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어버이날 참변…대구 지하차도서 대형 낙석에 깔린 보행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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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지하차도 인근에서 대형 낙석이 통행로 덮쳐

어버이날인 8일 오전, 대구 남구에서 지하차도 옆 경사면에 있던 대형 암석이 통행로로 쏟아지면서 지나가던 보행자가 숨졌다. 사고 지점에는 안전 펜스조차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나 관리 소홀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대구 지하차도 인근 낙석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 중인 소방대원들 /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8일 대구 지하차도 인근 낙석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 중인 소방대원들 /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낙석 쏟아진 순간…50대 보행자 암석에 깔려 사망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8일 오전 10시 47분,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지하차도 옆 절개지 경사로에서 대형 암석 여러 개가 아래 통행로로 한꺼번에 쏟아졌다. 암석 대부분은 너비 1~2m 안팎에 무게가 100kg을 넘어 보이는 것들이었다. 사고 지점은 주변보다 암석이 더 많이 돌출돼 있던 구간으로, 인근을 지나던 50대 남성 A씨가 쏟아진 암석에 그대로 깔렸다.

소방 당국은 장비 10여 대와 인력 30여 명을 현장에 투입해 구조작업에 나섰고, 사고 발생 약 10분 만인 오전 10시 52분쯤 A씨를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A씨는 끝내 숨졌다.

사고 직후 소방 당국에는 "옹벽이 무너졌고 굴다리 입구 도로를 막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나, 실제 붕괴된 것은 옹벽이 아닌 옹벽 옆에 자연 상태로 있던 암석인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오전 10시 47분쯤 대구 남구 봉덕동 한 지하도 옆 경사로에서 대형 암석이 떨어지는 사고가 나 관계 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8일 오전 10시 47분쯤 대구 남구 봉덕동 한 지하도 옆 경사로에서 대형 암석이 떨어지는 사고가 나 관계 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등산객·주민 왕래 잦은 곳…안전 펜스는 없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하차도는 대구 신천 둔치와 봉덕동 마을을 연결하는 통행로로, 펜스를 사이에 두고 일방통행 차로와 인도가 나란히 설치돼 차량과 보행자 모두 이용하는 구간이었다. 마을 안쪽으로는 대구 남구의 관광 명소인 앞산 등산로와 고산골 공룡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 평소 주민은 물론 등산객도 많이 찾는 곳이다. A씨 역시 보행자 통행로를 걷던 중 변을 당했다.

현장 확인 결과 지하차도 입구 바로 옆 경사면에는 대형 암석들이 위태롭게 노출돼 있었지만, 낙석에 대비한 안전 펜스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반면 사고 지점에서 마을 입구 쪽으로 불과 3~4m 떨어진 곳부터 마을 안쪽까지 수십m 구간의 산비탈 전면에는 낙석·산사태 대비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해당 펜스 한쪽에는 2024년 4월 관할 구청인 남구가 이 일대를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했다는 안내판도 부착돼 있었다. 하지만 정작 사망 사고가 난 지점이 왜 펜스 설치 구간에서 빠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사고 지점 일대는 집중호우나 강풍 등 기상 상황에 따라 산사태 또는 낙석 발생 위험이 높은 안전 취약지역으로 분류된 곳이었다. 사고 당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대구 지역에는 평균 초속 9m, 최대 순간 풍속 초속 16m의 강풍이 불었으며, 일각에서는 암석에 박혀 있던 나무가 강풍에 쓰러지면서 낙석이 유발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행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대구 남구 봉덕동의 지하차도 인근 / 연합뉴스
보행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대구 남구 봉덕동의 지하차도 인근 / 연합뉴스

당국 "정확한 경위 조사 중"…경찰, 관리 소홀 여부 수사

남구청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대형 암석들이 모여 있는 경사로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암석이 떨어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로서는 사고 수습이 우선인 상황"이라며 "사고지점에 안전 펜스가 설치되지 않은 경위 등은 추후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주변 관리 책임이 있는 대구 남구청의 관리 소홀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남구청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남구는 사고 직후 상동교 하상도로를 통제하고 수습 작업에 들어갔다.

대구시, 긴급 안전 점검 실시…시장 선거 후보들도 애도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사망 사고 소식을 접하고 "고인을 애도하고,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사고원인을 신속히 파악하고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향후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시민 통행이 잦은 도로변과 지하통로, 낙석 위험지역, 옹벽·축대 등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을 즉각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구시장 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들도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예비후보는 "오늘 낙석 사고로 대구 시민이 돌아가셨다"며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한 사람으로서 특히 사고 뉴스를 볼 때마다 많이 놀란다"며 "사고를 예방하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치와 행정이 해야 할 최우선 순위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한 대구시를 만들겠다"며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를 드리며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예비후보는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추 예비후보는 "대구시는 지금 당장 각종 안전시설에 대해 철저히 점검하시기를 바란다"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시정의 가장 기본이자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책무"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구시정을 맡게 된다면 노후화된 옹벽, 지하차도, 교량 등 모든 취약 시설물에 대한 전면적이고 정밀한 안전 진단을 즉각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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