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조인성에게 “나머진 누구?”…칸에서 인종차별 한 '기자 정체', 누리꾼들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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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에서 터진 인종차별 발언, 한국 배우들 집단 무시
나홍진 감독 신작 호평 속 가려진 외신 기자의 무례한 차별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는 가운데,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터진 외신 기자의 무례한 발언이 인종차별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에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호프'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단상에는 나홍진 감독을 비롯해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이 나란히 자리했다.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한 외신 기자가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그는 소속 매체와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채 "안녕, 마이클. 안녕, 알리시아. 나머지 다른 분들은 잘 모르겠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 주연 배우들을 공개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 나온 것이다.
정호연과 테일러 러셀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난감한 미소를 지었고, 황정민과 조인성의 표정도 굳었다. 진행자 역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당 기자의 무례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나홍진 감독의 이름을 끝내 부르지 않은 채 "감독이 답해줄 수 있다면"이라고만 칭하며 "마이클과 알리시아를 부부 패키지처럼 한 번에 캐스팅한 것이냐", "한 명의 출연료로 두 배우를 섭외한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나 감독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저, 저죠?"라고 되물은 뒤 선을 그었다. "아니다. 한 분씩 다 어렵게 모시는 거다. 최선을 다한 노력이고 설득의 과정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금은 이 정도 플롯으로 정리했지만, 실제 영화의 플롯은 더 길고 크다. 이 서사에서 매우 중요한 캐릭터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제가 평소에 진심으로 제일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 마이클이다. 진짜 어렵게 부탁해서 함께한 경우"라며 패키지 캐스팅이라는 전제 자체를 부정했다.
현장 영상이 SNS와 커뮤니티로 퍼지자 비판 여론이 빠르게 확산됐다. 해당 기자가 이름을 불러 언급한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백인인 반면, '나머지 다른 분들'로 뭉뚱그린 한국 배우들과 테일러 러셀은 모두 유색인종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정호연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은 배우이고, 캐나다 출신의 테일러 러셀도 2022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 '본즈 앤 올'의 주연 배우이다. 황정민과 조인성은 출연진 목록에서 이름이 가장 위에 오른 주연 배우들이기도 하다.
누리꾼들은 "국제무대에서 대놓고 저지른 인종차별이다", "기본적인 예의와 에티켓조차 없는 수준 이하의 기자"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논란이 커지자 팬들 사이에서 해당 기자의 신원 추적이 이뤄지기도 했다. 현재 알려진 바로 해당 기자는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호주인이다. 그의 SNS 계정에는 유럽문화를 좋아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그의 SNS가 온라인에 확산되며 각국 팬들의 비판 댓글이 이어졌고 현재는 SNS 계정이 비공개로 전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과 별개로 '호프' 자체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영화제 공식 소식지 스크린데일리가 발표한 평점 결과에서 '호프'는 2.8점을 기록해 현재까지 별점이 공개된 경쟁 부문 초청작 12편 가운데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의 '파더랜드'(3.3점),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미노타우르스'(3.2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올 오브 어 서든'(3.1점)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영화는 액션과 스릴러, 코미디를 아우르는 장르의 변주와 강렬한 액션 연출이 대체로 호평받았고 상영 직후 7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추격자', '황해', '곡성'에 이어 자신의 모든 장편을 칸에 입성시킨 나홍진 감독은 이번 신작으로도 평단의 기대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프'는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놓는 작품으로 총제작비 700억 원이 투입됐다. 영화는 비무장지대에 있는 마을 호포항에 외계인이 나타나며 마을 사람들이 겪는 불안, 공포, 분노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