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사망자 3일 동안 6000명 넘어"
2026-01-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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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계 미국인 학자·전문가들로 구성된 비공식 그룹의 추산

이란의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가 수천 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과 군사 개입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2일(현지시각) 이란계 미국인 학자·전문가들로 구성된 비공식 그룹의 추산을 인용해 10일까지 이란 시위 사망자가 6000명에 달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추산에는 병원이 아닌 영안실로 직접 운구된 시신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그룹은 테헤란의 몇몇 병원 보고서를 토대로 계산을 시작했다. 한 테헤란 의사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수도의 6개 병원만 해도 최소 217명의 시위대 사망자를 기록했으며 대부분이 실탄에 의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수치에 테헤란 인근 알보르즈주에서 1000명의 사망자를 추가했고, 거리 시위의 강도와 2022년 히잡 시위 당시의 역사를 고려해 3일간 두 지역에서 32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방식을 다른 도시에 적용하되 민족적·역사적 요인을 감안해 조정한 뒤 최종 추산치를 절반으로 줄여 3일간 6178명이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식 집계보다 훨씬 높은 이 추산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현장 목격담들은 대규모 유혈 진압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테헤란의 한 주민은 "금요일 밤 나제마바드 지역에서 보안군이 마구 총을 쐈다. 벽에도, 거리에도 피가 흥건하다. 참혹하다. 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죽였다"고 전했다.
시위는 지난달 28일 화폐 가치 폭락과 물가 상승에 항의하며 테헤란 바자르에서 시작됐다. 이란 리알화는 달러당 140만 리알 이상으로 폭락했다. 시위는 이후 이란 전역 31개 주 185개 도시로 확산했고, 경제 불만을 넘어 신정 체제 자체를 겨냥하는 구호로 발전했다. 일부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내 목숨은 이란을 위해"라고 외쳤다.
이란 당국은 지난 8일 인터넷을 거의 전면 차단했다. 일부 시위 영상은 스타링크 위성 송신기를 통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9일 국영 TV 연설에서 "이슬람 공화국은 트럼프를 기쁘게 하려는 파괴자들 앞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헤란 검찰은 시위 참가자들을 '신의 적'으로 간주해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 관계자는 국영 TV에서 "거리에 나서는 사람은 총알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란 국영 TV는 12일 전국에서 대규모 친정부 집회를 보도했다. 국영방송 IRIB는 한 시위를 "미국·시온주의 테러에 맞선 이란의 봉기"라고 묘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이란 당국이 시위대를 살해하면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해왔다. 그는 11일 폭스뉴스에 "이란에 경고했다"며 "정권이 시위대에게 총을 쏘면 우리는 이란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에어포스원에선 기자들에게 이란 지도부가 협상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란 지도자들이 어제 전화를 걸어왔다. 회담이 준비되고 있다. 그들은 협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회담 전에 행동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2일 "상황은 현재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며 "이란은 언제든 전쟁에 대비돼 있지만 대화할 준비도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안기관과 협의해 인터넷 서비스를 재개할 것이라고 했으나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백악관 관계자들이 13일 트럼프에게 이란 개입 방안을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선택지에는 군사 공습, 사이버 무기 사용, 제재, 시위대 지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공습은 대통령이 고려 중인 많은 선택지 중 하나"라며 "외교가 언제나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이 공개적으로 하는 말은 우리가 비공개적으로 받는 메시지와 상당히 다르다"고 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12일 이란 국영 TV를 통해 "미국이 군사 공격을 가하면 이스라엘과 미군 기지, 선박이 우리의 정당한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공격 이후 반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선제 타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즉각 발효되며 최종적이고 결정적"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주요 수출국은 중국, 아랍에미리트, 인도 등이다.
미 국무부는 13일 보안 경보를 발령하고 이란에 있는 미국인에게 "즉각 출국하라"고 촉구했다. 경보는 "이란 전역에서 시위가 격화하고 있으며 폭력 사태로 번질 수 있다"며 "미국 정부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는 출국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항공편이 제한돼 있어 아르메니아나 터키로의 육로 국경을 이용할 것을 권고했다. 이란 정부는 이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아 미국·이란 이중 국적자는 이란 여권으로 출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2일 각료회의에서 "이스라엘은 이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자유를 위한 시위를 지지하고 무고한 민간인 학살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망명 중인 팔레비 왕가의 레자 팔레비 왕세자는 시위대에 도시를 장악하라고 촉구하며 "곧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일부 시위대는 팔레비 왕가 시절로의 복귀를 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정권이 가장 약한 상태에 놓였다고 평가한다. 이란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충돌로 방공망이 파괴됐고, 미국 B-2 폭격기의 공습으로 핵 프로그램이 차질을 빚었다. 국제 제재로 경제가 악화한 데다 물 부족과 전력난까지 겹쳤다.
테헤란의 한 정치 분석가는 "이번 시위가 2022년 '여성, 삶, 자유' 시위와 다른 점은 바자르 상인과 노동계층이 주도했다는 것"이라며 "당국이 이들을 소외시키는 것을 꺼리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가혹한 진압이 목격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