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갖춰라”…한국 패배 인터뷰 도중 남아공 세리머니에 결국 폭발한 ‘한국 선수’

작성일

양팀·FIFA 관계자들이 현장에 등장해 상황 정리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는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한국이 0-1로 무너졌고, 경기 뒤 공동 취재 구역인 믹스트존에서는 양 팀 선수단 사이에 신경전까지 벌어졌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 뉴스1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5일 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에서 남아공에 0-1로 패했다.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32강 자력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던 경기였지만, 한국은 뼈아픈 패배로 경우의 수를 따지게 됐다.

한국은 침묵, 남아공은 노래…믹스트존 분위기부터 달랐다

경기 후 양 팀의 표정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국 선수단은 조 2위 자력 진출 기회를 놓친 충격 속에 무거운 분위기로 믹스트존을 통과했다. 생애 처음으로 월드컵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부진한 오현규는 취재진의 질문 요청에 응하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취재진 앞에 선 이강인도 고개를 쉽게 들지 못했다. 그는 거듭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며 패배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표정을 보였다. 한국 선수단 전체에 짙은 침묵이 내려앉은 상황이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황인범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남아공 음베케젤리 음보카지와 승부를 펼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황인범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남아공 음베케젤리 음보카지와 승부를 펼치고 있다 / 뉴스1

반면 남아공 선수단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남아공 선수들은 일렬로 줄지어 믹스트존을 지나가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세리머니를 이어갔다. 한국을 꺾고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한 기쁨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그 장면이 한국 선수들의 인터뷰 도중 벌어졌다는 점이다. 이강인과 황인범 등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을 때 남아공 선수단이 큰 소리로 지나가면서 인터뷰가 잠시 중단됐다.

“예의 갖춰라”…황인범, 남아공 세리머니에 항의

한국 취재진과 대표팀 스태프는 남아공 선수단을 향해 조용히 통과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남아공 선수들은 세리머니를 멈추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남아공 측 한 스태프가 “세리머니를 방해하지 말라”는 취지로 반발하면서 분위기는 더 날카로워졌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황인범과 김문환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의 대표팀 숙소에 도착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몬테레이에 입성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황인범과 김문환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의 대표팀 숙소에 도착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몬테레이에 입성했다 / 뉴스1

그때 황인범이 나섰다. 그는 남아공 측을 향해 “예의를 갖추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이 패배 직후 인터뷰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상대 선수단의 큰 세리머니가 이어진 데 대한 불만이었다.

이후에도 남아공 선수단의 세리머니가 계속되자 황인범은 더 강한 표현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양 팀의 감정이 격해지면서 현장 관계자들과 FIFA 직원들이 급히 개입했다.

소란은 FIFA 측 중재로 가까스로 정리됐다. 중단됐던 한국 선수단 인터뷰도 이후 재개됐다. 다만 FIFA 관계자에 따르면 남아공이 믹스트존에서 노래를 부르며 기뻐하는 세리머니 자체는 규정상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범 “우리가 부족해서 졌다”…패배 인정한 한국

황인범이 1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9일(한국시간) 오전 10시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갖는다 / 뉴스1
황인범이 17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9일(한국시간) 오전 10시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갖는다 / 뉴스1

소란이 정리된 뒤 황인범은 다시 취재진 앞에 섰다. 감정적인 충돌이 있었지만,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는 “특정적인 패인을 꼽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우리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말을 하든 변명처럼 들릴 것 같다”고 했다. 황인범은 “결국 우리가 부족해서 졌고, 다음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간절하게 임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이날 반드시 이겨야만 했던 경기는 아니었다.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전반부터 남아공의 압박과 전환 속도에 고전했고, 후반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무너졌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벤치에 앉히는 강수를 뒀다. 앞선 두 경기에서 득점하지 못한 주장 손흥민을 후반 승부처에 투입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전반부터 주도권을 잃었고,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악수로 남았다.

조 3위로 밀린 홍명보호, 이제는 경우의 수만 남았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0대 1로 패배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기에서 0대 1로 패배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 뉴스1

남아공전 패배로 한국은 조별리그 3위로 내려앉았다. 이번 대회부터 월드컵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토너먼트는 32강부터 시작된다. 각 조 1, 2위뿐 아니라 12개 조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8개 팀도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한국은 이제 자력 32강 진출에 실패했고, 다른 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같은 시각 열린 A조 다른 경기에서 멕시코가 체코에 패했다면 한국은 조 4위로 추락해 탈락할 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멕시코가 체코를 잡으면서 한국은 조 3위에 남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꺾으며 멕시코의 16강 진출을 도왔던 장면과 묘하게 겹친다. 8년 뒤에는 멕시코가 한국의 탈락을 막아준 셈이 됐다.

하지만 한국이 처한 현실은 가볍지 않다. 남아공은 경기 전 FIFA 랭킹 60위로, 한국보다 36계단 낮은 팀이었다. 비기기만 해도 조 2위가 가능했던 경기에서 패했고, 믹스트존에서는 상대 세리머니를 둘러싼 충돌까지 벌어졌다.

한국의 월드컵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력으로 끝낼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친 대가는 크다. 남은 것은 다른 조 결과를 기다리는 불안한 시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