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이런 길 또 없다…58km 전 구간 입장료 '무료', 바다보며 걷는 트레킹 명소

2026-02-0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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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호랑이 꼬리를 따라 걷다, 포항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발밑에 동해를 두고 걷는 58km 무료 트레킹 코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 두루누비-한국관광공사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 두루누비-한국관광공사

푸른 동해의 파도 소리가 발밑에 닿는 해안선을 따라 걷는 일은 그 자체로 일상의 쉼표가 된다. 포항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은 영일만 풍경을 배경으로, 육지부 최동단에 가까운 자연과 바다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서쪽의 동해면에서 시작해 동쪽의 호미곶면, 구룡포읍, 장기면까지 길게 이어지는 이 길에서는 발아래로 동해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기묘한 형상의 바위와 보랏빛 해국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인위적인 소음 대신 파도의 리듬에 발걸음을 맞추다 보면, 자연 속에 한층 깊이 스며드는 듯한 몰입감을 얻게 된다.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은 역사적 이야기로도 결이 풍부하다. 조선 명종 시대의 풍수지리학자 격암 남사고는 한반도의 지형을 호랑이가 연해주를 향해 앞발을 내뻗는 형상으로 보았고, 그중 호미반도는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하는 곳으로 천하의 명당이라 일컬어졌다고 전해진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 또한 국토 최동단을 확정하기 위해 호미곶과 죽변 용추곶을 각각 일곱 번씩 답사한 끝에 이곳을 최동단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육당 최남선 역시 『조선상식지리』에서 호미곶의 일출을 조선십경 가운데 하나로 꼽으며 그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  두루누비-한국관광공사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 두루누비-한국관광공사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 두루누비-한국관광공사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 두루누비-한국관광공사

둘레길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 연오랑세오녀 설화가 깃든 청림 일월을 기점으로 호미곶 해맞이 광장까지 이어지는 4개 코스, 25km 구간이 핵심이다. 여기에 해파랑길 13·14코스와 연결되는 구룡포항, 양포항을 지나 경주 경계인 장기면 두원리까지 합치면 전체 길이는 58km에 이른다. 포항시와 관광공사에 따르면, 이 길은 연중무휴로 개방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코스마다 분위기와 풍경이 달라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다만 태풍이나 강풍 등 기상특보가 발효될 경우에는 안전을 위해 출입이 일부 통제될 수 있다.

첫 번째 구간인 ‘연오랑세오녀길’은 일월동 713번지를 시점으로 한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연오랑과 세오녀의 터전을 지나는 이 코스는 약 6.1km로, 보통 걸음으로 1시간 30분 정도면 닿는다. 도구해수욕장과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거치며 설화가 남긴 이야기와 해안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선바우길’은 동해면 입암리에서 흥환어항까지 연결되는 6.5km 구간이다. 힌디기, 하선대 등 기암괴석이 이어지고, 선녀가 내려와 놀았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하선대는 이 코스의 인상적인 포인트로 꼽힌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 퐝퐝여행-포항시청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 퐝퐝여행-포항시청

세 번째 ‘구룡소길’은 동해면 흥환리 어항에서 호미곶면 대동배까지 이어지는 6.5km 트레킹 로드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이 길에서는 장군바위와 구룡소는 물론, 동해면 발산리 일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모감주나무와 병아리꽃나무 군락지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네 번째 ‘호미길’은 5.6km 구간으로 독수리 부리를 닮은 독수리 바위에서 호미곶 해맞이 광장까지 이어진다. 경사가 비교적 무난한 코스로 소개되어 가족 단위 여행객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편이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육사 ‘청포도’ 시비, 국립등대박물관, 상생의 손 등 포항을 상징하는 주요 명소를 차례로 마주하게 된다.

해안 둘레길의 풍경은 일출과 일몰 시간대에 특히 또렷해진다.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해가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순간과, 낙조가 바다 위로 길게 번지는 시간은 걷는 이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야간에는 달빛이 바다 위에 부서지는 장면을 감상할 수도 있지만, 안전을 위해 손전등이나 헤드랜턴은 반드시 준비하는 것이 좋다.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은 자연이 빚어낸 바위 지형과 동해의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해안 트레킹 코스로, 입장료 부담 없이 사계절 내내 바다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래서 이 길은 걷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포항에서 한 번쯤은 걸어볼 만한 코스’로 꾸준히 이름을 올린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위치 / 구글 지도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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