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헬멧' 쓴 우크라이나 선수, 출전 금지 항소 기각
2026-02-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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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나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 경기장 내 안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숨진 동료 선수들을 위해 '추모 헬멧'을 쓰고 스켈레톤 경기에 나서려다 출전 금지된 우크라이나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7)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기한 항소가 기각됐다.

앞서 헤라스케비치는 헬멧을 벗으라는 요구를 거부하며 대회 참가 자격이 박탈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추모 완장 착용은 허용하겠다고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헤라스케비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헤라스케비치는 출전 금지 결정에 대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했다.
14일(한국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스포츠중재재판소가 출전 금지를 취소해달라는 헤라스케비치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헬멧 착용이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올림픽 경기장, 시설 또는 기타 지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측은 "헤라스케비치의 추모 의도와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국민과 선수들이 겪은 아픔은 이해한다. 이를 알리려는 선수의 시도에도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출전 금지 조치가 합리적이고 적절하다"고 보았다.
헤라스케비츠 측은 이번 판결이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 피겨 선수 막심 나우모프는 지난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부모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탈리아 스노보더 롤란트 피슈날러는 작은 러시아 국기 이미지를 넣은 헬멧을 쓴 채 경기에 나선 바 있다. 이스라엘 스켈레톤 선수 제러드 파이어스톤은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사망한 자국 선수·코치 11명의 이름이 적힌 키파(유대교 전통 모자)를 경기 도중에 착용했다.
이에 대해 IOC 측은 이들 사례가 규정 위반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나우모프는 경기 중이 아닌 '키스앤크라이' 구역에서 사진을 공개했고, 피슈날러의 헬멧은 2014 소치 대회를 포함해 자신이 출전했던 모든 올림픽 개최지를 기리는 것이었다. 파이어스톤의 키파는 비니 모자에 가려져 있었다"고 전했다.
헤라스케비치는 이같은 판결에 "IOC가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헤라스케비치는 자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국민을 향한 이타적인 봉사와 시민적 용기, 자유와 민주적 가치를 지키려는 애국심을 기려 헤라스케비치에게 훈장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수에게 수여된 훈장은 '자유 훈장'(Order of Freedom)으로 우크라이나 훈장 중 두 번째 훈격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