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사이언스 1시간에 희귀질환 100건 분석…바이러스 오염도 '몇 분'에 발견

작성일

앤트로픽, '클로드 사이언스' 공개하며 소외질환 대상 자체 신약개발 착수
노바티스 CEO “AI로 개발기간 12년→7~8년, 성공률 8%→16% 가능”

앤트로픽, AI로 신약도 직접 만든다…소외질환부터 공략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앤트로픽, AI로 신약도 직접 만든다…소외질환부터 공략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앤트로픽(Anthropic)이 과학 연구용 AI 도구 '클로드 사이언스(Claude Science)'를 공개하면서 자체 신약개발 프로그램까지 직접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 초 열린 'AI 포 사이언스' 행사에서 나온 발표다. 회사는 전통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해 외면해온 '소외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생명과학부문 총괄 에릭 카우더러에이브럼스(Eric Kauderer-Abrams)는 회사가 이런 질환 치료제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I, 아마존, 구글 등도 자체 생명과학 도구·플랫폼을 운영 중이지만, 앤트로픽처럼 주요 프런티어 AI 기업이 신약개발에 직접 뛰어드는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

클로드 사이언스, 무엇이 다른가

클로드 사이언스는 흩어져 있던 연구 도구와 데이터셋을 하나의 환경으로 통합하고, 그림과 시각자료까지 생성해주는 '과학자용 AI 워크벤치'다. 앤트로픽은 이를 AI가 "과학적 발견과 헬스케어 치료법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가속할" 잠재력이 있다고 소개하며, 이미 다수의 바이오·제약 고객사가 클로드를 활용 중이라고 밝혔다.

행사에서는 실제 활용 사례도 소개됐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소속 한 연구자는 클로드 사이언스를 이용해 연구팀이 1년 내내 발견하지 못했던 바이러스 오염을 단 몇 분 만에 찾아냈다고 앤트로픽은 전했다. 또 클로드가 희귀 유전질환 100건을 한 시간도 안 돼 분석해 계산 기반 스크리닝 대상 후보 32건을 골라냈다는 사례도 공개됐다.

왜 신약개발까지 손대나 / AI 생성 이미지
왜 신약개발까지 손대나 / AI 생성 이미지

왜 신약개발까지 손대나

더디코더(the-decoder.com)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이번 신약개발 프로그램이 회사의 비영리적 미션과 맞닿아 있으며, 실제 신약개발 경험을 통해 업계 전반에 더 나은 AI 모델과 도구를 제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은 전임상 단계의 초기 신약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앤트로픽을 다소 독특한 위치에 놓는다. 소프트웨어를 팔던 회사가 동시에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제약사들에게 계속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앤트로픽은 AI 전문 신약개발사 인실리코(Insilico), 구글 딥마인드의 스핀오프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 여러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그리고 자체 AI 도구를 만들거나 사들이는 대형 제약사들과 함께 이 경쟁에 합류하게 됐다.

"12년 걸리던 개발, 7~8년으로 단축될 수도"

행사에 참석한 노바티스(Novartis) CEO 바스 나라심한(Vas Narasimhan)은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 단계를 거쳐 승인까지 이르는 데 통상 12년가량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연 요인을 정보 지연, 운영 지연, 생물학적 지연 세 가지로 구분했다. 새로운 AI 도구와 모델은 앞의 두 지연 요인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 이 둘이 전체 개발 기간의 약 4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반면 동물실험·세포모델·임상시험에 소요되는 생물학적 지연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를 종합하면 전체 개발 기간이 7~8년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나라심한은 전망했다.

그는 신약 성공률도 현재 8%에서 16%까지 두 배로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고 봤다. 더 나은 안전성 예측과 최적화된 분자 특성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환자 선별 개선이 미치는 효과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꼽은 가장 큰 난제는 여전히 특정 질환에 대해 어떤 표적이 생물학적으로 옳은 표적인지 가려내는 일이다. 나라심한에 따르면 대형 제약사들은 연간 1500억~2000억 달러를 연구개발에 쏟아붓지만, 120년 동안 겨우 800~1000종의 신약만 만들어냈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 효율 개선도 산업 전체에 걸쳐 스케일업되면 막대한 영향을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체적 계획은 여전히 안개 속

다만 앤트로픽은 신약개발 계획에 대해 매우 적은 정보만 공개했다. 카우더러에이브럼스는 행사에서 유망한 약물 후보를 찾아냈을 경우 회사가 어떻게 할지 밝히지 않았다. 어떤 질환을 먼저 타깃으로 삼을지, 실험실 작업·동물실험·임상시험·제조 과정에서 다른 기업과 협력할지 여부에 대해 더 알아보려는 더버지(The Verge)의 문의에도 앤트로픽은 답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불확실성이 AI 신약개발 붐 자체가 가진 모호함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이자 AI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카디아텍(CardiaTec) 공동창업자인 남식 한(Namshik Han)은 "AI 신약개발"이라는 말 자체가 "정말 광범위한 용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AI는 새로운 화합물 발굴과 개선부터 연구 지원, 데이터 분석, 임상시험, 심지어 제조까지 신약개발의 모든 단계에 적용되고 있다. 그는 주요 제약사라면 어떤 형태로든 이미 AI를 쓰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가 알파벳과 함께 공동창업한 아이소모픽 랩스, 그리고 단백질 구조 예측 도구 알파폴드(AlphaFold) 역시 AI 헬스케어 적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