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달랐다”...강릉 가다가 '대형 참사' 막은 KTX 기관사
작성일
5월 고온에 멈춘 강릉 KTX, 선로 휘어짐 현상의 원인은?
기후변화 시대, 철도 안전 대책은 충분한가
강릉행 KTX 열차 운행 구간에서 선로 휘어짐 현상이 발생하면서 열차 운행이 잇따라 지연됐다.
특히 아직 본격적인 한여름도 아닌 5월 중순에 고온으로 추정되는 선로 변형이 발생하면서 철도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고는 지난 18일 오후 발생했다. 청량리역을 출발해 강릉역으로 향하던 KTX 열차가 강릉역 약 5㎞ 앞 지점에서 갑자기 멈춰 섰다. 열차 안내 방송에서는 “선로 복구 작업으로 인해 잠시 더 정차한 뒤 출발하겠다”는 내용이 승객들에게 전달됐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남강릉역과 강릉역 사이 구간이었다. 해당 구간에서 선로가 휘어진 현상이 발견되면서 긴급 점검과 복구 작업이 진행됐다.

이상 징후는 앞서 해당 구간을 지나던 기관사의 보고로 처음 감지됐다. 선행 KTX 기관사가 평소와 다른 차체 진동을 느끼고 관제실에 이를 전달했고, 이후 뒤따르던 후행 열차 기관사가 육안 점검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실제 선로 변형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이후 해당 구간을 지나는 KTX 열차 17편은 다른 노선으로 우회 운행하거나 속도를 낮춰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열차는 최대 1시간 30분가량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 당국은 현재 문제 구간에 대해 임시 복구를 마친 상태이며, 안전 확보를 위해 변형이 발생했던 구간에서는 열차를 서행 운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어진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선로 변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실제로 최근 강원 지역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는 낮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는 초여름 날씨가 이어졌다.
철도 선로는 금속 재질 특성상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 팽창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장시간 강한 햇볕에 노출될 경우 레일 내부 응력이 커지면서 선로가 옆으로 밀리거나 휘어지는 ‘좌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현상은 열차의 고속 운행 안정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고속철도의 경우 일반 열차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작은 선로 이상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선로가 심하게 휘어진 상태에서 고속 주행이 이뤄질 경우 탈선 위험까지 발생할 수 있어 철도 안전 분야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로 여겨진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KBS 취재 결과 선로가 휘어진 인근 약 5㎞ 구간에는 고온에 따른 선로 변형을 예방하는 자동 살수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 살수장치는 선로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갈 경우 물을 분사해 레일 온도를 낮추는 장치다. 여름철 폭염 시기에는 일부 고속철 구간에서 실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기온 상승뿐 아니라 선로 구조와 지형 조건, 유지 관리 상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임남형 교수는 방송 인터뷰에서 “다양한 복합적인 원인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라며 “온도 상승 역시 영향을 줄 수 있는 영역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철도망에서는 매년 여름철마다 폭염으로 인한 선로 이상 우려가 반복돼 왔다. 기온이 급격히 오르는 날에는 일부 구간에서 열차 속도를 줄여 운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예년보다 이른 시점인 5월에 고온 추정 선로 변형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철도 업계 안팎에서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기후 변화 영향으로 봄철부터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잦아지는 만큼 기존 여름철 중심의 대응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폭염 발생 시기 자체가 빨라지고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선로 관리 기준과 안전 점검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철도 전문가들은 특히 고속철 구간의 경우 고온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자동 살수장치 확대와 실시간 온도 감시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기관사들이 이상 진동을 즉각 감지하고 보고한 이번 사례처럼 현장 대응 체계 역시 안전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철도 당국은 현재 선로 변형 발생 원인을 정밀 조사하는 한편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추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