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구서 패배한 김부겸…4일 새벽 선거사무소 찾아 남긴 '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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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초반 앞섰던 김부겸, 추경호에 역전 당하며 고배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대구시장 선거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이 확실시됐다. 개표 초반에는 김 후보가 앞서나갔으나 집계가 이어지면서 격차가 점차 줄었고, 추 후보가 역전에 성공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후보. / 뉴스1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후보. / 뉴스1

김 후보는 이날 새벽 선거사무소를 직접 찾아 "시민들이 내주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끝까지 경쟁한 추 후보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패배는 저 개인의 것이지, 변화를 바랐던 대구시민들의 패배가 아니다"라며 마지막까지 지지를 보내준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앞서 투표 당일인 지난 3일 김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선거운동 마지막 날의 소감을 남겼다. 그는 "빗속에서 마무리 유세를 마쳤다"며 "두 달여 동안 날씨를 가리지 않고 뛰는 내내 시민들이 손을 잡으며 '대구를 살려달라'고 하셨다. 이번처럼 절박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대구의 투표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18.9%를 기록한 것을 언급하며 "14년간 이어온 벽치기 유세 끝에 드디어 그 벽에 금이 가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청년들이 짐을 싸 떠나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느냐, 골목마다 임대 딱지가 붙는 현실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느냐"며 대구의 경제 침체에 대한 절박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이만큼 헌신하고 버텨왔다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김 후보는 "40년 정치 인생을 모두 걸고 반드시 시민들께 보답하겠다"고 다짐하며 지지를 당부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6·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 단지에서 일명 '벽치기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 뉴스1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6·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 단지에서 일명 '벽치기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 뉴스1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대구·경북에서 성장한 김 후보의 정치 인생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제적과 복학을 반복한 끝에 1987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1991년 통일민주당의 3당 합당 거부파가 주축을 이룬 민주당에 입당하며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조순·이회창 연대로 탄생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전신)을 거쳐 2003년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는 경기 군포를 지역구로 삼아 2000년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후 같은 지역구에서 2012년까지 내리 3선을 지내며 수도권에 탄탄한 정치적 뿌리를 내렸다. 당내 비주류로서 개혁 성향을 일관되게 드러냈고, 당적이 바뀌는 가운데서도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정치 인생을 진정으로 규정한 건 안주를 거부한 이후의 선택들이었다. 안정적인 수도권 지역구를 스스로 내려놓고 정치적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구 수성갑으로 향했다. 2012년 첫 도전은 낙선으로 끝났고,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또다시 쓴맛을 봤다. 두 번의 실패에도 그는 대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2016년 세 번째 도전 끝에 마침내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민주당 최초 TK 의원'이라는 전무후무한 상징을 역사에 새겼다.

정치인으로서의 이력에 행정가의 면모도 더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까지 지내며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야를 넘나드는 실용주의적 행보 덕에 이념의 경계를 넘는 정치인이라는 독특한 이미지도 얻었다.

2022년 총리직을 끝으로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경기 양평의 전원주택에서 조용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정치권은 그를 놔두지 않았다. 공천 파동으로 혼란이 극에 달했던 2024년 총선과 2025년 대선에서도 출마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그는 직접 나서는 대신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후방에서 힘을 보탰다.

그리고 이번 대구시장 선거. 40년 정치 인생을 걸겠다고 선언한 그에게 이 도전은 험지 정치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승부로 받아들여졌다. 초반 개표에서 앞서나가며 이변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결국 역전을 허용하며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