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고 싶은 간절함에…결국 부동의 1위였던 '항암제 매출'도 뛰어넘었다는 '치료제'
2026-01-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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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매출, 부동의 1위 항암제 '키트루다' 뛰어넘어
주사제서 '경구제'로 세대교체 가속…편의성이 성패 가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체중 감량과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비만치료제를 찾는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과거에는 미용 목적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지만, 최근에는 대사·만성질환 관리 차원에서 치료 필요성이 부각되며 관련 시장이 호황을 보이는 흐름이다.

8일 유진투자증권이 블룸버그 컨센서스 등을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비만치료제 주요 성분의 매출이 장기간 글로벌 매출 1위를 지켜온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전 세계 제약 시장의 중심축이 항암제에서 비만 및 대사 질환 치료제로 구조적인 이동을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로 풀이된다.
상세 매출 현황을 보면, 지난해 일라이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 성분(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358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위고비 등) 또한 356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반면, 2023년부터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미국 MSD(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같은 기간 31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들 비만치료제 성분의 매출이 키트루다를 약 13~14% 상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비만·대사 질환 치료 패러다임이 항암제 중심 블록버스터 지형을 구조적으로 재편하는 신호”라고 그 의미를 짚었다. 실제로 비만치료제 시장은 투약 편의성을 극대화한 경구용(알약)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거나 승인을 앞두고 있어 향후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경구 제형은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이후 불과 2주 만인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전역에 출시됐으며, 일명 ‘먹는 마운자로’로 불리는 오포글리프론 역시 FDA 승인 신청을 마친 상태다.

제약 업계의 연구개발(R&D) 트렌드 역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보고서는 “올해 비만치료제 시장 상업화 트렌드는 경구제, R&D 트렌드는 아밀린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기존 GLP-1RA 기전의 주사제 파이프라인에 대한 상업적 매력도는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아밀린’ 기반 비만치료제는 식후 분비되는 호르몬인 아밀린을 모방해 식욕을 억제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기존 GLP-1 계열 약물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혔던 근육 감소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빅파마들의 기술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노보 노디스크는 새로운 약물인 아미크레틴의 경구 제형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스트럭처 테라퓨틱스는 경구용 저분자 치료제인 알레니글리프론의 임상 3상을 올해 하반기에 시작할 예정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공격적인 파이프라인 도입도 이어지고 있다. 로슈는 지난해 덴마크 질랜드 파마로부터 아밀린 유사체인 페트렐린타이드를 도입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애브비 또한 구브라의 아밀린 유사체 기술을 사들이며 시장 경쟁에 합류했다.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가 편의성과 부작용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진화함에 따라, 항암제를 제친 비만약의 독주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