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연관 지갑서 5000만 XRP 이동, 100만은 바이낸스로…ETF 유입 93%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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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5000만 XRP 미확인 지갑 이동…ETF 유입 93% 급감
바이낸스 선물 미결제 30일 최고치, 고래는 매집·개미는 이탈

8월13일(현지시각) 리플과 연관된 지갑에서 5000만 XRP(약 5050만달러, 약 716억원)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지갑으로 옮겨졌다. 온체인 추적 결과 이 가운데 100만 XRP는 다시 바이낸스와 연관된 주소로 이동했다. 같은 주 미국 XRP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주간 순유입액은 93% 급감했다. 미국 상원이 CLARITY법(CLARITY Act) 처리를 9월로 미루면서 규제 불확실성도 커졌다. 그런데도 바이낸스의 XRP 선물 미결제약정(오픈 인터레스트)은 30일 최고치를 찍어,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5000만 XRP, 리플發 지갑에서 어디로 갔나
온체인 데이터를 다루는 크립토뉴스(crypto.news)는 이번 발신 지갑을 ‘RL18-VN’으로 표기했다. 크립토뉴스넷(cryptonews.net)은 XRP스캔(XRPScan) 표기를 인용해 같은 지갑을 ‘리플(50)’ 주소로 불렀다. 두 매체 모두 이 지갑이 8월 초 1억5000만 XRP를 받은 뒤 이번 이동을 실행했다고 전해 같은 주소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크립토뉴스넷에 따르면 이 지갑은 8월7일(현지시각) ‘리플(1)’ 지갑에서 1억5000만 XRP를 받은 뒤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후 8월10일 오후 5시부터 9시41분까지(현지시각, 한국시간 8월11일 오전 2시~6시41분) 74만5000 XRP를 세 개의 미확인 주소로 나눠 보냈다. 8월11일에는 400만 XRP 이상을 또 다른 미확인 주소(rP4X…Kxv3)로, 8월12일에는 3만6000 XRP를 별도 주소로 옮겼다. 그리고 8월13일 오전 4시40분(현지시각, 한국시간 오후 1시40분) 5000만 XRP를 raRV…yNRf 주소로 보냈다. 1억5000만 XRP를 받은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단일 이동이었다.
받는 쪽 주소인 raRV…yNRf는 신원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리플과의 연결고리가 확인됐다. 이 주소는 2023년 10월 리플(50) 지갑이 활성화시킨 rP4X…Kxv3 주소로부터 활성화를 받았다. 크립토뉴스넷은 “리플이 최종 목적지로 자금을 보내기 전 연관 지갑들 사이에서 XRP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aRV…yNRf는 받은 5000만 XRP 가운데 100만 XRP만 8월13일 오전 4시45분(현지시각, 한국시간 오후 1시45분) 바이낸스와 연관된 주소로 다시 보냈다. 크립토뉴스넷은 이를 매도 의도를 시사할 수 있는 정황이라고 짚었다. 나머지 4900만 XRP는 아직 그대로 남아 있어 다음 움직임이 주목된다.

ETF 자금은 왜 93%나 줄었나
8월8일(현지시각) 마감 기준으로 미국의 7개 XRP 현물 ETF 주간 순유입액은 101만달러에 그쳤다. 직전 주 1486만달러에서 93% 줄어든 수치다. 크립토뉴스에 따르면 ETF 순자산은 9억6400만달러(약 1조3670억원)까지 내려갔다. 올해 4월 XRP ETF 유입액이 8163만달러, 최고치를 기록한 5월에는 1억3194만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뚜렷하다. 같은 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F에는 각각 1억달러 이상 자금이 몰렸다는 점에서, 이번 유입 급감이 위험자산 회피가 아니라 XRP만의 문제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배경에는 CLARITY법을 둘러싼 입법 지연이 있다. 미국 상원은 8월 휴회에 들어가기 전인 7월27일(현지시각) 이 법안 처리를 다른 안건 뒤로 미뤘다. 법안은 XRP의 디지털 상품(commodity) 지위를 연방법으로 명문화하고 감독권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넘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원이 복귀하는 9월14일 이전에는 표결이 불가능하다. 입법 뒷받침이 없는 상태에서는, 올해 3월 증권거래위원회(SEC)와 CFTC가 공동으로 XRP를 디지털 상품으로 해석한 결정도 법이 아닌 행정적 해석에 머무른다. 크립토뉴스는 XRP가 2025년 7월 기록한 사이클 고점 3.65달러보다 71%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기관 투자자들이 향후 정권이 뒤집을 수 있는 해석에 의존해 노출을 늘리길 꺼린다고 짚었다. 리플이 올해 JP모건, 도이체방크, SBI와 맺은 파트너십도 주로 결제 인프라와 RLUSD와 관련돼 있어 ETF 수요로 직접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8월7일(현지시각) 보도에서도 CLARITY법 표결이 9월로 밀리는 가운데 리플이 하루 만에 1.12% 밀린 1.03달러까지 내려간 바 있다.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은 당시 CLARITY법이 올해 안에 실제 법제화될 가능성을 14%로 낮게 점쳤다. 이후 가격은 더 낮아져, 크립토뉴스넷에 따르면 8월13일 기준 XRP는 1.0073달러에 거래되며 2024년 이후 최저 종가를 기록했다.
파생상품 시장은 정반대로 뜨거워졌다
ETF 자금이 마르는 사이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레버리지가 쌓이고 있다. 크립토뉴스에 따르면 바이낸스의 XRP 선물 미결제약정은 8월12일(현지시각) 4억3510만 토큰으로 30일 최고치를 기록했다. 30일 Z-스코어는 약 1.20까지 올랐다. 동시에 고래 지갑들은 하루 1000만 XRP 이상을 흡수하고 있고, 바이낸스에서 나가는 대형 보유자 물량은 전체 거래소 유출액의 91%를 차지했다.
크립토뉴스넷은 시장 전반의 미결제약정이 9억8648만달러에 달하며, 롱숏 비율은 3.095, 펀딩비는 0.0087이라고 전했다. 롱 포지션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으로, XRP가 지지선을 깨면 청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XRP는 20일·50일·100일·200일 이동평균선을 모두 밑돌고 있고, 일간 RSI(상대강도지수)는 36.2까지 낮아져 과매도 구간에 가까워졌다. 크립토뉴스넷은 1.00~1.015달러 구간을 핵심 지지선으로 지목했다. 이 구간을 지키면 가격이 다시 1.022달러를 넘어서는 것이 첫 반등 신호가 되고, 그 경우 1.05~1.07달러 저항 구간과 더 나아가 1.1796달러까지 시야에 들어올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지지선이 깨지면 하락이 깊어질 수 있다.
세 가지 시나리오, 확인되지 않는 진짜 목적
크립토뉴스는 이번 5000만 XRP 이동의 목적으로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는 기관 커스터디 고객을 위한 유동성 준비다. 리플은 올 상반기 DXC테크놀로지(DXC Technology), 교보생명(Kyobo Life Insurance), 태국 케이뱅크(Kbank)와 파트너십을 발표했는데 모두 리플 커스터디(Ripple Custody) 인프라와 관련돼 있다. 새로운 커스터디 고객을 온보딩하려면 스테이킹이나 정산 테스트, 지갑 프로비저닝을 위해 XRP를 미리 배치해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RLUSD 확장이다. 리플의 달러 담보 스테이블코인 RLUSD의 시가총액은 약 17억8000만달러(약 2조5240억원)에 이르고 40개 이상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걸쳐 있다. XRP 원장(XRP Ledger)에서 RLUSD를 발행하려면 기반 레이어의 유동성이 필요하고, 과거에도 대규모 XRP 이동 이후 발행량이 급증한 사례가 있었다. 셋째는 단순 매도다. 리플은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XRP를 매도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바 있다. 중간 지갑으로의 5000만 XRP 이동과 그 뒤를 이은 거래소 입금이라는 패턴은 이 설명과도 맞아떨어진다.
크립토뉴스는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온체인 데이터만으로는 확정할 수 없다고 짚었다. 결국 이번 이동을 보는 시각은 리플의 실제 계획보다는 시장 참가자 각자의 포지션과 기대를 더 많이 반영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