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전, 한 나라의 '운명'을 품었다…오직 '부산에만' 있는 무료 공간

2026-02-24 10:30

add remove print link

부산 임시수도기념관
한국전쟁의 기록과 피란민의 애환을 담다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시절이 있듯, 도시 부산에도 가슴 한구석이 시리면서도 뜨거웠던 시간이 있다. 1950년 여름, 포성이 한반도를 뒤흔들던 때 부산은 국난을 피해 내려온 사람들을 품어낸 마지막 보루이자, 나라의 운명을 짊어졌던 임시 수도였다. 오늘날 화려한 마천루와 바다가 떠오르는 부산과 달리, 당시의 부산은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부산 임시수도기념관은 그 시기의 기록을 담아, 지금도 조용히 그 시간을 전하고 있다.

임시수도기념관 / 부산 임시수도기념관 홈페이지
임시수도기념관 / 부산 임시수도기념관 홈페이지

기념관의 중심은 대통령 관저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 경상남도 도청이 진주에서 부산으로 이전한 뒤, 1926년 경상남도 도지사 관사로 지어진 2층 규모의 벽돌 가옥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뒤 부산이 임시 수도 역할을 하던 1950년부터 1953년까지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대통령이 이곳에 머물며 국정을 돌보았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부산광역시는 이러한 역사적 위상을 기리고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1984년 6월 25일 이곳을 기념관으로 개관했다.

관저 안으로 들어서면 ‘역사가 멀리 있지 않다’는 느낌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당시 대한민국 정치의 중요한 결정들이 이뤄지고, 긴박한 대외 외교 업무가 논의되던 곳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공간의 공기마저 단정해지는 듯하다. 집무실과 응접실은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해 관람객이 현장을 체감하도록 돕는다.

전시관 내부 / 부산 임시수도기념관 홈페이지
전시관 내부 / 부산 임시수도기념관 홈페이지
전시관 내부 / 부산 임시수도기념관 홈페이지
전시관 내부 / 부산 임시수도기념관 홈페이지

관저 뒤편으로 발길을 옮기면 2012년 9월 새롭게 문을 연 전시관이 나타난다. 과거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관사로 쓰였던 벽돌조 건물을 전면 리모델링해 조성한 공간이다. 상설 전시실에서는 한국전쟁의 발발 과정부터 피란민들의 고단했던 생활상, 그리고 임시 수도 시기 부산의 정치·경제·문화적 변화상을 체계적으로 조명한다. 좁은 골목길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판자촌의 풍경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교육과 예술의 끈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늘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평화가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님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피란학교 / 비짓부산(visitbusan) 홈페이지
피란학교 / 비짓부산(visitbusan) 홈페이지

부산 임시수도기념관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관람할 수 있고,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관람료는 무료로, 누구나 부담 없이 들르기 좋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이며,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그다음 날 문을 닫는다. 전쟁의 아픔을 딛고 임시 수도로서의 소명을 다했던 부산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고 싶다면, 이곳의 붉은 벽돌 담장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자. 과거와 현재가 겹치는 순간, 부산이라는 도시가 품어왔던 시간의 무게가 조용히 다가올 것이다.

임시수도기념관 / 구글 지도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