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서울의 봄’까지 넘었다...박스오피스 발칵, 1100만 돌파한 ‘한국 영화’
2026-03-0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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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속도로 1100만 돌파, '왕과 사는 남자'의 비결은?
감정 중심 사극의 힘, 재관람객까지 불러모은 이유
올해 극장가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은 작품이 또 한 번 기록을 갈아치웠다.

개봉 이후 좀처럼 식지 않는 흥행세를 이어가던 ‘왕과 사는 남자’가 1100만 관객을 넘어서며 한국 영화 흥행사에 또렷한 이름을 새겼다. 이미 천만 고지를 밟은 데 이어, ‘파묘’와 ‘서울의 봄’보다도 빠른 속도로 1100만 관객을 모으면서 박스오피스 판도까지 뒤흔들고 있다.
8일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는 이날 기준 누적 관객 1117만 명을 기록했다. 전날 하루에만 75만4000여 명이 관람했고, 매출액 점유율은 80.4%에 달했다. 개봉 33일째 1100만 고지를 넘은 이 작품은 같은 기준으로 ‘파묘’의 40일, ‘서울의 봄’의 36일, ‘광해, 왕이 된 남자’의 48일보다 빠른 속도로 관객을 끌어모았다. 단순히 천만을 넘긴 데 그치지 않고, 그 이후에도 흥행 탄력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점이 더 인상적이다.

현재 추세라면 1200만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낮 12시 기준 예매 관객 수는 약 27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흐름이 이어질 경우 주말 중 1200만 관객 돌파는 물론, 다음 주 안에 1300만 관객 고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통상 상업영화는 개봉 첫 주말 이후 관객 수가 점차 줄어드는 흐름을 보이지만, ‘왕과 사는 남자’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개봉 첫 주말 76만 명이었던 관객 수는 2주 차 주말 95만 명, 3주 차 주말 141만 명, 4주 차 주말 175만 명으로 오히려 가파르게 늘어났다. 이번 주말에도 4주 차와 비슷한 수준의 흥행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 같은 기세는 기존 천만 영화들의 기록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왕과 사는 남자’는 역대 천만 영화 34편 가운데서도 ‘실미도’, ‘아바타: 물의 길’, ‘범죄도시3’, ‘기생충’ 등 7편의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파묘’, 그리고 지난해 사회적 열풍에 가까운 반응을 일으킨 ‘서울의 봄’보다도 빠른 흥행 속도를 보였다는 점은 이 작품의 파급력을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천만 영화’라는 타이틀 자체보다도, 어디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느냐가 더 큰 관심사가 된 셈이다.
작품의 힘은 기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왕과 사는 남자’는 폐위된 단종 이홍위가 강원도 영월 유배지에서 촌장 엄흥도와 마을 사람들을 만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과정을 그린다. 권력 다툼이나 정치적 긴장보다 인물 간 교감과 정서적 울림에 중심을 둔 점이 특징이다. 비극적 결말을 향해 가는 사극이면서도, 웃음과 온기, 그리고 깊은 여운을 함께 남긴다는 반응이 이어지면서 세대를 가리지 않고 관객을 불러모았다. 천만 돌파 이후에도 ‘N차 관람’이 이어지는 배경 역시 이 같은 정서적 힘에서 찾을 수 있다.

실관람객 반응도 뜨겁다. 8일 기준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은 8.91점, 네티즌 평점은 9.32점을 기록 중이다. “명작 중의 명작”, “끝나기 30분 전부터 계속 울었다”, “박지훈 연기가 잊히지 않는다”, “여러 번 보고 싶은 영화” 같은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단순히 입소문이 좋다는 수준을 넘어, 관객 감정을 깊게 흔드는 작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형성된 모습이다. 흥행 동력의 핵심으로 ‘배우들의 열연’과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의 조합이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에게도 이번 흥행은 특별하다. ‘기억의 밤’, ‘리바운드’, ‘더 킬러스’ 등을 통해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었던 장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첫 천만 영화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조선시대 단종과 엄흥도에 관한 짤막한 역사 기록에서 출발해, 단종의 마지막 4개월을 스크린 위에 섬세하게 재구성했다는 점이 작품의 차별점으로 꼽힌다. 익숙한 역사 소재를 가져오되,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대의 빈틈을 감정 중심의 이야기로 확장해냈다는 평가다.
캐스팅 역시 흥행의 직접적인 원동력이 됐다. 엄흥도 역의 유해진, 단종 역의 박지훈은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붙들었다. 장항준 감독은 “단종 이홍위는 꼭 박지훈이어야 했다”며 “20대가 할 수 있는 연기가 아니다”라고 극찬했고, 유해진 역시 “박지훈이 아닌 이홍위는 상상이 안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두 배우의 호흡은 영화의 정서를 끌어올린 핵심 축으로 작용했고, 유지태, 전미도, 김민, 이준혁, 안재홍 등 배우들 역시 탄탄한 존재감으로 극의 밀도를 더했다.
천만 돌파 이후 공개된 주역들의 흥행 소감도 화제를 모았다. 장항준 감독은 “왕! 감사합니다!”, 유해진은 “당나귀가 왔소!”, 박지훈은 “사랑 주신 덕분!”이라며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화 속 명패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6글자 소감은 작품의 여운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며 팬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31일째인 지난 6일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2024년 ‘파묘’와 ‘범죄도시4’ 이후 2년 만에 천만 영화 계보를 이었다. 사극으로 범위를 좁히면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에 이은 네 번째 천만 영화다. 결국 ‘왕과 사는 남자’의 현재 흥행은 단순한 기록 갱신이 아니라, 한국 영화가 다시 대중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고 있다는 상징적 장면으로 읽힌다. 1100만을 넘어선 이 작품이 어디까지 올라설지, 극장가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