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증거 없앤 '경찰관 아버지' 처벌 못해…법무장관 언급한 '친족 증거인멸 특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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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법무부 장관 “참담하고 황당…특례 개선 검토 필요”

광주 여학생 살해 사건 피의자인 장윤기의 범행과 관련해 현직 경찰관인 그의 아버지가 증거를 훼손·폐기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형법상 친족 특례로 처벌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가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뉴스1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가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뉴스1

정 장관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참담하고 황당한 일"이라며 이번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장윤기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 신분으로 주요 증거를 인멸했던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다행히 경찰 수사에서 압수되지 않았던 해당 증거들의 존재 사실을 검찰의 보완수사 단계에서 확인해 장윤기의 성범죄 의도를 밝혀냈고, 당초 경찰이 송치했던 단순 살인이 아닌 '강간목적살인죄'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고 말했다.

또한 정 장관은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중요 증거를 인멸했음에도 곧바로 제재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현재 우리 법은 증거인멸죄에 있어 가까운 친족이 이를 범한 경우 '친족 특례'로 처벌을 면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가족을 감싸고자 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혈연적 본성을 사법의 관점에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지난해 12월 유사한 취지로 가족 간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의 처벌을 면제해주던 '친족상도례' 규정도 시대적 흐름에 맞춰 폐지한 만큼, 이 특례 역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없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故 이채원 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

형법 제155조 4항 친족 특례 조항은...

앞서 광주지검에 따르면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살인미수 등 혐의를 받는 장윤기가 기소 전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중 주거지에 있던 '리얼돌' 등의 성인용품과 휴대전화 다수가 사라졌다. 특히 리얼돌은 장윤기의 살인 범행 동기가 성범죄에 있었음을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증거가 된다.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현직 경찰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해당 물건을 훼손하고 폐기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형법상 친족은 처벌할 수 없는 친족 특례로 형사입건하지 못했다.

형법 제155조 4항에서는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그러나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윤기의 아버지는 지난 5월 8일 아들의 원룸을 정리하면서 가슴과 목 부위 등이 훼손된 리얼돌을 여러 조각으로 해체해 복수의 장소에서 나눠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장윤기가 중고등학교 시절 사용한 휴대전화 여러 대도 불태워 소각했다.

장윤기는 5월 5일 새벽 광주 광산구에서 여학생 이채원 양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범행 약 11시간 만에 검거됐다. 당시 경찰은 살인 등의 혐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이후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성범죄 목적이 있었음을 판단해 혐의를 강간살인 등으로 변경했다.

또한 장윤기는 살해 피해자를 도우려던 고2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두르고, 아르바이트 동료인 베트남 국적의 여성을 상대로 스토킹과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장윤기는 지난달 열린 첫 공판에서 살인 등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강간 목적에 대해서는 입장을 유보하는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