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반도체 투자는 시장 원칙 존중돼야”...국회 긴급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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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인프라 완비된 최적지 배제는 국가 균형발전 저해 및 기존 산업 생태계 고사 우려
대경권 소부장 및 협력기업 도미노 이탈 시 지역 산업 및 경제 붕괴 불가피
균형발전 아닌‘국가균열발전’…입지 선정 기준·과정 투명 공개해야
대통령·기업 총수 독대 직후 발표…대구·경북 제외 사유 밝혀야

경상북도와 대구시는 6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부의 호남권 반도체 전·후공정 투자 발표와 관련해 공동 입장을 발표했다./이하 경북도 제공
경상북도와 대구시는 6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부의 호남권 반도체 전·후공정 투자 발표와 관련해 공동 입장을 발표했다./이하 경북도 제공

[대구경북=위키트리]이창형.전병수 기자=정부의 호남권 반도체 전·후공정 투자 발표와 관련해 대구시와 경북도가 '반도체 투자는 시장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경상북도와 대구시는 6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경북(TK)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공동 입장을 발표했다.

대구·경북은 이날 회견에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비수도권의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반도체 팹 입지 선정은 산업 생태계와 기업의 경영 효율성에 대한 객관적 검토 없이 정치적 논리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발언 모습
이철우 경북도지사 발언 모습

먼저 이철우 경북지사는 정부의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상’에 따라 광주·전남에 첨단 패키징(후공정) 팹이 조성되는 것은 존중하나, 반도체 전공정 팹(Fab) 제조 시설까지 지정한 것은 전력과 산업용수, 협력업체 생태계, 전문 인력과 물류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과연 제대로 된 평가 절차가 선행되었는지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도지사는 이어 “이번 정부 발표는 지난 수년간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제정하고, ‘국가첨단전략산업 반도체 특화단지’를 지정하기까지 투입된 국회와 정부, 국민의 노력을 일거에 무색하게 만드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정부 발표대로 광주·전남에 전공정 팹이 들어 설 경우, 대구·경북 소재 기업들마저 대기업을 따라 대거 이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수도권의 어려운 현실 속에 지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기업마저 떠난다면 대구·경북 지역경제는 사실상 초토화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 도지사는 "과거 삼성전자가 휴대폰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이전했을 때, 지역의 핵심 협력업체들이 대기업을 따라 줄줄이 해외로 떠나야 했다"며, "대기업 이전은 단순히 공장 하나가 없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 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무서운 연쇄 효과를 가져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대경권에만 470여 개의 반도체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다"며, "호남권에 전공정 팹까지 일괄 배치된다면 이들 협력기업의 연쇄 이동으로 이어져 수십 년간 축적된 지역의 기술 자산과 산업 생태계 자체가 통째로 해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는 결국 국가 균형발전이 아닌, 특정 지역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히 호소했다.

이 도지사는“과거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라는 말도 있었지만, 지금의 우리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명실상부한 ‘1류 중의 1류’로 성장했다”며, “그럼에도 국가 핵심 미래 먹거리를 결정하는 중대한 투자 조율 과정이 여전히 기업의 발목을 잡는 과거의 낡은 규제와 일방적인 정책 논리에 휘둘리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은 비수도권에 대한 첨단산업 투자 확대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국가균형발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깊이 공감함을 분명히 했다.

추 당선인은 "정부의 발표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국가균형발전의 이름을 단 '국가균열발전'에 가까워 지역 간 갈등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정부와 기업이 그 결정과정과 절차를 국민과 주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추 당선인은 "대기업과 기업 총수의 독대 직후 특정 지역에 천문학적 액수의 투자계획과 국가지원 정책이 발표됐음에도, 가장 중요한 입지선정 기준과 검토과정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기에 수많은 국민과 주주들이 정부와 기업의 결정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큰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추 당선인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기업 총수 독대에서 논의된 내용과 청와대가 어느 정도로 관여했는지를 밝히기를 요구함과 동시에, 후보지가 언제부터, 누구에 의해, 어떤 기준으로 검토되었는지 그 평가표와 검토결과를 국민들께 명확히 밝히기를 요구했다.

특히 대구․경북이 검토대상에 포함됐는지, 만약 포함됐다면 어떤 평가를 받아 제외됐는지는 아주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추 당선인은 "수도권 이남 최대 규모의 반도체 인력양성 기반과 연구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 대규모 산업용지, 국가반도체 특화단지 및 1,700여 개의 소부장 전문기업까지 갖춘 비수도권 최적의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만약 검토대상에서조차 제외됐다면 이는 단순한 지역 홀대를 넘어 국가 산업정책의 합리성을 흔드는 일이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국회를 향해서는 지금 전국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함께 제안했다.

추 당선인은 국회가 즉시 '첨단산업단지 입지 검증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청와대와 관계 부처, 그해당 기업의 입지 선정과정 전반을 철저히 검증해야 함을 주장했다.

추경호 대구광역시장 당선인은 “대구․경북은 결코 특혜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요구한다”며 “그것은 대구․경북만의 요구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정책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원칙”임을 분명히 했다.

이인선 의원(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과 구자근 의원(국민의힘 경북도당위원장)도 발언에 나서, 대구‧경북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정부에 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이인선 의원은 “국가전략산업이 어느 한 지역의 정치적 성과를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상임위 현안질의와 국정감사는 물론 필요하다면 국정조사 등 국회가 가진 모든 권한을 총동원해 이번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정치적 압박이나 외압이 없었는지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했다.

구자근 의원은“정부가 특정 지역으로 기업 투자를 유도하거나 압박하는 방식은 결국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훼손하는 자해행위다”라며, “정부의 역할은 기업들이 가장 경쟁력 있는 곳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