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으면 죄인” 오세훈 서울시장, 작심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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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죄인 vs 주택난 해결, 용산공원 개발 논란 심화
토양오염·교통난·법적 장벽, 용산공원 주택화 현실적인 문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가 검토 중인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일부라도 아파트 부지로 바꾸는 데 찬성한다면 두고두고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용산공원만큼은 개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다.

오 시장은 24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일타시장-용산공원’에서 용산어린이정원을 직접 찾아 약 15분간 용산공원 주택 공급 논란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설명했다. 용산공원의 역사적 가치와 녹지 보존 필요성부터 이른바 ‘훼손부지’ 활용론, 미군기지 반환과 토양오염 정화, 교통과 기반시설 문제, 주택 공급 대안까지 주요 쟁점을 직접 짚었다.

정부가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법 개정을 검토하면서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입장 차이가 더욱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 / 뉴스1

“90만평 용산공원, 아파트 부지로 바꾸면 안 돼”

오 시장이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용산공원의 역사성이다.

용산공원 예정지는 약 300만㎡, 약 90만평 규모다. 오 시장은 이곳이 청나라군을 시작으로 일본군과 미군이 120여년간 주둔했던 역사적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단순한 유휴부지가 아니라 역사성과 자연성을 함께 보존해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 도심에서 시민들이 집이나 직장에서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대규모 녹지가 부족하다는 점도 들었다. 산과 녹지가 주로 서울 외곽에 몰려 있는 만큼 용산공원은 도심 한가운데에서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을 뉴욕 센트럴파크나 런던 하이드파크와 같은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녹지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주택 한 채를 더 짓는 것과 대체하기 어려운 공공의 자산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은 “용산공원의 일부라도 아파트 부지로 바꾸는 데 찬성한다면 두고두고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여론 지지를 호소했다.

서울 용산공원 일대 / 뉴스1
서울 용산공원 일대 / 뉴스1

“건물이 있다고 훼손부지? 공원으로 복원할 땅”

정부가 용산공원 내 기존 시설이 들어선 일부 부지를 이른바 ‘훼손부지’로 보고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군인아파트와 장교숙소, 방위사업청 부지 등 기존 시설이 남아 있는 곳을 이미 공원이 훼손된 공간으로 판단해 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용산공원 조성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 시장은 현재 건물과 콘크리트 등이 남아 있는 곳 역시 최종적으로는 시설을 철거하고 잔디와 나무가 있는 녹지공원으로 복원하기로 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건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공원에서 제외할 경우 앞으로 다른 시설이 있는 지역까지 개발 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법적으로도 쟁점은 간단하지 않다.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제4조는 국가가 본체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본체부지를 공원 외 목적으로 용도 변경하거나 매각 등의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 용산공원조성지구는 약 300만㎡ 규모이며, 이 가운데 본체부지는 약 243만㎡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추진하려면 단순한 부지 활용을 넘어 현행 법체계와 공원 조성 원칙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먼저 해결돼야 하는 이유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오염토 정화부터 7~10년…당장 집 부족 해결 못 해”

오 시장은 용산공원 부지의 토양오염 문제도 주택 공급의 현실적인 걸림돌로 꼽았다.

미군기지가 장기간 주둔했던 용산 일대는 토양오염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오 시장은 현재 임시 개방 중인 용산어린이정원도 오염된 토양 위에 복토한 뒤 잔디 등을 조성한 공간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공원을 시민에게 개방하는 것과 그곳에 장기간 거주해야 하는 주택을 짓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주택을 건설하려면 토양 속에 남아 있는 유해물질을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오염토를 깊이 파내 정화하는 등 보다 엄격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용산공원 인근 캠프킴 부지는 반환 이후에도 토양오염 정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에 활용하더라도 미군기지 반환, 오염조사와 정화, 구역 지정, 도시계획과 인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입주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보도에서도 용산공원 주택 공급은 실제 착공과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장기 과제로 평가되고 있다.

오 시장은 전문가 전망을 근거로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실제 착공에 이르기까지 7~8년에서 길게는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당장 서울의 주택 부족과 집값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용산공원 개발은 신속한 공급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1만 가구 들어서면 교통은? 서울시가 제시한 대안

교통과 기반시설 문제도 서울시가 반대하는 주요 이유다.

용산공원 일대에 1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들어설 경우 출퇴근 시간대 차량과 대중교통 이용자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존 도로망과 철도, 상하수도, 전기·가스 등 기반시설 역시 주택 공급 규모에 맞춰 추가로 확충해야 한다.

오 시장은 충분한 교통·기반시설 계획 없이 주택 공급 물량만 먼저 정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입장이다. 주택을 지은 뒤 교통난과 생활 인프라 부족을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급 계획을 세우는 단계부터 주변 도시 구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역시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부지 확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의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큰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용산공원 본체부지 활용 여부를 놓고는 입장이 갈리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 시장이 용산공원 주택 공급 문제를 놓고 다시 협의할 예정인 가운데 양측의 간극이 좁혀질지가 관건이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 대신 실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곳에서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대안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한 31만가구 착공이다. 이미 주거지가 형성돼 있는 지역의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면 새로운 공원이나 녹지를 훼손하지 않고도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논리다.

두 번째는 물재생센터 등 도시기반시설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기존 도시 인프라와 연계할 수 있는 부지를 찾아 주택 공급에 활용하면 새로운 녹지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공급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청년주택 공급과 금융지원 확대다. 주택을 필요로 하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공공과 민간의 공급을 늘리고 금융 지원을 확대해 주거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 / 뉴스1

“정치적 반대 아니다”…용산공원 두고 정부와 서울시 충돌

오 시장은 자신이 용산공원 주택 공급에 반대하는 것을 정치적 판단으로 보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서울시가 용산공원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매우 졸렬한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 여론도 자신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자체 여론조사를 근거로 시민의 3분의 2 정도가 용산공원의 일부라도 아파트 부지로 사용하는 데 반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6.7%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용산공원 주택 공급 논란은 단순히 ‘공원을 지킬 것인가, 집을 지을 것인가’의 선택으로만 끝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가 시급한 상황에서 도심 내 대규모 공공부지를 활용하자는 요구와 역사·환경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용산공원을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는 배경에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다. 실제 정부는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섰지만 용산공원은 최종 공급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정부와 여권 내부에서 용산공원 활용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문제의 핵심은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느냐,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실제 공급 효과가 얼마나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은 본체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주택 공급을 추진하려면 법적 근거와 사업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불가피하다.

오 시장은 이날 시민들에게 용산공원을 지켜달라며 여론의 지지를 호소했다. 서울의 주택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정부와 공원의 역사적·환경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서울시가 맞선 가운데, 용산공원이 실제 주택 공급지로 바뀔지 아니면 당초 계획대로 도심 속 대규모 국가공원으로 남을지는 향후 정부와 서울시의 협의, 관련 법 개정 논의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