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옛 교도소, 문학과 예술 숨 쉬는 문화공간으로 다시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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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ZIP서 글쓰기·사진 프로그램 운영…폐쇄의 공간, 사유와 감성의 무대로 변신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장흥군이 과거 단절과 폐쇄의 상징이었던 옛 장흥교도소를 문학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해석하며 특별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군은 오는 5월 20일과 30일, 옛 장흥교도소를 새롭게 단장한 문화예술 공간 ‘빠삐용ZIP’에서 5월 ‘구석구석 문화가 있는 날’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전시나 관람 중심 행사에 머물지 않고, 참가자들이 공간이 지닌 역사적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장흥의 시간과 풍경을 보다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 특징이다. 한때 사람을 가두던 장소가 이제는 생각을 풀어내고 예술적 감각을 깨우는 공간으로 변모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장흥군은 이번 행사를 통해 옛 교도소라는 이색적인 장소성을 적극 활용해, 공간이 가진 기억과 분위기를 문화예술 콘텐츠와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의 문화행사가 단순히 보고 듣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면, 빠삐용ZIP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이 직접 공간 안으로 들어가 체험하고 사유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폐쇄적 구조와 고요한 분위기를 오히려 몰입과 성찰의 장치로 전환한 셈이다.

먼저 오는 5월 20일 오후 3시에는 ‘글감옥’ 프로그램인 「나를 마주하는 문장 여행」이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 독방 공간을 활용해 참가자들이 오롯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도록 구성된 체험형 문학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글쓰기 강의가 아니라, 공간의 특성과 감정의 흐름을 결합해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성찰형 콘텐츠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프로그램은 권혁민 강연자의 강연으로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글쓰기의 의미와 감정 표현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눈 뒤, 실제 옛 교도소 독방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그 안에서 평소 쉽게 꺼내놓지 못했던 감정과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고, 이를 문장으로 기록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 오직 자신을 위한 글을 써보는 경험은, 일상 속 바쁜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돌아보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5월 30일 오후 2시에는 감옥당에서 서승옥 사진작가 초청 프로그램 「사진, 그리고 카메라 이야기」가 열린다. 이번 프로그램은 장흥의 사계절과 일상을 오랜 시간 기록해 온 지역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는 자리로 마련된다. 서승옥 작가는 경찰관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고향 장흥의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아온 인물로, 지역의 시간을 기록해온 생활 속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서 작가가 오랜 세월 수집해 온 700여 점의 카메라 컬렉션 가운데 일부가 특별 공개될 예정이다. 단순히 오래된 카메라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가 카메라와 함께 걸어온 시간과 사진에 대한 애정, 그리고 언젠가 고향 장흥에 카메라 박물관을 세우고 싶다는 꿈도 직접 들려줄 계획이다. 방문객들은 사진기 한 대 한 대에 담긴 시대의 흔적과 작가의 기억을 함께 만나며, 사진이 단순한 기록 도구를 넘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역사임을 체감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빠삐용ZIP 공간 곳곳에는 장흥의 사계절을 담은 사진 작품과 빈티지 카메라가 전시돼 현장을 찾는 이들에게 색다른 문화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차가운 벽과 좁은 구조를 가진 옛 교정시설 공간 안에 따뜻한 풍경 사진과 오래된 카메라가 놓이는 장면은 그 자체로 강한 대비와 인상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폐쇄된 공간이 이제는 지역의 풍경과 기억, 예술적 감성을 담아내는 전시장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상징성도 적지 않다.

장흥군은 빠삐용ZIP이 단순한 유휴공간 활용 사례를 넘어 지역의 역사성과 문화예술 자원을 결합한 새로운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문학과 사진이라는 비교적 정적인 예술 장르를 옛 교도소라는 강한 장소성과 결합함으로써, 방문객들에게 보다 깊이 있는 감정의 울림과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관광객들에게는 장흥만의 독특한 문화 콘텐츠를 경험하는 기회가 되고, 지역민들에게는 익숙한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흥군 관계자는 “옛 장흥교도소가 이제는 자신을 돌아보고 지역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군민과 관광객들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깊이 있는 사유와 예술적 영감을 얻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5월 특별 프로그램은 공간의 쓰임을 바꾸는 데서 더 나아가, 공간의 의미를 다시 쓰는 작업에 가깝다. 사람을 가두던 장소가 이제는 생각을 열고 감정을 풀어내는 예술의 무대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빠삐용ZIP은 장흥의 문화정책이 보여주는 상징적 실험으로도 읽힌다. 문학과 사진, 그리고 공간의 기억이 어우러지는 이번 행사가 지역 문화관광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