폭 낮춘 것이다.
#말잔치 아닌 '끝장 토론'으로… 소위원회 신설 허용
단순히 모이기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그동안 전원위원회는 수백 명이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밀도 있는 논의가 어렵고, 구체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힘들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정안에는 '소위원회 구성' 조항이 신설됐다. 전체 회의에서 큰 틀을 논의하고, 소위에서 정밀하게 수정안을 다듬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전원위원회를 단순한 '토론회'가 아닌, 실질적인 입법 성과를 내는 '생산적 기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숙의 민주주의, 이제는 실천할 때"
권 의원은 이번 법안이 국회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국가적 현안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으며, 의원 전원이 책임감을 갖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이야말로 국민이 바라는 국회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장식품처럼 여겨졌던 전원위원회가 이번 개정안을 통해 명실상부한 숙의와 조정의 용광로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300개의 헌법기관이 제 목소리를 내고 협치하는 의회 민주주의의 본령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