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도까지 열이 올라 “도저히 못 뛸 것 같다”고 한 오현규가 벌떡 일어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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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팀의 '비밀병기' 치료... 고열·설사 극복한 오현규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오현규가 12일(한국시각)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 체코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오현규가 12일(한국시각)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 체코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 / 뉴스1

고열과 설사에 시달리던 오현규(베식타시)가 의무팀의 치료를 받고 일어나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사연이 전해졌다.

월드컵 성패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체코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홍명보호가 체코를 2-1로 꺾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의무진의 역할이 컸다고 연합뉴스가 13일 보도했다.

전날 체코전에서 후반 교체로 들어간 오현규는 결승골을 넣으며 활약했다. 하지만 이 골은 나오지 못 했을 수도 있었다. 경기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 만큼 고열과 설사 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다.

백정국 대표팀 의무팀장(서울투탑정형외과 관절·스포츠손상 센터장)은 체코전 이날 멕시코 사포판의 대표팀 훈련장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오현규가)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다고 할 정도였다"고 경기 전날 상황을 돌아봤다.

증상의 원인은 탈수였다. 사전캠프지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멕시코로 이동한 뒤 일부 선수들이 이미 설사 증상을 보인 바 있었다. 송준섭 대표팀 수석주치의(강남제이에스병원 대표원장)는 "탈수 증상이 일어나면 발열이 동반된다. 거기에 이번 대회를 앞둔 오현규의 압박감, 부담감, 책임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까지 겹쳤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의무팀은 준비해 둔 치료 프로토콜을 즉각 가동했다. 다만 구체적인 치료 방법은 공개하지 않았다. 치료 과정을 알려달라는 물음에 송 박사가 "어떤 치료인지는 묻지 마시라. 우리들의 비밀 병기"라고 말하며 웃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치료는 통했다. 백 팀장은 "점심 먹고 나서부터 회복이 되고 경기장에 도착할 즈음에는 거의 정상이었다. 처음에는 오현규 본인도 '도저히 뛰기 힘들 것 같다'고 했는데 경기장에서는 표정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은 한국시각으로 전날 오전 11시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3-4-2-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켰고 김민재와 이기혁, 이한범이 스리백을 이뤘다. 중원은 황인범과 백승호가 맡았으며 이태석과 설영우가 좌우 측면에 섰다. 이강인과 이재성이 2선에서 손흥민을 지원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갱신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은 25위, 체코는 40위에 올라 있었다. 전반은 체코의 수비 뒷공간을 노린 한국이 주도했으나 득점으로 잇지는 못했다.

균형은 후반 들어 깨졌다. 한국은 후반 14분 체코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그러나 후반 22분 이강인의 도움을 받은 황인범의 동점골로 곧바로 1-1을 만들었다. 체코는 후반 31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다시 그물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골이 취소됐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오현규가 12일(한국시각)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 체코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오현규가 12일(한국시각)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대한민국 체코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 / 뉴스1

승부수는 적중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24분 손흥민과 이태석을 빼고 오현규와 엄지성을 투입했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35분, 문전으로 쇄도하던 오현규가 오른쪽에서 황인범이 올린 낮은 크로스에 왼발을 갖다 댔다. 슈팅은 골키퍼 손을 맞고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한국은 이 골을 끝까지 지켜 2-1 역전승을 완성했다. 투입 11분 만에 터진 결승골로,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 나선 오현규는 데뷔전에서 데뷔골까지 기록했다. 이 승리로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승점 3점을 확보했다.

2001년 4월생인 오현규는 키 187㎝의 신체 조건을 앞세워 문전 경합과 침투, 압박에 강점을 보이는 공격수다. 평소 오른발을 주로 쓰지만 이날 결승골은 왼발에서 나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본선을 밟지 못한 그는 4년 만에 월드컵 승리의 주역으로 올라섰다. AP와 가디언 등 외신도 오현규의 골을 한국의 승리를 결정한 장면으로 전했다.

오현규는 경기 뒤 "열이 38도까지 올랐다. 정말 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의무팀 선생님들이 극진하게 보살펴주신 덕분에 골을 넣을 수 있었다"며 가장 먼저 의무팀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골을 넣으려고 그렇게 아팠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의무팀은 체코전 승리 요인으로 꼽히는 고지대 적응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송 박사는 "고지대 증상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공통적인 생리적 현상"이라며 "홍명보 감독이 고지대 적응이 중요하다는 명확한 판단을 해 줬기에 사전캠프 때부터 선수들 관리를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