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키자니아, 아이 안전보다 기업 홍보가 우선인 체험형 테마파크의 민낯

2026-01-26 08:41

add remove print link

- 체험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안전, 충분히 점검되고 있나
- 기업 홍보 중심 설계 속에서 밀려난 아이 안전의 우선순위
- 아이를 위한 공간인가, 어른을 위한 홍보 무대인가

위키트리 부산경남취재본부 전국총괄본부장. / 사진제공=위키트리DB
위키트리 부산경남취재본부 전국총괄본부장. / 사진제공=위키트리DB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어린이 직업체험을 표방한 체험형 테마파크가 ‘교육 공간’이라는 외피와 달리, 실제 운영 구조에서는 기업 홍보가 전면에 놓이고 아이 안전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의 꿈과 진로를 체험하게 한다는 명분 아래, 가장 기본적인 안전과 공공성에 대한 질문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채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중심에는 키자니아가 있다. 키자니아는 어린이가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며 사회를 배운다는 콘셉트로 국내외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현장을 들여다보면 ‘체험’과 ‘교육’의 경계가 얼마나 명확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 체험을 가장한 기업 홍보… 아이는 ‘학습자’인가 ‘노출 대상’인가

키자니아의 핵심 콘텐츠는 기업과 연계된 직업 체험이다. 항공사, 금융기관, 식품·유통기업 등이 운영하는 체험관에서 아이들은 유니폼을 입고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과정이 직업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지만, 동시에 체험이 교육보다는 브랜드 노출과 이미지 전달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도 반복돼 왔다.

체험 내용 상당수가 실제 직무의 복합성과 위험성보다는, 기업 서비스와 상품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선택하거나 비판적으로 사고할 여지를 주기보다는, 특정 기업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구성된 경우가 많다”며 “교육 공간이라기보다 홍보 공간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재미와 몰입’ 뒤에 가려진 안전… 아이 공간에 걸맞은 설계인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안전이다. 체험형 시설은 일반 놀이공원보다 구조가 복잡하다. 아이들은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공간을 이동하고, 장비와 소품을 다루며, 단체 활동에 참여한다. 그만큼 사고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체험형 테마파크의 안전 관리 수준이 그 복잡성만큼 충분히 설계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아이의 경미한 부상이 가볍게 설명됐다”거나 “사고 경위에 대한 충분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간간이 나온다.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전 관리 전반을 점검할 기회가 사라지는 구조는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안전 전문가들은 어린이 공간일수록 ‘무사고’ 기록보다 사전 예방 중심의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안전 분야 전문가는 “체험형 시설은 재미와 몰입을 강조할수록 사고 위험도 함께 커진다”며 “콘텐츠 하나를 더 늘리는 것보다, 안전 인력·동선·장비 점검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 공공성은 충분히 검증됐나… 교육과 수익 사이의 간극

키자니아의 운영 구조 역시 안전 논의와 무관하지 않다. 다수의 체험관이 대기업·공공기관과의 제휴로 운영되면서, 콘텐츠 확장과 공간 활용은 빠르게 이뤄졌지만 그에 비례해 안전 관리와 교육 효과가 얼마나 검증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체험관의 경우, 교육적 효과와 공공성에 대한 사전·사후 검증 없이 운영되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체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책임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일수록 수익 모델보다 안전과 교육의 기준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아이 안전이 모든 판단의 출발점이 돼야”

전문가들은 체험형 테마파크가 진정한 교육 공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우선순위 재정립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기업 홍보나 콘텐츠 다양성 이전에, 아이 안전이 모든 판단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 정책 연구자는 “어린이는 마케팅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이라며 “체험이라는 이름 아래 안전이 ‘당연히 관리되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반복된다면, 언젠가는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체험을 빌린 광고인지, 아이를 중심에 둔 교육 공간인지. 체험형 테마파크를 향한 이 질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점검돼야 할 공공의 과제가 되고 있다.

위키트리는 체험형 테마파크의 안전 관리와 공공성 문제를 포함해, 어린이 체험 공간 전반의 구조적 과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추적 보도할 계획이다.

home 최학봉 기자 hb7070@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