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찜닭부터 평택 폐계닭까지... 상반기 공개될 ‘전국 치킨 지도’의 정체
2026-04-28 12:30
add remove print link
닭요리 미식 가이드 '전국 치킨 벨트 지도' 제작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국 치킨의 인기가 이제는 단순한 배달 음식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미식 관광 자원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원 통닭과 안동 찜닭 등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메뉴부터 물닭갈비나 폐계닭처럼 특정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닭요리 맛집을 연결하는 ‘K-치킨 벨트’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업의 핵심 결과물인 ‘K-치킨 벨트 전국 지도’는 대국민 참여 이벤트를 통해 접수된 생생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상반기 중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3월 19일부터 4월 12일까지 진행된 이번 공모 이벤트에는 전국의 숨은 맛집과 지역 특화거리, 그리고 역사적 이야기가 담긴 장소를 추천하려는 국민의 참여가 뜨거웠다. ‘나만의 K-치킨 성지 공모’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행사에 접수된 아이디어만 무려 2700여 건에 달했다. 접수된 내용 중에는 치킨이나 닭갈비, 찜닭처럼 대중적인 메뉴는 물론이고 닭코스 요리, 닭똥집, 물닭갈비, 폐계닭 등 지역의 지리적 특색과 서민들의 애환이 반영된 다양한 닭요리들이 포함되어 한국 닭요리의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보여줬다.
안동 찜닭의 발상지와 서민들의 지혜... 안동 구시장 닭골목의 역사
이번 치킨 벨트 지도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안동 찜닭은 그 유래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은 1980년대 안동 구시장(옛 시장) 닭골목의 상인들이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다. 당시 서구식 프라이드치킨이 큰 인기를 끌며 시장의 통닭집들이 위기를 맞자, 상인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채소와 당면을 듬뿍 넣고 간장 소스에 조려 양을 넉넉하게 만든 것이 찜닭의 시초가 됐다.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이 요리는 곧 전국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안동을 대표하는 미식으로 자리 잡았다.

또 다른 유래로는 안동의 부유한 동네인 ‘안동내(안동 안동네)’에서 잔치 때 해 먹던 찜닭을 사람들이 ‘안동네 찜닭’이라고 부르던 것이 ‘안동 찜닭’으로 굳어졌다는 설도 존재한다. 어떤 설이든 안동 찜닭은 풍부한 농산물과 서민들의 생존 전략이 결합하여 탄생한 지혜의 산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지도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상세히 담아 관람객들이 음식을 먹으며 그 안에 담긴 서사까지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광부들의 목을 축여주던 태백 물닭갈비와 평택의 쫄깃한 별미 폐계닭
강원도 태백 지역의 물닭갈비 역시 이번 지도에서 주목받는 독특한 미식 콘텐츠다. 일반적인 닭갈비가 철판에 볶아내는 방식이라면, 물닭갈비는 육수를 넉넉히 붓고 전골처럼 끓여 먹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과거 태백의 탄광촌에서 광부들이 목에 낀 탄가루를 씻어내기 위해 국물이 있는 음식을 선호했던 환경에서 비롯됐다. 퍽퍽한 닭고기에 국물이 배어들게 하고 채소를 듬뿍 넣어 한 끼 식사로 든든하게 먹을 수 있었던 물닭갈비는 현재까지도 태백의 가장 대표적인 향토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경기도 평택에서만 맛볼 수 있는 ‘폐계닭’ 요리도 지도에 이름을 올린다. 폐계닭은 알을 낳는 시기가 지난 노계를 사용하여 매콤하게 볶아내는 요리다. 노계 특유의 단단하고 쫄깃한 육질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한 번 그 맛에 빠진 사람들은 일반 육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풍미와 씹는 맛을 최고로 꼽는다. 평택역 인근을 중심으로 형성된 폐계닭 골목은 지역 주민들의 오랜 단골집들이 모여 있는 숨은 명소로, 이번 치킨 벨트 지도를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명소와 축제를 잇는 미식 관광의 플랫폼화
농식품부는 이번 지도가 단순히 맛집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역사적 명소와 축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 화성 인근의 통닭거리와 대구 평화시장의 닭똥집 골목, 그리고 안동의 찜닭거리는 이미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여기에 대구 치맥 페스티벌, 금산 삼계탕 축제 등 닭을 주제로 한 지역 축제들을 연계하여 관광객들이 특정 시기에 맞춰 지역을 방문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개성 있는 메뉴들도 지도의 한 축을 담당한다. 충북 단양과 경북 의성의 마늘을 듬뿍 넣은 마늘치킨, 그리고 제주의 감귤 소스를 활용한 상큼한 치킨 등은 지역의 특산물 홍보와 판매에도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또한 전북 익산의 치킨로드나 경북 구미의 1991 문화거리처럼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닭요리의 역사와 제조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들도 포함되어 미식 관광의 깊이를 더한다.
상반기 내 공개될 전국 지도와 글로벌 미식 자원으로서의 미래
농식품부는 이번에 수집된 2700여 건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K-치킨 벨트 전국 지도를 제작해 상반기 내에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지도 제작과 함께 여행 전문 크리에이터들이 전국 각지의 닭요리 명소를 직접 돌며 촬영한 생동감 넘치는 영상도 공개된다. 이를 통해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신뢰할 수 있는 미식 가이드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정경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이번 이벤트를 통해 닭요리가 지역 식문화와 관광을 하나로 묶는 핵심적인 콘텐츠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접수된 명소들을 중심으로 지역별 이야기를 반영한 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민간 플랫폼과 연계한 홍보를 강화하여 K-치킨 벨트를 전 세계인이 찾는 글로벌 미식 관광 자원으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의 치킨 문화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지역 경제를 살리고 한국을 알리는 대표적인 문화 브랜드로 성장할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