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지어 안 풀고 여성 심정지환자 자동심장충격기 사용 OK’ 괜찮은 걸까

2026-01-3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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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서 ‘여성 안전 위협할 수도’ 지적 나오지만...
고민하다 자동심장충격 지연하는 게 더 큰 문제

여성이 남성보다 심장정지 때 생존율이 낮다는 사실은 의료계의 오랜 숙제다. 공공장소에서 심장정지가 발생했을 때 여성은 남성보다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과 심폐소생술을 받을 가능성이 14% 낮다. 이 같은 성별 격차의 원인 중 하나로 브래지어 제거에 대한 구조자들의 망설임이 꼽혀 왔다. 질병관리청과 대한심폐소생협회가 29일 발표한 '2025년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브래지어를 벗기지 않고도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한 것이다. 이 새로운 권고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브래지어를 풀지 않고 자동심장충격기를 적용하면 여성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사실일까?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 교육을 받는 모습. / 뉴스1 자료사진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 교육을 받는 모습. / 뉴스1 자료사진

질병관리청과 대한심폐소생협회는 5년 만에 개정된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브래지어를 풀거나 제거하지 않고 위치를 조정한 뒤 가슴조직을 피해 자동심장충격기 패드를 맨 가슴에 부착할 것을 권고했다.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이는 여성 심장정지 환자의 자동심장충격기 적용률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속 와이어가 들어간 브래지어를 착용한 상태에서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할 경우 금속이 전기를 전도해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로 일부 자동심장충격기 제조업체와 응급의료 기관들은 금속 와이어 브래지어와 몸통의 피어싱을 제거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금속은 전기를 매우 잘 전도하기 때문에 전기 충격 시 전기 아크가 발생하거나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크는 두 전극 사이에 강한 전류가 흐를 때 공기 중에서 발생하는 불꽃 방전 현상이다. 섬광과 함께 높은 열을 발생시켜 화상이나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 TV 프로그램 ‘미스버스터즈’는 와이어 브래지어를 착용한 상태에서 제세동기를 사용하면 전기 아크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다만 이는 와이어가 노출돼 있고 패들을 매우 가깝게 배치하는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만 발생했다. 실제 응급 상황에서는 패들을 그렇게 가깝게 배치하지 않으며, 의료진은 장애물을 제거하도록 훈련받기 때문에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국제소생술교류위원회가 2024년 실시한 범위 검토 연구는 브래지어 제거와 자동심장충격기 패드 부착 및 제세동과 관련된 부작용을 조사했다. 그 결과 환자 결과를 보고한 연구는 단 한 건도 없었고, 동물 실험 1건과 마네킹 실험 2건만 발견됐다.

동물 실험에서는 자동심장충격기 패드가 브래지어의 금속 와이어와 직접 접촉한 상태에서 4마리의 돼지에게 200줄의 충격을 126회 전달했다. 피부나 브래지어에 전류의 방향 전환, 아크, 그을림, 화상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첫 충격 성공률은 100%였다. 작동자에 대한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이 연구는 자동심장충격기 제조업체의 지원을 받았고 학회 초록으로만 발표됐다.

마네킹 실험에서는 브래지어 제거 여부에 따른 패드 부착 시간이나 첫 충격까지 걸리는 시간에 차이가 없었다. 다만 한 실험에서 여성 마네킹은 남성 마네킹보다 완전히 옷을 벗기는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남성 참가자의 13.3%만이 여성 마네킹의 옷을 완전히 벗긴 데 반해 여성 참가자는 66.7%가 옷을 벗겼다. 참가자들은 사회적 규범, 예의, 브래지어 제거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 사례 연구에서는 의복 위로 자가 제세동을 한 여성에게 의복과 가슴에 화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지만, 이는 패들을 사용한 경우였으며 브래지어 착용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제세동으로 인한 부작용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영국 동앵글리아 항공 구급대는 자동심장충격기가 환자의 맨 가슴에 단단히 부착돼야 하며, 브래지어를 제거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브래지어를 제거하면 천이 자동심장충격기 패드를 방해하지 않고, 브래지어의 와이어가 충격을 심장에서 멀리 돌리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자동심장충격기 충격이 브래지어 와이어를 통과해 발생하는 추가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훈련된 전문가는 브래지어의 한쪽 끈을 옮기고 와이어나 밴드를 위로 밀어 올려 자동심장충격기 패드를 부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와이어가 없더라도 천이 열을 견디지 못하고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옷을 옮기는 데도 시간이 걸리며, 제세동과 심폐소생술이 지연되는 매 분마다 환자는 7~10%의 생존율을 잃는다.

여성이 심장정지 때 차별받는 현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미국에서는 매년 35만 건 이상의 병원 밖 심장정지가 발생하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예후가 나쁜 요인들을 더 많이 갖고 있다. 여성은 나이가 더 많고, 목격된 심장정지나 공공장소에서의 심장정지 비율이 낮으며, 초기 충격 가능 리듬을 보이는 경우도 적다. 또한 여성은 남성에 비해 구경꾼으로부터 심폐소생술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 퇴원 생존율과 양호한 신경학적 기능을 유지한 채 생존할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심장협회 저널 서큘레이션에 따르면 구경꾼들이 부적절한 신체 접촉으로 고소당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여성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일본에서는 한 남성이 여성 환자의 옷을 벗겨 자동심장충격기 패드를 부착하려다 경찰 조사를 받고 변태로 낙인찍힌 사례도 있었다.

듀크대 의대가 2013~2019년 47개 주에서 발생한 30만9000건 이상의 심장정지 사례를 분석한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구경꾼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을 받을 가능성이 14% 낮았다. 개인 주택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심폐소생술을 받을 가능성이 18% 낮았고, 공공장소에서는 42% 낮았다. 이 같은 차이는 여성의 병원 밖 심장정지가 응급 전화 중 인식되는 비율이 특히 공공장소에서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은 84.6%, 남성은 91.6%가 인식됐으며, 이는 심폐소생술 격차의 약 44%를 설명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4만3226명의 병원 밖 심장정지를 분석한 결과 30일 생존율이 여성은 6.2%, 남성은 10.7%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고 사건 발생 시 충격 가능 리듬이 적은 것이 성별 생존율 격차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폐소생술 교육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많은 교육 기관들이 평평한 가슴의 마네킹만 사용해 교육을 진행해 왔지만, 이제는 가슴이 있는 마네킹을 사용하고 옷과 브래지어를 제거하는 방법을 시연하는 곳이 늘고 있다.

본드대 연구팀이 시판 중인 20개 심폐소생술 마네킹을 조사한 결과, 8개는 남성이고 7개는 성별이 명시되지 않았으며(모두 평평한 가슴), 나머지 5개만 여성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1960년 소개된 세계 최초의 심폐소생술 마네킹은 파리 센 강에서 발견된 사망한 10대 여성을 모델로 했다.

국제소생술교류위원회는 이 같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브래지어를 일상적으로 제거하기보다는 패드를 올바른 위치에 부착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권고안을 마련했다. 패드는 맨 가슴의 올바른 위치에 부착돼야 하지만, 브래지어를 제거하지 않고도 위치를 조정해 부착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브래지어를 일상적으로 제거하도록 안내할 만한 증거는 불충분하지만, 제세동을 위해 항상 브래지어를 제거해야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의 많은 브래지어에는 와이어가 없거나 금속이 아닌 성형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와이어가 들어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소생술 중에 금속 와이어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미국 국립심장폐혈관연구소는 자동심장충격기가 가슴이 있는 사람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며, 동일한 전극 배치를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자동심장충격기가 가슴이 있는 사람에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용을 주저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핵심만 요약하자면 브래지어 착용 상태에서의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은 이론상 화상 등의 위험이 있지만, 실제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생명을 살리는 것이 최우선이기에 브래지어를 제거할지 말지 고민하다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을 지연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새 가이드라인은 여성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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