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신비, 내 손끝에서 깨어나다~ 강진으로 떠나는 ‘흙의 여행’
2026-02-2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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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회 강진청자축제, 박물관이 살아있다! 오감 만족 ‘도예 공방’ 오픈
“눈으로만 보세요?” NO!… 물레 차고 조각하는 ‘1일 장인’ 체험
코일링부터 나만의 문양 새기기까지… 세상에 하나뿐인 ‘명품’ 득템 기회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박물관 유리장 안에 갇혀 있던 천년 전의 보물이 내 손끝에서 다시 숨을 쉰다. 전남 강진군이 21일 개막하는 ‘제54회 강진청자축제’를 맞아 관람객들을 고려시대 도공의 삶으로 초대한다.
강진군 고려청자박물관은 축제 기간 동안 박물관 내부를 거대한 ‘오픈 스튜디오’로 변신시킨다. 단순히 옛 유물을 구경하는 수동적인 관람에서 벗어나, 흙을 만지고 불을 다스렸던 장인들의 숨결을 직접 느껴보는 ‘청자 빚기 체험장’이 그 무대다.
◆흙더미가 예술이 되는 마법… ‘물레’ 위에서 춤추는 손길
이번 체험 프로그램의 백미는 단연 ‘물레 체험’이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 위에 놓인 진흙 덩어리가 손길 한 번에 우아한 곡선의 그릇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마법과 같다. 숙련된 강사들이 1:1로 지도해주기 때문에, 도예를 처음 접하는 ‘똥손’이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손끝에 전해지는 흙의 부드러운 촉감은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뜻밖의 ‘힐링’을 선물한다.
◆“세상에 단 하나”… 나만의 시그니처 새긴 청자
자신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와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흙을 가래떡처럼 길게 말아 쌓아 올리는 ‘코일링 기법’은 자유로운 형태의 기물을 만들기에 제격이다. 또한, 반건조된 청자 표면에 칼끝으로 섬세하게 그림이나 글씨를 새기는 ‘조각 체험’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소장할 절호의 기회다.
완성된 작품은 바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건조와 소성(굽기) 과정을 완벽하게 마친 뒤, 택배를 통해 집으로 배송된다. 축제의 추억이 한 달 뒤 ‘깜짝 선물’처럼 도착하는 셈이다.
◆최영천 관장 “박제된 역사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체험으로”
체험장은 축제 기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활짝 연다. 개인은 물론 학교나 단체 연수 프로그램과 연계한 대규모 체험도 가능하다.
최영천 고려청자박물관장은 “강진은 고려청자의 심장이자 영혼이 깃든 곳”이라며 “이번 축제를 통해 관람객들이 단순히 구경꾼에 머물지 않고, 천년의 시간을 빚어보는 주체로서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온몸으로 느끼고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주말, 차가운 디지털 기기는 잠시 내려놓고 따뜻한 흙의 온기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강진의 붉은 황토가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