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외신 “미장 투자 중인 한국 개미 행태, 보면 볼수록 정말 미친 짓”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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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정말 아이러니”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voronaman-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voronaman-shutterstock.com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조정을 피해 미국 증시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현상이 뚜렷하다.

하지만 이들이 투자하는 종목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및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된다.

특히 국내에서 직접 매수 가능한 기업의 주식예탁증서를 미국 시장에서 더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기현상마저 벌어졌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투기적 과열 신호로 해석하며 강도 높게 지적했다.

미국 현지 언론은 한국 투자자들이 투자처의 지리적 위치만 국내에서 미국으로 변경했을 뿐 기존의 투자 전략은 유지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투자 방식이 특정 상품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17일(현지 시각)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하락 조정을 피해 미국 증시로 눈을 돌렸지만 기존 투자 대상인 인공지능과 반도체, 그리고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 미국 주식을 약 45억 달러 순매수했다. 이는 6월 순매수 규모를 상회하며 연중 최고치였던 1월의 50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치다.

가장 이례적인 투자 동향은 국내 기업인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에 대한 대규모 매수세다.

7월 한 달간 미국 주식 전체 순매수액 중 약 8억 4000만 달러가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에 집중됐다. 해당 종목은 7월 미국 상장 증권 전체 순매수 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 원주를 직접 매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미국 시장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를 사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CNBC는 최근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 가격은 한국 증시의 원주 가격보다 약 10%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으며 가격 변동성 역시 원주보다 컸다고 전했다.

미국 아카디안자산운용의 오언 라몬트 수석부사장은 이러한 투자 행태에 대해 "정말 미친 짓"이라고 평가했다.

오언 부사장은 "한국 투자자가 미국에서 한국 기업의 주식예탁증서를 살 이유가 없다"며 비정상적인 가격 괴리가 투기적 과열을 보여주는 경고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닷컴버블 붕괴 직전 대만과 인도 기업에서도 이와 유사한 가격 괴리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고위험 상품인 레버리지에 대한 선호 현상도 데이터로 확인된다.

7월 한국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미국 주식 가운데 4개 종목이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순매수 1위 종목은 미국 반도체 지수의 일일 수익률 3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가 차지했다. 나스닥100 지수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와 2배를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QLD) 역시 각각 순매수 4위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투자 행태 분석 결과에서도 한국 투자자들이 자금 운용의 중심을 국내에서 미국으로 옮겼으나 전략적 포트폴리오는 변경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레일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리서치 책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개미들이 무엇을 사고 있는지 뜯어보면 국내 시장에서 매도되고 있는 것과 같은 인공지능 하드웨어 테마에 대부분 연결돼 있다"고 진단했다.

피보나치자산운용의 윤정인 창업자 또한 국내 증시의 반도체 종목이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에서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미국 시장의 인공지능 관련주로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인공지능 테마에 대한 익스포저(투자 비중)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전망을 표현하는 지리적 수단만 바꾸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이동은 국내 주식시장의 하락 조정장과 시기가 맞물린다.

코스피 지수는 단기 급등 이후 7월 들어 대규모 조정을 겪었다. 이 시기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반도체 관련 종목과 레버리지 상품의 하락 폭이 컸다.

CNBC는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자금 규모가 미국 증시 전체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미국 주식 시장은 기관 투자자와 전문 투자자의 거래 대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한국 개인투자자의 자금 유입이 전체 거래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개별 종목이나 특정 레버리지 상품에 한해서는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언 부사장은 2024년 말 한국 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특정 양자컴퓨팅 관련주에 단기적으로 집중됐던 현상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과 홍콩, 미국 시장에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투자가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현재의 흐름이 "변동성을 추가하고 시장 움직임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