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쳤다…오늘 한국 넷플릭스에 공개된 '최신작' 19금 영화
2026-01-2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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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컬트 영화가 할리우드로, 엠마 스톤의 믿기지 않는 변신
한국 컬트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할리우드에서 영어로 리메이크한 영화가 국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그 영화의 정체는 바로 엠마 스톤 주연의 ‘부고니아’다.
26일 넷플릭스는 '부고니아'를 이번주 신작으로 내놨다. '부고니아'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작품으로, 지난해 11월 초 국내 극장 개봉을 거친 뒤 OTT로 자리를 옮겼다. 원작의 독특한 설정과 문제의식을 유지하면서도 연출과 톤을 완전히 다르게 가져간 작품이라는 점에서 공개 직후부터 관심이 쏠린다.
장준환 감독의 작품 ‘지구를 지켜라!’를 원작으로 하는 ‘부고니아’ 연출은 그리스 출신의 세계적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맡았다. 엠마 스톤이 주연으로 출연해 특히 눈길을 끈다. 한국과 미국 합작 프로젝트로 제작됐으며, CJ ENM이 기획과 제작 단계부터 참여해 영어 리메이크 시나리오 개발, 감독과 배우 패키징, 국내 배급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 이 작품은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에 이어 한국 영화 IP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는 또 하나의 사례로 꼽힌다.

영화의 기본 줄기는 원작과 같다. 거대 바이오 기업의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테디는 벌이 사라지고 지구가 병들어 가는 모든 원인이 외계인의 침공이라고 믿는다. 그는 회사 사장 미셸이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확신하고, 사촌 동생 돈과 함께 그녀를 납치해 지하실에 감금한다. 테디는 지구를 침략한 이유와 계획을 털어놓으라고 요구하지만, 미셸은 끝까지 자신은 외계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영화는 이 밀실 상황 속에서 두 인물의 대치와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원작과 가장 큰 차이는 감정의 온도와 표현 방식이다. ‘지구를 지켜라!’가 병구라는 인물의 분노와 광기를 폭발적인 에너지로 밀어붙였다면, ‘부고니아’는 란티모스 감독 특유의 차갑고 절제된 연출로 상황을 관조한다. 폭력성과 잔혹함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음모론과 권력, 진실과 믿음에 대한 철학적 대화가 중심에 놓인다. 이는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의 풍경을 반영한 선택으로 읽힌다.

피랍자 설정의 변화도 눈에 띈다. 원작에서 납치되는 강사장은 구시대적 자본가와 가부장적 권력의 상징이었다. 반면 ‘부고니아’의 미셸은 젊은 나이에 거대 생명 바이오 기업을 이끄는 여성 최고경영자다. 남성 노동자와 남성 재벌의 계급 대립 구도는, 음모론에 사로잡힌 남성과 냉철한 여성 권력자 사이의 지적 충돌로 재편됐다. 이 성별 전환은 납치극의 긴장 구조를 바꾸며, 현대 사회의 권력 이미지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드러낸다.
‘부고니아’는 작품성과 산업적 성과 양쪽에서 모두 주목받았다.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부문에 초청됐고, 제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음악상, 각색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엠마 스톤은 ‘라라랜드’와 ‘가여운 것들’로 이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차례 수상한 바 있어, 이번 작품을 통해 세 번째 트로피에 도전한다.

제목 ‘부고니아’는 고대 그리스에서 죽은 소의 사체에서 벌이 태어난다고 믿었던 잘못된 신념, 혹은 벌을 얻기 위해 치르던 의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 속에서 벌의 멸종과 인류의 위기를 연결하는 상징으로 작동하며, 과학과 믿음, 합리와 망상의 경계를 질문하는 장치로 쓰인다.
넷플릭스로 공개된 시점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포인트 중 하나는 원작을 봐야 이해할 수 있는지, 또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등이다. ‘부고니아’는 원작을 몰라도 독립적으로 이해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 다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 만큼 납치와 감금, 심리적 압박을 다루는 장면들이 적지 않아 감상 전 유의가 필요하다. 원작과의 비교를 즐기고 싶은 관객이라면 두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보는 것도 하나의 관람 포인트가 된다.

‘부고니아’는 한국 컬트 영화의 문제작을 글로벌 감각으로 재해석한 사례다. 뜨거운 분노 대신 차가운 아이러니를 선택한 이 리메이크는 같은 이야기라도 시대와 사회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지금, 극장 개봉 당시 놓쳤던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확인해볼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