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 살해 개' 주인 아들 "개 안 풀어 놓았다"

2013-04-0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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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사랑실천협회지난달 29일 경기도 안성에서 견종 로트와일러 한 마리가 전기톱에 등 부위가

동물사랑실천협회

지난달 29일 경기도 안성에서 견종 로트와일러 한 마리가 전기톱에 등 부위가 절단된 채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기사 바로가기)

이 사건에 대해 SNS에서는 "죽은 로트와일러 주인이 개를 풀어놓고 키운 게 잘못 아니냐", "개를 전기톱으로 죽인 사람도 정당방위 차원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일 수 있다", "로트와일러는 세계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견종인 핏볼에 이어 2위에 오른 사나운 종이다" 등 개 주인을 탓하는 글과 로트와일러의 공격성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하지만 SNS에서 떠도는 이야기와 실제 사연은 많이 달랐다.

죽은 로트와일러 주인 아들과 2일 통화한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왜 개를 풀어놓고 키운 건가?

= "우리집은 절대 개를 풀어놓고 키운 적이 없다. 항상 우리에 가둬 놓고 키웠다. 특히 우리 집은 요양원을 해서 절대 개를 풀어 놓고 키울 수 없다.

우리집 개를 전기톱으로 죽인 찜질방 사장은 모두 6마리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 그 중 한마리는 아예 풀어 놓고 키운다. 여기는 시골이라서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무마하는 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집은 절대 개를 풀어놓고 키우지 않았다. SNS에서 떠도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 보여준 개들이 풀려 있는 캡처 화면은 아버지가 아침에 밥을 주며 잠시 동안 우리 앞에서 개들을 풀어준 장면이다. 그 한순간의 캡처 화면이 우리 집을 '개를 풀어놓고 키우는 어리석은 주인'으로 만들었다."

- 그럼 어떻게 풀려나서 신문배달부를 따라간 건가? (로트와일러는 죽기 직전 마당에서 신문배달부를 따라가다 CCTV 화면에서 사라진 뒤 전기톱에 등 부위를 절단당했다.)

= "죽은 개는 새끼가 있다. 그 새끼 강아지가 죽은 어미 개의 우리 빗장을 여는 걸 몇 번 봤다.

죽은 당일 새벽에도 어미 개의 우리 빗장을 새끼 강아지가 열고 마당에서 함께 놀다가 신문배달 온 배달부를 따라 올라가다 참변을 당한 것이다."

-개가 공격성이 있지는 않은가? SNS에서는 신문배달부도 덩치 큰 개들이 쫓아와 놀랐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던데?

= "그때의 신문배달부가 3일 전 자발적으로 방송국 인터뷰를 했다. 자기를 따라오다 죽은 것 같다고, 너무 마음이 안 좋다며 인터뷰를 자진해서 해줬다.

그때 그 배달부가 개들이 꼬리를 흔들며 자기를 따라오는 데 너무 순했고, 사나운 개였다면 자기도 그렇게 개들이 따라오게 두지 않았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신문배달부를 따라 갔던 두 마리가 어미 개와 새끼 강아지다. 죽은 로트와일러는 어미 개였다."

- 로트와일러를 죽인 찜질방 주인은 경찰 조사에서 사건 전날 로트와일러가 자기 집 개를 물었고, 사건 당일에는 자신을 공격하려 해서 '정당방위' 차원에서 들고 있던 전기톱으로 죽인 거라고 말하는데?

= "그 전날 찜질방 주인 개를 물었다는 건 절대 사실이 아니다.

그날은 개들을 풀어 놓은 적이 없다. 그 주인이 거짓말을 한 거다. 그리고 사건 당일 '정당방위'였다면 왜 사고가 있은 뒤 바로 신고하지 않은 건가.

이해할 수 없다. 보통 '정당방위'라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우리집에 알려야 하는 게 아닌가.

우리 집 개는 전기톱으로 등 부위를 절단 당한 뒤 마당에 방치돼 있었다. 그걸 요양원 선생님이 출근하다 발견하고, 우리에게 알려준 것이다.

요양원 선생님이 로트와일러를 발견했을 때 찜질방 주인은 한 쪽에서 개를 지켜보며 앉아 있었다고 했다. 이게 '정당방위'를 한 사람의 대응 조치란 말인가."

- 그럼 가해자는 왜 로트와일러를 죽인건가?

="그 주인과는 처음부터 사이가 안 좋았다. 우리가 2년 전에 안성으로 이사를 오며 요양원을 했다.

그런데 그 찜질방 주인은 요양원이라는 시설 자체가 들어서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했었다.

이 지역이 텃세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난 번 동네 양계장 집 사장이 우리집 진돗개 한 마리를 총으로 쏘아 죽인 일이 있었다. 그때는 우리집 개가 그쪽으로 넘어간 것도 있고, 사장이 사과를 해 일이 마무리 됐었다.

이 찜질방 사장은 지난번에도 우리집 개를 쇠파이프로 때리고 그걸 말리던 아버지도 폭행한 적 있다."

이번 사건 가해자 A씨에 대해 용인경찰서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2일 밝혔다.

피해자는 "사장이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살아 있는 생명체를 전기톱으로 살해한 잔인한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합의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FromCareKorea)는 가해자에 대한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2일 오후부터는 해외서명 운동도 시작했다.

죽은 로트와일러 주인 집에 설치돼 있는 개 우리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