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까다로운 사람도 무조건 찾는다…'맛의 고장' 남도 맛 기행

2026-02-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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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가 차려낸 사계절의 성찬

낯선 여행지로 향하는 마음은 언제나 설렘과 긴장이 교차한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낯설어질 때쯤, 코끝을 스치는 알싸하고 고소한 냄새는 비로소 우리가 남도의 품에 안겼음을 실감하게 한다. 전라남도는 단순히 지리적 경계를 가리키는 지명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어머니의 손맛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지친 일상을 일으켜 세우는 든든한 한 끼의 위로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목마다 숨어 있는 전라남도의 진짜 맛을 찾아 길을 떠나보자.

1. 강진 한정식 : 남도의 너른 들판과 바다를 한 상에 담아내다

강진의 길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한정식이다. 옛 선비들의 풍류와 궁중의 식문화가 조화롭게 녹아든 강진의 상차림은, 그 가짓수부터 압도적이다. 자리에 앉으면 주방에서 정성껏 차려낸 상이 한 번에 들어오곤 하는데, 이는 손님을 귀하게 대접하고자 하는 남도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오래된 방식이다. 육지의 고기와 바다의 해산물, 산의 나물이 한데 어우러진 한 상은 맛의 조화뿐 아니라 영양의 균형도 훌륭하다. 신선한 채소와 각종 나물은 풍부한 식이섬유를 더하고, 함께 오르는 생선과 육류는 양질의 단백질을 채워준다. 다양한 식재료를 골고루 맛볼 수 있어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에도 도움이 된다. 화려한 가짓수에 눈이 즐겁고, 깊은 풍미에 입이 즐거운 강진 한정식은 여행자에게 남도의 넉넉한 인심을 가장 먼저 일깨워주는 첫인사다.

강진한정식 / 강진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강진한정식 / 강진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2. 홍어삼합 : 시간과 기다림이 빚어낸 발효의 정수

전라도의 잔칫상이나 제삿날에 빠지지 않는 음식으로는 삭힌 홍어가 있다.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특유의 톡 쏘는 향이 다소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잘 삶아낸 돼지고기 수육과 오래 묵힌 김치를 곁들인 ‘홍어삼합’을 한입에 넣는 순간, 그 편견은 의외로 쉽게 무너진다. 홍어의 알싸한 맛을 고소한 수육이 부드럽게 감싸안고, 묵은지의 산미가 뒷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이 조합은 맛의 균형만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 결과물이기도 하다. 홍어는 영양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식재료로 알려져 있는데, 연골에는 관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콘드로이친 성분이 풍부하다는 점이 자주 언급된다. 여기에 돼지고기의 비타민 B1, 김치의 유산균까지 더해지니, 남도가 자랑하는 ‘기다림의 미학’이 밥상 위에서 완성되는 셈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모습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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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벌교 꼬막 : 차가운 겨울 갯벌이 숨겨둔 쫄깃한 보물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보성 벌교의 앞바다는 한층 분주해진다. 갯벌의 영양을 듬뿍 머금은 꼬막이 제철을 맞기 때문이다. 벌교 꼬막은 다른 지역보다 육질이 단단하고 감칠맛이 강해 예부터 귀한 식재료로 손꼽혀 왔다. 살짝 데쳐 양념 없이 즐기는 참꼬막부터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회무침까지 조리법도 다양해, 취향에 따라 다른 얼굴의 맛을 만날 수 있다. 꼬막은 흔히 ‘바다의 비타민’이라 불릴 만큼 영양소가 풍부한 식재료다. 특히 철분이 많아 빈혈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고, 필수 아미노산도 고르게 들어 있어 성장기 아이들이나 기력 회복이 필요한 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또한 꼬막에 들어 있는 타우린 성분은 간 기능과 피로 회복, 콜레스테롤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갯벌의 짠기를 머금은 쫄깃한 식감 뒤로 퍼지는 달큰한 맛은, 겨울 남도에서만 누릴 수 있는 제철의 특권처럼 느껴진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모습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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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목포와 무안의 낙지 : 기운을 북돋우는 갯벌의 생명력

전남지역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낙지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도 빠뜨릴 수 없다. 목포와 무안 일대의 갯벌에서 갓 잡아 올린 낙지는 다리가 가늘고 부드러워, 입안에서 사르르 풀리는 듯한 식감을 선사한다. 나무젓가락에 낙지를 통째로 감아 양념을 발라 구워내는 ‘낙지호롱구이’는 간편하지만 강렬하고, 박과 함께 시원하게 끓여내는 ‘연포탕’은 속을 다독이는 따뜻함이 있다. 낙지는 예부터 ‘쓰러진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말이 있을 만큼 원기 회복 음식으로 알려졌다. 고단백 식품이면서도 칼로리가 비교적 낮아 부담이 적고, 타우린 함량이 높아 피로 해소와 활력 보충에 좋다는 이야기도 많다. DHA 등 지방산이 들어 있어 두뇌 건강과 관련해 언급되기도 한다. 여행길에 지친 몸에 낙지 한 점이 주는 생명력은, 말 그대로 바다의 기운을 통째로 들여오는 느낌에 가깝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모습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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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맛 기행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여정이 아니다. 척박한 갯벌에서 보물을 길어 올리고, 긴 기다림으로 발효의 미학을 완성해 온 남도 사람들의 삶을 한 상, 한 점에 담아 만나는 과정이다. 강진의 한정식이 넉넉한 환대의 문을 열어 준다면, 홍어삼합은 시간이 만든 풍미로 편견을 바꾸고, 벌교의 꼬막은 겨울 갯벌의 성실함을 전하며, 목포·무안의 낙지는 여행자의 기운을 다시 세워 준다. 길 위에서 만난 이 네 가지 음식은 전라남도가 여행자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하고 정직한 환대다.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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