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광산구 고교생들, 지역 범죄 사례로 배우는 '진짜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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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구의회 '참당당 아카데미' 2차시…스마트 토론·셉테드·자치경찰제까지, 청소년이 직접 동네 안전을 설계하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지난 10일 광일고등학교 강의실이 색달랐다. 교과서 대신 지역 뉴스가 교재가 됐고, 선생님 대신 전문가가 단상에 섰다. 학생들은 조용히 받아 적는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의견을 쏟아냈다.
광주시 광산구의회(의장 김명수)가 10일 광일고등학교에서 ‘제3기 청소년 참당당 정치아카데미’ 2차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광주시 광산구의회
광주시 광산구의회(의장 김명수)가 10일 광일고등학교에서 ‘제3기 청소년 참당당 정치아카데미’ 2차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광주시 광산구의회

광산구의회(의장 김명수)가 운영하는 '제3기 청소년 참당당 정치아카데미' 2차시 프로그램이 열린 이날, 광일고 학생 50여 명은 청소년 안전과 범죄라는 묵직한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교실에서 배우는 우리 동네 안전 이야기

이날 강의는 김서안 광주인간중심표현예술 연구소 소장이 맡았다. 단순히 이론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생각하고 토론하며 답을 찾아가는 참여형 특강으로 진행됐다. 청소년 스스로가 지역 사회 안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수업 방식 자체로 보여준 셈이다.

◆광주 고교생 피살 사건, 교실 안으로 들어오다

이날 수업에서 가장 먼저 다뤄진 것은 광주 고교생 피살 사건이었다.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같은 또래, 같은 지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이었다. 학생들은 이 사례를 통해 청소년 범죄·비행 환경과 안전망의 공백이 어디에 있는 지를 직접 짚어봤다.
광주시 광산구의회(의장 김명수)가 10일 광일고등학교에서 ‘제3기 청소년 참당당 정치아카데미’ 2차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광주시 광산구의회
광주시 광산구의회(의장 김명수)가 10일 광일고등학교에서 ‘제3기 청소년 참당당 정치아카데미’ 2차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광주시 광산구의회

특히 방관자 효과가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 위험한 상황을 목격하고도 '나 말고 누군가 나서겠지'라는 심리로 아무도 행동하지 않는 현상이다. 강의는 이 심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실제 사례와 함께 풀어냈다. 뉴스에서 봤던 사건이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순간, 학생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스마트폰으로 토론하고, 동네를 바꾼 사례로 배우다

수업의 형식도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은 '스마트 팝업 밸런스 토론'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눴다. 찬반을 나눠 논쟁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균형 있게 탐색하는 토론 방식이었다. 평소 수업에서 발언을 꺼리던 학생들도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50여 명의 의견이 실시간으로 모이고 공유되면서 강의실 안에 활기가 넘쳤다.

이론 학습도 이어졌다. 자치경찰제와 관련 조례, 셉테드(CPTED·범죄예방환경디자인) 등 청소년 안전과 직결된 지방자치 시스템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셉테드는 건물 설계와 조명, 골목 구조 등 환경 자체를 바꿔 범죄를 예방하는 개념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매일 다니는 골목과 학교 주변을 셉테드의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는 경험을 했다. 청소년들이 주도해 동네를 실제로 변화시킨 국내외 우수 사례도 공유됐다. 제도와 정책이 어른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청소년도 직접 참여하고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었다.
광주시 광산구의회(의장 김명수)가 10일 광일고등학교에서 ‘제3기 청소년 참당당 정치아카데미’ 2차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광주시 광산구의회
광주시 광산구의회(의장 김명수)가 10일 광일고등학교에서 ‘제3기 청소년 참당당 정치아카데미’ 2차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광주시 광산구의회

◆"방관자 효과 극복하고 공동체 안전에 책임감 가져야"

김명수 의장은 "광일고 학생들이 광주 고교생 피살 사건 등 지역의 실제 사례를 통해 방관자 효과를 극복하고 공동체 안전에 책임감을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자치경찰제와 셉테드 등 입법·제도적 기능을 활용해 범죄 걱정 없이 안심하고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의회가 청소년 안전 교육에 직접 나선 것은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입법과 제도를 다루는 의회가 청소년들에게 그 시스템을 직접 가르치고, 청소년이 그 시스템의 수혜자이자 참여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안전한 동네를 만드는 일이 어른들만의 몫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의회 스스로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캠페인·모의의회로 이어지는 참당당 아카데미

광산구의회는 '참당당 정치아카데미'를 통해 청소년이 지방의회와 지역사회 현안에 직접 참여하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장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도 캠페인 활동과 모의의회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역 사건을 교재 삼아 안전을 배우고, 스마트폰으로 토론하며 의견을 나누고, 셉테드와 자치경찰제로 동네를 바꾸는 방법을 익힌 광일고 학생들. 이들이 오늘 교실에서 배운 것들이 언젠가 실제 지역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