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폭포와 거대한 바위 절벽 품은 계곡길… 산과 산 사이로 흐르는 4km '무릉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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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과 청옥산 사이에 열린 동해의 산수

한여름 동해를 바다로만 기억했다면, 이번에는 시선을 산 쪽으로 돌려도 좋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골짜기 안으로 들어서면 파도 대신 계곡물이 바위를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넓은 암반과 폭포, 숲길이 이어지는 '무릉계곡'은 바다와 다른 동해의 여름을 만나는 곳이다.

무릉계곡 쌍폭포. / 한국관광공사(촬영 : 홍정표)
무릉계곡 쌍폭포. / 한국관광공사(촬영 : 홍정표)

무릉반석에 남은 옛 자취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삼화동에 자리한 무릉계곡은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에 약 4km에 걸쳐 이어진다. 호암소에서 용추폭포에 이르는 물길을 따라 무릉반석, 장군바위, 쌍폭포 같은 명소가 차례로 나타난다. 걷는 동안 바위와 물, 숲이 번갈아 시야에 들어오고, 좁아졌다 넓어지는 골짜기가 길에 변화를 더한다.

무릉계곡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삼척부사 김효원이 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보다 앞선 고려시대에는 동안거사 이승휴가 이곳에 머물며 《제왕운기》를 저술했다는 이야기도 남아 있다. 무릉계곡은 빼어난 계곡 풍경과 함께 옛 문인들의 자취가 남은 곳이다.

무릉계곡 무릉반석. / 한국관광공사(촬영 : 라이브스튜디오)
무릉계곡 무릉반석. / 한국관광공사(촬영 : 라이브스튜디오)

계곡 초입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곳은 무릉반석이다. 넓게 펼쳐진 암반 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 숲이 그늘을 드리운다. 이 바위에는 봉래 양사언의 석각을 비롯해 매월당 김시습 등 시인 묵객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일대는 계곡의 폭이 넓고 물소리도 비교적 잔잔하다. 바위에 앉아 쉬거나 물길을 따라 걷기 좋지만, 비가 온 뒤에는 암반이 젖어 미끄러울 수 있다. 비가 자주 내리는 여름철에는 방문 전 기상 상황을 살피고 발걸음을 조심해야 한다.

삼화사 지나 쌍폭포와 용추폭포로 향하는 길

무릉반석을 지나면 '삼화사'가 나온다. 이곳은 두타산 자락에 자리한 사찰로, 계곡을 걷는 길에서 만나는 유서 깊은 고찰이다. 절 주변으로 나무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계곡길은 산 깊숙이 이어진다.

삼화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학소대와 옥류동, 바위 사이로 흐르는 여울이 모습을 드러낸다. 같은 계곡 안에서도 구간마다 물의 흐름과 바위 모양이 달라진다. 초입이 너른 암반의 풍경이라면, 안쪽은 좁은 골짜기와 폭포가 중심이 된다. 빠르게 지나치기보다 지점마다 달라지는 물길과 숲을 살피며 걷는 편이 좋다.

무릉계곡 용추폭포. /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공공누리
무릉계곡 용추폭포. /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공공누리
무릉계곡 쌍폭포. / 한국관광공사(촬영 : 라이브스튜디오)
무릉계곡 쌍폭포. / 한국관광공사(촬영 : 라이브스튜디오)

쌍폭포와 용추폭포는 무릉계곡의 대표적인 비경이다. 쌍폭포는 두 갈래 물줄기가 한데 모여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로, 양쪽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모습이 특징이다. 바로 위쪽에 자리한 용추폭포 역시 쌍폭포와 함께 계곡의 웅장한 인상을 만든다.

용추폭포는 깊은 소와 바위 지형을 함께 품고 있다. 청옥산에서 흘러온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히며 떨어지고, 아래쪽으로 다시 계곡을 이룬다. 비가 내린 뒤에는 수량이 늘어 폭포 소리가 커지고, 바위 주변의 물안개도 짙어진다. 이때는 돌길과 계단이 젖을 수 있어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베틀바위 산성길도 무릉계곡과 함께 찾는 탐방 코스다. 무릉계곡관리사무소를 지나 무릉반석으로 향하다가 베틀바위와 두타산성 방향으로 길이 갈라진다. 초반부터 오르막이 이어져 계곡 산책과는 난도가 다르다. 산길에 익숙하지 않다면 무릉반석, 삼화사, 쌍폭포, 용추폭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편이 무리가 없다.

두타산 베틀바위 산성길. /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공공누리
두타산 베틀바위 산성길. /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공공누리

계곡 밖에서 이어지는 동해의 풍경

무릉계곡을 중심에 두면 동해의 산과 바다를 하루 안에 둘러볼 수 있다. 오전에는 무릉반석과 삼화사, 쌍폭포 구간을 걷고, 오후에는 차량으로 20~30분 거리에 있는 도심이나 해안권으로 이동하는 일정이 무난하다. 안쪽 구간까지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체력을 고려해 오후 목적지를 정하면 한결 여유롭다.

시내권으로 접어들면 천곡황금박쥐동굴을 만날 수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석회암 동굴로, 산길을 걸은 뒤 더위를 피하거나 날씨의 영향을 덜 받는 실내 관광지를 찾을 때 알맞다. 내부는 연중 14~15도의 서늘한 기온을 유지하며, 오랜 세월 만들어진 종유석과 석순 등 지하 지형을 볼 수 있다.

바다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추암해변과 촛대바위가 있다. 촛대바위는 바다 위로 뾰족하게 솟은 해안 바위로, 동해안을 대표하는 경관으로 꼽힌다. 기암괴석 위로 이어지는 해상 출렁다리도 관광객들이 함께 찾는 코스다.

골짜기의 짙은 숲그늘을 지나 수평선이 펼쳐진 바닷가에 닿으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무릉계곡이 깊은 바위틈과 폭포로 이어진다면, 추암은 파도와 해안 절벽이 돋보이는 곳이다.

묵호항과 논골담길 벽화마을의 야경. / 한국관광공사(촬영 : 유상진)
묵호항과 논골담길 벽화마을의 야경. / 한국관광공사(촬영 : 유상진)

묵호항 일대도 둘러보기 좋다. 이곳은 동해안 어업기지의 성격을 지닌 항구로, 주변에 어시장과 식당가가 이어진다. 항구 뒤편 언덕에는 묵호등대와 논골담길이 있다. 논골담길은 옛 어촌 생활상을 벽화로 담아낸 정겨운 골목이다. 언덕에 오르면 항구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산에서 시작한 하루를 바다 풍경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산과 바다가 차려 낸 동해의 식탁

동해는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지형 덕분에 육지와 바다의 음식을 두루 즐길 수 있다.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식당가에서는 고사리와 곤드레나물 등을 올린 산채 밥상이 대표적이다. 담백하게 끓여낸 국물 요리와 노릇하게 부친 전은 든든하면서도 속이 편안해 허기를 달래기에 알맞다.

[삽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삽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바다 쪽으로 눈을 돌리면 동해안의 신선함이 식탁에 오른다. 묵호항과 인근 어달 횟집거리 일대에서는 갓 잡은 활어회와 뼈째 썰어내 씹는 맛이 있는 물회, 숯불에 구운 생선구이를 맛볼 수 있다. 특히 동해의 대표 향토 음식으로 꼽히는 곰칫국은 묵은지를 넣고 시원하게 끓여내 칼칼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지역의 활기찬 분위기와 특산물을 더 살피고 싶다면 동쪽바다 중앙시장이 알맞다. 묵호항 일대와 가까워 함께 방문하기 좋으며, 대왕문어와 오징어 같은 수산물은 물론 해풍에 잘 말린 묵호태도 건어물 골목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산과 바다, 전통시장으로 이어지는 먹거리는 동해 여정을 풍성하게 매듭짓는다.

무릉계곡. /구글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