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가 신안을 지킵니다”… 이주여성들의 아름다운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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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자 꼬리표 떼고 '천사하모니 봉사회' 전격 출범… 13일 눈물의 졸업식

하지만 전남 신안군에서 이러한 낡은 프레임을 완벽하게 부수고, 이주 여성들이 직접 지역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나서는 혁신적인 실험이 결실을 맺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낯선 이국땅에서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 부딪혀 눈물짓던 이들이, 이제는 당당한 '전문 봉사단'의 일원으로 거듭나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 "도움 받던 손으로 희망을 빚다"… 진정한 자립의 닻 올리다
지난 13일 신안군가족센터는 전에 없던 뭉클한 열기로 가득 찼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와 신안군이 야심 차게 기획한 ‘서로! 같이! 레드하모니 학교’의 뜻깊은 졸업식이 열린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장의 진정한 주인공은 6개월의 혹독하고도 따뜻한 교육 과정을 무사히 마친 20명의 결혼 이주 여성들이었다.
■ 적십자 노란 조끼와 맺은 결연… 6개월의 기적 같은 동행
이번에 눈부신 성과를 낸 '레드하모니 학교'는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한국어 교실과는 그 궤를 완전히 달리하는 고도화된 정착 지원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성공 요인은 바로 '밀착형 멘토링'에 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대한적십자사 신안군지구협의회 소속 봉사원들이 이주 여성들과 1대1로 결연을 맺고, 친정엄마이자 인생 선배로서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 주었다.
지난 2월 설레는 입학식을 시작으로 이들은 단순한 문화 체험을 넘어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춘 인공지능(AI) 활용법부터 지역 소외계층에게 전달할 빵을 굽는 제빵 나눔 봉사까지, 총 6차례에 걸친 강도 높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한국 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실전 근육을 탄탄하게 키워왔다.
■ 재난구호부터 멘토링까지… '천사하모니'가 그리는 찬란한 내일
험난한 훈련 과정을 거쳐 마침내 닻을 올린 '천사하모니 봉사회'의 향후 청사진은 무척 다채롭고 전문적이다. 이들은 단순한 노력 봉사를 넘어, 자신들이 가진 '이중 언어'와 '다문화 이해도'라는 강력한 무기를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지역 내 굵직한 축제가 열릴 때마다 외국인 관광객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통역 요원으로 활약하는 것은 물론,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 발생 시 언어의 장벽으로 고립되기 쉬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긴급 통·번역 시스템의 핵심 축을 담당하게 된다.
초대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김성금 씨는 취임사에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막막했던 저를 따뜻하게 안아준 지역 사회의 은혜를 평생 잊지 못한다"며, "레드하모니 학교를 통해 얻은 값진 자신감을 무기로, 이제는 우리가 먼저 나서서 그늘진 이웃을 돌보고 지역을 환하게 밝히는 등대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 다문화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신안군이 쏘아 올린 희망탄
이처럼 이주 여성들이 주체적인 봉사 단체로 성장한 것은 지자체의 다문화 정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사에 참석한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고위 관계자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나눔이라는 하나의 숭고한 목표 아래 완벽하게 화합하는 모습을 보며 전율을 느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신안군 역시 이번 봉사단 출범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오늘의 졸업식은 이들의 여정이 끝나는 마침표가 아니라, 포용적이고 성숙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위대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하며, "앞으로 신안군가족센터를 전초기지 삼아 이주 여성들이 1004의 섬 신안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고 사회의 주역으로 당당히 비상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지원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방인에서 진정한 이웃으로, 그리고 이제는 지역을 지키는 천사로 거듭난 이들의 행보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