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 직원들 “새벽까지 일하고 오전 9시 출근... 정신과 다니며 일해”
2026-01-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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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직원들 “장시간 노동에 과도한 업무”... 회사 “사실 아냐”

유명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에서 근무했거나 근무하는 디자이너들이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 부담을 겪고 주장하고 나섰다. 재량근로제를 적용받는 디자이너들이 실제로는 업무 시간과 방식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받지 못한 채 주 70시간을 초과하는 근무를 반복했다고 매일노동뉴스가 5일 보도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2011년 설립된 국내 패션·라이프스타일 기업이다.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핵심 브랜드다. 탬버린즈, 누데이크, 어티슈, 하우스 노웨어 등 다수의 브랜드도 전개하고 있다. 젠틀몬스터는 선글라스와 안경을 주력 제품으로 삼아 매년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며, 독특한 디자인과 실험적인 매장 연출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왔다.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중심으로 제품 진열보다는 공간 경험과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고, 국내외 주요 상권과 면세점, 직영 매장과 자체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구축해왔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도매 유통보다는 직영 판매에 집중하는 구조를 통해 높은 마진을 유지해왔고, 중국에 직접 공장을 두는 방식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이 같은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매출 원가율이 낮은 편에 속하며, 패션·라이프스타일 업계에서 높은 수익성을 기록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매출은 7891억원, 영업이익은 2338억원으로 집계됐다. 젠틀몬스터는 회사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브랜드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회사 성장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꼽힌다.
매일노동뉴스는 아이아이컴바인드에서 최소 1년 이상 근무한 전·현직 디자이너 4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사가 창의성과 자율성을 강조해왔지만, 실제 업무 환경에서는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과 업무가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재량근로제를 적용받았지만 장시간 노동에 대한 보상휴가나 수당을 받지 못했고, 업무 수행 방식과 시간에 대한 재량권도 제한적이었다는 설명이다.
한 디자이너는 “수액을 맞으러 다닌 적이 잦았고, 아픈 날도 정말 많았다”며 “개인에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책임과 업무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없으니 일이 될지 안 될지 늘 불안했고, 신경안정제를 먹으면서 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정신과를 다니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과로가 일상화돼 있었다”며 “야근수당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대체휴무라도 제대로 보장해주길 바랐지만, 한 달 내내 야근하고 하루 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절망적이었다”고 말했다.
출퇴근 관리 역시 재량근로제와는 거리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새벽까지 근무하더라도 다음 날 오전 9시 출근을 지켜야 했고, 부서와 팀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주당 근로시간 47.5시간을 크게 넘기는 근무가 반복됐다는 설명이다.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아 ‘등대’로 불렸던 팀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매일노동뉴스는 한 디자이너의 근무일지를 확인해 실제 근무 실태를 전했다. 기록에 따르면 특정 달에는 하루 평균 12시간 안팎의 근무가 이어졌고, 신상품 출시를 앞둔 시기에는 26시간을 연속으로 근무한 날도 있었다. 2주 연속 주당 근로시간이 70시간을 넘긴 기간도 있었으며, 해당 디자이너는 “과로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던 시기에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고, 날짜 감각조차 사라졌다”며 “출근 이후 공황 증상이 반복돼 정신과에서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과로와 보상 부재 주장을 부인했다. 회사 측은 매일노동뉴스에 “신제품 런칭 전 약 일주일 정도 단기야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지만 출근시간 조정과 보상휴가 부여로 근로자를 보호하고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노동부 가이드에 따라 통상적으로 할 수 있는 지시를 했으며, 업무량이 과도하고 야근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재량권을 훼손할 정도의 구체적인 지시는 하지 않았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이에 대해 인터뷰에 응한 디자이너들은 과로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수개월에 걸쳐 반복됐고, 출퇴근 시간이 사실상 고정돼 있어 재량근로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초과근로에 따른 보상휴가 체계도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