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시인에게 성폭력당해” 폭로한 김현진씨 사망... 향년 28세

2026-04-18 07:39

add remove print link

가해자 8년 법정 싸움 끝에 2024년 실형 확정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시인 박진성씨에게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해 문단 내 성폭력 고발 운동을 촉발한 김현진씨가 17일 세상을 사망했다. 향년 28세.

고인의 법률대리인이었던 이은의 변호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고를 전했다. 이 변호사는 "짧았지만 빛나고 뜨거웠던 98년생 김현진씨의 작별을 전한다"고 밝혔다.

유명 시인이었던 박씨는 2015년 9월 인터넷 시 강습을 통해 알게 된 고인에게 성적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당시 고인의 나이는 17세였다. "내가 성폭행해도 안 버린다고 약속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고인은 1년여가 지난 2016년 10월 문학계를 중심으로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와 함께 성폭력 피해 폭로가 잇따르던 시기에 X에서 익명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고인의 폭로를 시작으로 다른 X 이용자들도 박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잇달아 주장했다.

성폭력 피해 폭로 후 쏟아진 2차 가해

그러자 박씨는 SNS를 통해 "무고는 중대 범죄"라고 주장하며 폭로가 허위라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자신의 X에 고인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게시하고 실명과 고향, 나이 등 개인 신상 정보까지 공개했다. 고인이 "돈을 목적으로 허위 폭로를 했다"는 취지의 글도 반복해서 올렸다.

온라인에서 악성 댓글 등 2차 가해가 쏟아졌다. 고인은 2020년 12월 박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박씨의 게시물 일부를 허위사실 적시로 판단해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같은 혐의로 박씨를 기소했다.

박씨도 민사소송을 먼저 제기했다. 2019년 고인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2021년 5월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은 박씨 청구를 기각했다. 오히려 고인이 낸 반소를 받아들여 박씨가 고인에게 1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씨의 성희롱 사실이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2심에서는 배상액이 3300만원으로 늘었고, 박씨 청구는 다시 기각됐다.

폭로 8년 만에 실형 선고받은 가해자

형사 재판도 고인 편이었다. 2022년 9월 대전지방법원 1심이 박씨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320시간을 선고했다.

박씨는 항소했으나 결과는 더 무거워졌다. 2023년 11월 대전지법 2심은 원심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이를 파기하고 징역 1년 8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고인에게 건넨 말과 문자메시지 내용을 인지한 상태에서도 고인을 무고범으로 단정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판단했다. 형사 1심 선고를 앞두고 민사소송을 취하하고 판결금을 공탁한 행위도 진정한 반성으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를 소송 전략의 일환으로 봤다. 고인의 신상 정보와 허위 사실 게시물을 스스로 정정하려는 노력을 한 차례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박씨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2024년 2월 상고가 기각되며 실형이 최종 확정됐다. 최초 폭로로부터 꼬박 8년 만의 결론이었다.

이은의 변호사는 "용기 있고 총명한 청춘이었다"며 "그가 낸 용기에 아주 많은 여성이 함께 손잡고 직진해 사필귀정을 이뤄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동신병원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8일 오후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관련기사

NewsChat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