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가상자산 발행 새틀 제시…12개월간 최대 1043억원 무등록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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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 가상자산 발행 새 규정 초안 공개…최대 1,043억원 무등록 모금 허용
스타트업·펀드레이징 두 갈래 면제와 투자계약 세이프하버 조항이 핵심

SEC, 가상자산 발행 새틀 제시…12개월간 최대 1043억원 무등록 모금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SEC, 가상자산 발행 새틀 제시…12개월간 최대 1043억원 무등록 모금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 발행을 위한 새로운 규정 초안 ‘레귤레이션 크립토 애셋(Regulation Crypto Assets)’을 내놨다. 이 제안은 조건을 충족한 프로젝트가 증권법에 따른 등록 절차 없이 12개월마다 최대 7,500만 달러(약 1,043억원, 1달러 1,391원 기준)를 모금할 수 있도록 하는 면제 조항과, 특정 가상자산이 더는 ‘투자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조건부 세이프하버(안전지대) 규정을 담고 있다. 8월 18일(현지시각) 공개된 이 초안은 폴 앳킨스 SEC 위원장 취임 이후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해 나온 가장 실질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의회의 포괄적 시장구조 법안 ‘CLARITY법’이 여전히 표류하는 가운데 SEC가 독자적으로 대안 경로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두 갈래 면제 경로, 70억원과 1,043억원

이번 제안의 핵심은 1933년 증권법 제5조 등록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두 가지 면제 조항이다. SEC는 이를 ‘커버드 투자계약(covered investment contract)’이라 부른다.

첫 번째는 ‘스타트업 면제’다. 초기 단계 프로젝트는 4년에 걸쳐 총 500만 달러(약 70억원)까지 정식 등록 절차 없이 모금할 수 있다. 발행자는 원칙 기반의 서술형 공시만 제공하면 되며, 이는 정식 등록보다는 신고에 가까운 절차다.

두 번째는 ‘펀드레이징 면제’로, 발행자는 12개월 단위로 최대 7,500만 달러를 모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서술형 공시 외에 재무제표를 제출해야 하고, 일정 모금 규모를 넘으면 그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도 받아야 한다. 이후에는 지속적인 보고 의무도 따른다. 두 면제 모두를 이용하는 발행자는 연방 증권법상 사기·시세조종 금지 조항의 적용을 계속 받는다.

세이프하버, 토큰이 증권 지위에서 벗어나는 길 / AI 생성 이미지
세이프하버, 토큰이 증권 지위에서 벗어나는 길 / AI 생성 이미지

세이프하버, 토큰이 증권 지위에서 벗어나는 길

숫자 이상으로 주목받는 대목은 세이프하버 조항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발행자가 투자계약을 통해 투자자에게 약속했던 ‘필수 경영활동(essential managerial efforts)’을 완료했거나 영구적으로 중단했다고 SEC에 확인하고 그 외 세이프하버 조건을 충족하면, 해당 가상자산은 더는 투자계약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SEC가 새로 정의한 ‘커버드 투자계약’은 세 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특정 가상자산과 관련돼 있어야 하고, 그 가상자산 자체는 증권이 아니어야 하며, 해당 투자계약이 그 가상자산 외 다른 자산(증권이든 비증권이든)을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이 좁은 정의 덕분에 면제와 세이프하버는 증권이나 토큰화 증권이 결부된 발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제안에는 ‘적격 매수인(qualified purchaser)’ 개념을 다시 정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레귤레이션 크립토 애셋에 따라 발행된 자산과 관련 2차 거래를 주(州) 증권법상 등록·인가 요건에서 연방 차원으로 면제하는 효과가 생긴다.

앳킨스 위원장은 성명에서 이번 제안이 투자계약의 적용을 받는 비증권 성격의 가상자산을 위해 설계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발행자들이 이런 자산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진 기존 SEC 규정에 맞춰야 했고, 이 때문에 자본 형성과 혁신이 저해됐다고 지적했다. 또 SEC의 과거 접근 방식이 투자를 해외로 몰아내고 미국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보호를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앳킨스는 헤스터 피어스 커미셔너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세이프하버 제안이 이번 규정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공을 돌렸다.

다만 앳킨스는 입법이 여전히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당국의 규정만으로는 향후 정권이 바뀌면 뒤집힐 위험이 있어,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SEC가 CLARITY법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려는 의회의 노력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의회 대신 움직이는 규제기관,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이번 제안은 의회가 포괄적 시장구조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사이 SEC와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각자 권한을 활용해 규정을 채우려는 흐름과 맞물린다. 마이클 셀리그 CFTC 위원장은 올해 고위험·고레버리지 파생상품인 비트코인 무기한 선물을 승인한 바 있으며, 업계에서는 다른 자산에도 유사한 상품이 허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 제안을 두고 컴플라이언스 중심 디지털자산 거래 플랫폼 eXchange1의 글로벌마켓 부문 최고성장책임자 디팬카르 카푸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여기서 흥미로운 건 발행자의 등록 부담이 줄어드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이것이 파이프라인에 미칠 영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년간 유망한 프로젝트들이 증권성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출시를 미루거나 해외에서 설립됐다”며 “실질적인 재무 보고가 결부된 7,500만 달러 규모 트랙이 마련된 만큼 앞으로 1년가량은 제대로 공시된 정당한 프로젝트들이 시장에 대거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런 흐름에 앞서 실사 역량을 갖춘 플랫폼이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신중론도 있다. GSR의 조시 리즈먼 최고법률전략책임자는 SEC와 CFTC가 단기적으로 업계에 유리한 포괄적 규정을 빠르게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다음 행정부에서 상황이 바뀌면 게리 겐슬러 전 SEC 위원장 시절과 비슷한 강력 단속 국면, 이른바 ‘겐슬러 2.0’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겐슬러 전 위원장은 재임 당시 가상자산 업계에 사기가 만연하다는 점을 들어 수십 개 기업을 미등록 영업 혐의로 제소한 바 있다.

SEC는 이번 제안을 파일번호 S7-2026-27의 규정 초안으로 공개했으며, 연방관보 게재 후 60일 이내에 의견을 받는다고 밝혔다. 온라인 의견 제출 절차가 마련돼 있고, 제출된 의견은 SEC 웹사이트에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