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이 폭등하는 동안 '비트코인'은 폭락한 결정적인 이유

2026-02-0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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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폭락, 한 달 전부터 이미 예고됐다?

비트코인이 7만달러대로 급락한 2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 현황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 뉴스1
비트코인이 7만달러대로 급락한 2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 현황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 뉴스1

금과 은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가격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됐는데도 비트코인만 상승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트코인 가격은 2일(현지시각) 한때 7만500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하락이 돌발 악재가 아니라 이미 한 달 전부터 예고돼 있던 움직임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초, 금과 은이 강한 랠리를 펼치던 시기에도 비트코인은 유독 9만달러 선을 넘지 못한 채 박스권에 머물렀다. 당시 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나 현물 ETF 자금 유입 둔화, 월말 포지션 조정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진짜 원인이 거시경제나 수급이 아니라 거래소 주문장부 안에 숨어 있었다고 말한다.

트레이딩 분석업체 머티리얼 인디케이터스(Material Indicators)의 공동 창업자 키스 앨런은 이날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9만달러를 돌파하지 못한 핵심 이유는 거시 변수보다 주문장부(order book)에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가격이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훨씬 전부터 거래소 주문장부에는 분명한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머티리얼 인디케이터스의 ‘파이어차트(FireCharts)’ 데이터에 따르면, 9만달러 바로 아래 구간에서 반복적으로 대규모 매도 주문이 출현하며 상승 시도를 차단했다.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우호적이었던 시기에도 이러한 매도 압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앨런은 이 같은 움직임을 ‘유동성 몰이(liquidity herding)’라고 설명했다. 대형 투자자가 전략적으로 주문을 배치해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유도하고, 가격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는 방식이다.

작동 원리는 단순하다. 붐비는 경매장에서 한 명의 거대 입찰자가 분위기를 좌우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된다. 모두가 볼 수 있는 위치에 대규모 매도 주문을 걸어두면 매수는 위험해 보인다. 매수자들이 주저하는 사이 가격은 횡보하거나 하락하고, 그 플레이어는 조용히 더 낮은 가격에서 물량을 모을 수 있다. 이 전략은 뉴스나 펀더멘털에 의존하지 않는다. 주문장부 자체를 이용해 시장 심리를 조종하는 것이다. 특히 옵션 만기일 전후, 큰손들이 손실을 줄이거나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시점에 자주 나타난다.

한편 주문장부 데이터는 8만5000달러에서 8만7500달러 사이에 촘촘한 매수 주문이 쌓여 있음을 보여줬다. 이 구간은 비트코인이 횡보하던 동안 반복적으로 매도 압력을 흡수하며 단기 지지선 역할을 했다. 앨런은 당시 “이 지지선이 유지된다면 재차 상승을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지만, 일단 무너지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는 현실이 됐다. 비트코인이 매수 주문 밀집 구간의 하단을 이탈하자 매도가 급증했고, 유동성이 얇은 시장에서 하락폭은 빠르게 확대됐다. 수주간 유지되던 가격대가 한순간에 붕괴된 것이다. 비트코인은 주말 동안 7만4000~7만6000달러 부근까지 밀리며, 저가 매수 세력과 강제 청산 매도 세력이 맞서는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대형 투자자가 주문장부를 활용해 단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고래 투자자와 고빈도 트레이더들은 오래전부터 눈에 보이는 주문 깊이를 이용해 시장 기대를 왜곡하고, 개인 투자자들을 불리한 포지션에 가두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을 9만달러 아래에 묶어두던 바로 그 주문장부 전략은 지지선이 붕괴되는 순간 취약점으로 작용했다. 시장은 이제 월간 종가가 어디에서 형성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8만7500달러 부근의 지지선을 회복하지 못한 채 월말을 맞이할 경우,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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