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축구하다 다친 예비역, 보훈대상자 인정 받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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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축구하다 다쳤는데”…법원, 보훈 보상대상자 인정한 이유
군 복무 중 체육활동을 하다가 다친 예비역이 국가유공자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보훈 보상대상자로는 인정받아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단순히 군대에서 다쳤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부상이 군 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별도의 보훈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군 복무 중 발생한 부상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기준으로 보훈 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군 체육활동처럼 국가의 수호나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군 복무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진 활동 중 발생한 사고라면 보훈 보상대상자 인정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축구 경기 중 고관절·골반 다쳐 수술까지
전주지법 행정1단독 안좌진 부장판사는 예비역 A씨가 전북 서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보훈 보상대상자 비해당 결정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보훈 당국이 A씨를 보훈 보상대상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A씨가 함께 제기한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고는 2023년 12월 27일 육군의 한 부대에서 열린 체육대회 축구 경기 도중 발생했다. A씨는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왼쪽 다리와 골반 등을 다쳤고, 이후 병원 치료를 받았다.
진단명은 ‘좌측 고관절 충돌 증후군’과 ‘관절와순 손상’이었다. 부상 정도가 가볍지 않아 수술과 입원 치료를 이어갔고, 결국 2024년 10월 만기 전역했다.
A씨는 전역 이후 자신의 부상이 군 복무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보고 국가유공자와 보훈 보상대상자 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보훈 당국은 두 자격 모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두 제도의 인정 기준을 나눠 살펴봤다.

왜 국가유공자는 안 되고 보훈 보상은 인정됐나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국가유공자’와 ‘보훈 보상대상자’의 인정 요건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공상군경’은 군인 등이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부상을 입었다고 해서 무조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직무나 교육훈련이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야 한다.
법원은 A씨가 참여한 축구 경기가 이 같은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축구 시합이 군에서 실시한 체육활동이라는 사실과 별개로, 해당 활동 자체가 국가의 수호나 안전보장,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 또는 교육훈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A씨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은 보훈 당국의 결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보훈 보상대상자의 경우 적용되는 법률과 판단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보훈 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재해부상군경’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과 부상 또는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으면 된다.
즉 국가유공자처럼 해당 활동이 국가의 수호나 국민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이 차이가 A씨의 사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법원 “자연적 악화 아닌 외상으로 발생”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A씨의 부상이 단순히 개인의 신체적 특성이나 기존 질환이 자연스럽게 악화된 결과인지, 아니면 축구 경기 과정에서 발생한 외상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였다.
법원은 후자에 무게를 뒀다.
재판부는 A씨의 상병이 자연적인 경과에 따라 점진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보기보다는 외상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의료진의 평가가 중요한 근거가 됐다. 의료진은 A씨의 부상에 대해 군 체육활동 중 발생한 외상 요인의 기여도가 70%, 개인적인 형태학적 요인이 30% 정도라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신체적 구조나 특성이 부상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증상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키는 데 군 체육활동 중 발생한 외상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A씨의 부상과 군 복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국가유공자 요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보훈 보상대상자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군대에서 다치면 모두 보훈 대상일까
이번 판결을 두고 ‘군대에서 축구하다 다치면 무조건 보훈 대상이 된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법원이 인정한 핵심은 단순히 사고 장소가 군부대였다는 사실이 아니다. 군 복무 과정에서 이뤄진 공식적인 활동과 부상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훈 대상 여부를 판단할 때는 사고가 발생한 경위뿐 아니라 부상 직후의 진료기록, 진단 내용, 수술 여부, 기존 질환이나 신체적 특성,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 등 여러 자료가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
특히 부상이 기존 질환의 자연적인 진행으로 발생한 것인지, 특정 사고나 외부 충격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는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A씨 사건에서는 축구 경기 중 발생한 외상이 확인됐고, 의료진 역시 외상 요인의 기여도를 상당히 높게 평가했다. 법원이 이를 군 복무와 부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중요한 근거로 삼은 이유다.
따라서 군 복무 중 부상을 입은 사람이 보훈 관련 신청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군대에서 다쳤다’는 사실만 주장하는 것보다 사고 당시 상황과 이후 치료 과정이 객관적인 자료로 남아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고 직후 진료기록과 진단서, 수술 및 입원 기록, 사고 경위에 관한 자료, 군 내부 사고기록 등이 이후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군 복무 중 발생한 부상에 대해 국가유공자와 보훈 보상대상자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보여준다. 국가유공자 인정에는 보다 엄격한 요건이 적용되지만,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해서 군 복무와 부상 사이의 인과관계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A씨는 국가유공자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군 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재해부상군경으로서 보훈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번 판결은 군 복무 중 발생한 부상에 대해 어떤 법적 지위로 보훈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를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군 체육활동처럼 전투나 작전과 직접 관련이 없는 활동이라도, 공식적인 군 복무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면 부상과 복무 사이의 인과관계에 따라 보훈 보상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