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행정, 장성군청 민원실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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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벽 걷어내고 자동 유리문·개인상담실·폰부스 설치…"투명하고 공정하다는 믿음 생겨"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장성군청 정문을 들어서면 달라진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앙계단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중심으로 우측에 민원1실, 좌측에 민원2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여느 관공서와 다른 점이 있다. 민원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것이다.
장성군 민원실이 열린 군정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장성군
장성군 민원실이 열린 군정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장성군

장성군은 지난 2월 청사 재배치 공사를 통해 기존 민원실을 1실과 2실로 분리·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출입문과 문턱, 시선을 가로막던 벽을 과감하게 걷어냈다. 그 자리에는 자동 유리문과 유리벽이 들어섰다. 완공 100여 일이 지난 지금, 장성군 민원실은 '열린 군정'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군청에서 만난 최모 씨(장성읍)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해 준다는 믿음을 심어준다"며 "탁 트인 공간이 주는 쾌적함도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간이 바뀌자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민원1실·2실 분리…여권은 여기, 건축인허가는 저기

이번 재배치에서 가장 실질적인 변화는 민원실의 기능 분리다. 기존에 한 공간에 뒤섞여 있던 민원 업무가 성격에 따라 두 곳으로 나뉘었다.

민원1실은 민원 접수, 제증명, 여권, 부동산 실거래 등 일상에서 자주 찾게 되는 생활 밀착형 민원 업무를 담당한다. 민원2실은 건축인허가, 개발행위(농지·산지전용), 자동차 등록, 지방세, 지적 관련 민원 등 전문적인 협의가 필요한 업무를 전담한다.

특히 방문 빈도가 높은 여권 업무와 처리 시간이 긴 자동차 관련 창구를 분리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빠르게 처리되는 민원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민원이 같은 공간에 뒤섞여 혼잡과 병목 현상이 생기기 일쑤였다. 분리 운영으로 그 문제를 해소했다. 민원인 입장에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명확해졌고, 담당 직원 입장에서는 집중도 높은 업무 처리가 가능해졌다.

◆개인상담실 2곳, 폰부스까지…"내 이야기를 남이 들을까봐" 걱정 끝

공간을 바꾸면서 장성군이 가장 신경 쓴 것은 민원인의 '심리적 편안함'이었다.

민원실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예민한 사안을 상담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산 문제, 가족 관계, 복지 수급 여부 등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내용을 열린 공간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은 민원인에게 적잖은 부담이었다.

장성군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원실 내부에 개인상담실 2곳을 설치했다. 독립된 공간에서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상담받을 수 있어 민원인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입구에는 '폰부스'도 마련했다. 민원인들이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통화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간을 준비한 것이다. 민원실 안에서 전화를 받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군이 먼저 헤아린 결과다.

◆충전되는 의자까지…기다리는 시간도 배려한다

민원1실에는 눈에 띄는 가구가 하나 더 있다. 민원 처리 순서를 기다리면서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는 최신형 의자다. 대기 시간이 길어질 때 배터리 걱정 없이 기다릴 수 있도록 한 작은 배려다.

기다리는 시간은 줄이기 어렵더라도 기다리는 동안의 불편함은 줄일 수 있다는 발상이다. 크고 화려한 변화는 아니지만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군민을 섬기는 마음을 공간으로 구현했다"

심우정 장성군수 권한대행은 "민원실 재배치를 통해 군민을 섬기는 마음을 공간으로 구현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따뜻하고 편리한 행정 서비스 제공을 위해 세심한 노력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행정의 변화는 종종 제도나 정책의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때로는 공간의 변화가 더 직접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문턱을 없애고 벽을 유리로 바꾼 것, 상담실을 만들고 폰부스를 설치한 것. 이 모든 변화가 말하는 것은 하나다.

"당신이 편안하게 올 수 있는 곳이 되겠습니다." 장성군청 민원실의 유리벽 너머로 그 약속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