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동안 잠들어 있었다…태안 앞바다서 발견된 뜻밖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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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탄소 동위원소 분석 착수…통일신라~고려시대 가능성 제기
청자 운반선 침몰 흔적 이어 또 발견…‘바닷속 경주’ 태안 해역 주목
‘바닷속 경주’로 불리는 충남 태안 마도 앞바다에서 거의 완전한 형태의 인골이 발견됐다. 수백 년 전 바닷길을 오가던 뱃사람의 흔적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학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태안 마도 해역에서 진행한 2024년 수중 발굴 조사 과정에서 고(古) 인골을 확인했다고 18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연구소는 최근까지 인골 수습 작업을 마쳤고 현재 본격적인 분석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이 일대에서 사람 뼈 일부가 나온 적은 있었지만 사실상 완전한 형태에 가까운 인골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해졌다.
거의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고인골
현재 연구소는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인골의 성별과 나이, 키 등을 추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뼈 조직에서 DNA를 추출해 신원을 분석하고 뼈에 남은 탄소 동위원소를 활용해 절대 연대를 측정하는 절차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최근 고고학계에서는 치아와 뼈에 남은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해 당시 식생활과 생활 환경까지 추적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다양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연구소 안팎에서는 발견된 인골의 연대를 통일신라 시기부터 고려시대까지 폭넓게 보고 있다. 발견 지점 바로 옆에서는 난파선으로 추정되는 선체 조각이 나오지 않았지만 조금 떨어진 해저 바닥에서는 선체 일부로 보이는 조각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골과 선체 사이 연관성이 있는지는 앞으로 추가 조사를 통해 규명될 전망이다.

태안 마도 해역은 오래전부터 수중 유물이 대거 발견돼 ‘바닷속 경주’라는 별칭으로 불려왔다. 고려청자를 싣고 개경으로 향하던 배들이 폭풍을 만나 침몰한 흔적도 이 일대에서 확인됐다. 실제로 2008년 태안 대섬 앞바다 수심 15m 지점에서는 고려청자를 운반하던 ‘태안선’ 관련 인골이 발견된 바 있다. 국내 난파선에서 사람 뼈가 발견된 첫 사례였다.
당시 발견된 인골은 좌우 어깨뼈와 위팔뼈, 아래팔뼈, 척추뼈 등이었다. 연구 결과 30대 남성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고 위팔뼈 길이를 바탕으로 추정한 키는 약 160cm였다. 골절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건강한 신체를 지닌 인물로 추정됐다. 특히 인골이 다섯 겹으로 쌓인 청자 더미 아래 깔린 상태로 발견돼 갑작스러운 침몰 과정에서 화물에 깔려 숨진 상황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마도 5호선’ 실체 규명도 본격화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올해도 마도 해역 수중 발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수중고고학 전문가와 잠수사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충남 태안 안흥초등학교 신진도분교에서 개수제를 열고 안전한 조사 작업을 기원했다. 개수제에서는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서해 용왕님’께 안전을 비는 의식도 진행됐다. 이은석 국립해양유산연구소장은 축문을 통해 “아무 사고 없이 안전하게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자애로운 보살핌을 바란다”고 기원했다.

올해 조사 핵심 목표는 고려시대 난파선으로 추정되는 ‘마도 5호선’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다. 연구소는 지난해 시굴 조사 과정에서 청자 다발과 선체 조각 등을 확인한 상태다. 이를 토대로 마도 5호선은 12세기 중반 고려 선박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조사에서는 선체 구조와 규모를 본격적으로 확인하고 해저 음파 탐사를 통해 추가 수중유산 존재 여부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다.

올해는 1976년 신안선 발굴로 시작된 국내 수중발굴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반세기 동안 축적한 수중고고학 조사 역량을 바탕으로 마도 5호선의 구조와 성격을 규명해 해양유산 연구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연구소는 국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호응을 얻은 ‘난파선 수중발굴 캠프’ 운영 규모를 늘려 수중발굴 전용선 ‘누리안호’에 직접 탑승해 발굴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관련 전공 대학생과 현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수중고고학 캠프’도 함께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