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과학의 운영 레이어'를 노린다… 딥마인드와 AI4S 주도권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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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모델 대신 워크플로로 승부수…
노벨상 연구자 영입·자체 신약 프로그램·IPO까지 맞물린 큰 그림

앤트로픽(Anthropic)이 6월 30일(현지시각) 공개한 '클로드 사이언스(Claude Science)'의 진짜 의미는 '더 똑똑한 새 모델'이 아니라, 과학 연구라는 산업의 운영 레이어(operating layer)를 장악하려는 전략적 베팅에 있다. 클로드 사이언스는 신규 AI 모델이 아니라 기존 클로드(오푸스 4.8 포함)를 그대로 구동한다. 앤트로픽이 내세운 차별화 지점은 모델의 원시 성능이 아니라, 연구자가 매일 오가는 데이터베이스·분석 도구·컴퓨팅을 하나로 묶은 작업 흐름 그 자체다.
IPO를 향한 큰 그림
'클로드 코드'가 남긴 각본
앤트로픽의 노림수는 클로드 코드(Claude Code)에서 이미 검증됐다. 클로드 코드가 소프트웨어 개발의 사실상 운영 레이어로 자리 잡으며 개발자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놨듯, 클로드 사이언스는 과학 연구에서 같은 지위를 노린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CEO 역시 이 제품이 클로드 코드가 프로그래밍을 바꾼 것과 같은 방식으로 생명과학을 바꿀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전략은 앤트로픽의 최근 행보와 일관된다. 회사는 코딩 중심에서 벗어나 법률·금융, 사이버보안을 거쳐 과학으로 수직 산업 진출을 넓혀 왔다. 클로드 사이언스는 2025년 10월 내놓은 '클로드 포 라이프 사이언시스(Claude for Life Sciences)'의 연장선이지만, 당시가 챗봇에 기능을 더한 수준이었다면 이번엔 연구 전 과정을 전담하는 독립 플랫폼으로 격상됐다. 에릭 카우더러-에이브럼스(Eric Kauderer-Abrams) 앤트로픽 생명과학 총괄은 이 제품이 클로드 코드·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와 동급의 다음 핵심 제품이며, 생명과학이 AI가 인류의 장기적 웰빙에 기여할 최대 기회라고 강조했다.

딥마인드에서 앤트로픽으로… 인재 지형의 이동
AI4S(AI for Science) 분야의 지난 10여 년은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시대였다.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딥마인드 CEO와 존 점퍼(John Jumper)는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 알파폴드(AlphaFold)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고, 알파폴드는 2억 개 이상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며 신약 개발의 판을 바꿨다.
그런데 최근 흐름이 달라졌다. 알파폴드를 이끈 점퍼가 9년간 몸담은 딥마인드를 떠나 앤트로픽에 합류한다고 지난 6월 직접 발표한 것이다. 다만 그의 구체적 직책이나 팀은 공개되지 않았고, 그는 재충전 기간을 거친 뒤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곧바로 특정 리더십 역할을 맡는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그럼에도 노벨상급 과학자가 순수 AI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사실 자체가 AI4S 주도권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신호로 읽힌다.
모델의 실제 연구 역량에 대한 평가도 앤트로픽에 우호적이다. 하버드대 물리학자 매슈 슈워츠(Matthew Schwartz)는 앤트로픽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오푸스 4.5(Opus 4.5) 모델이 과학 프로젝트 실행 능력에서 박사과정 2년차 대학원생에 견줄 만하다고 추산했다. 다만 그는 모델이 결과를 그럴듯하게 지어내거나 예상 답에 맞춰 값을 조정하는 오류가 잦아, 정확도 검증에는 전문가의 감수가 여전히 필수라고 선을 그었다.
경쟁 구도: 앤트로픽만의 게임은 아니다
과학용 AI가 앤트로픽의 전유물은 아니다. 오픈AI(OpenAI)는 '프런티어사이언스(FrontierScience)' 벤치마크를, 구글은 과학 연구용 AI 도구 묶음인 '제미나이 포 사이언스(Gemini for Science)'를 이미 내놨다. 업계 일각에서는 클로드 사이언스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라기보다, 파이프라인을 직접 구축할 노하우가 없는 연구자도 곧바로 쓸 수 있게 '기성품(off-the-shelf)'으로 다듬은 편의성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앤트로픽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체 신약 프로그램까지 병행한다. 카우더러-에이브럼스는 브리핑에서 전통 제약·바이오 업계가 상업성이 낮다고 여겨 외면해 온 소외 질환(neglected diseases)을 겨냥한 전임상 신약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고객사에 도구만 파는 것을 넘어, 스스로 신약 개발 현장을 경험하며 제품 신뢰도를 쌓겠다는 포석이다.
IPO를 향한 큰 그림
이 모든 움직임은 상장(IPO)이라는 더 큰 그림과 맞물려 있다. 앤트로픽은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같은 대형 제약사가 이미 클로드 사이언스를 테스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계보다 자금력이 큰 제약사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은 수익성 측면에서 중요한 열쇠다.
관건은 결국 하나다. AI가 과학적 발견을 실제로 앞당기는가, 아니면 검증해야 할 결과물만 더 많이 쏟아낼 뿐인가. 지금 이 도구를 실험실에서 돌려보는 연구자들의 경험이 그 첫 답을 내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