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디 있다가?…팔공산 계곡 무인캠에 찍혀 난리 난 ‘멸종위기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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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불법 기도터 싹 걷어냈더니…무인카메라에 잡힌 ‘멸종위기 동물’
약 70년간 불법 기도터에 가려졌던 팔공산 계곡이 본래 모습을 되찾자 뜻밖의 생명들이 나타났다. 무인센서카메라에 포착된 동물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담비였다. 같은 등급으로 보호받는 참매를 비롯해 총 17종의 야생생물도 계곡을 찾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팔공산국립공원 도학동 계곡 일대의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고 복원한 뒤 생태계를 관찰한 결과, 다양한 야생동물이 계곡을 이동하거나 휴식하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70년 불법 기도터 철거…폐기물만 356톤
대구 동구 팔공산 도학동 계곡 일대는 약 70년 전부터 야외 기도터로 불법 이용돼 왔다. 무속인들 사이에서 이름난 장소로 알려지면서 그늘막과 촛불함, 제단 등 각종 시설물이 들어섰다.
오랜 점유로 계곡의 자연 지형도 훼손됐다. 바위와 물길 주변에 콘크리트가 쌓였고 제단을 만들기 위해 작은 자연석이 외부로 옮겨지기도 했다.

국립공원공단은 관계기관과 협력해 점유자들을 설득했고, 자진 철거와 퇴거를 끌어냈다. 이후 남아 있던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고 폐콘크리트 등 약 356톤의 폐기물을 처리했다.
시설물을 없애는 데서 복원 작업이 끝난 것은 아니다. 공단은 제단 설치에 사용됐던 자연석을 다시 계곡으로 옮겨 놓고 훼손된 물길과 지형을 정비했다.
불법행위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도 마련했다. 계곡 진입부에 무인계도 시스템을 설치하고 해당 구역을 정기 순찰 지역으로 지정해 재점유와 불법 시설물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무인카메라 돌려보니…담비·참매 포함 17종 포착
사람의 출입과 간섭이 줄어든 계곡에서는 빠르게 변화가 나타났다.
국립공원공단이 설치한 무인센서카메라에는 담비가 계곡을 따라 민첩하게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담비는 식육목 족제비과에 속하는 포유류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돼 있다.

참매가 계곡 주변에서 머무는 장면도 확인됐다. 매목 수리과에 속하는 참매 역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다.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야생생물은 두 종뿐만이 아니었다. 담비를 포함한 포유류 6종과 참매를 비롯한 조류 11종 등 모두 17종이 복원된 계곡을 이동하거나 휴식 공간으로 이용했다.
공단은 이 같은 변화를 계곡의 자연성이 회복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판단했다. 불법 시설물을 걷어내고 자연 지형을 되살리자 야생동물이 다시 계곡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훼손된 계곡을 자연에 돌려준 결과 다양한 야생동물의 이용이 확인됐다며, 앞으로도 국립공원 훼손지를 복원하고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고라니·새끼 멧돼지까지 사냥하는 ‘숲의 사냥꾼’

제주와 일부 섬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의 숲에 사는 담비는 중형 포유류다. 흑갈색 얼굴과 몸통을 가졌으며 목 부위에는 노란 털이 나 있다. 몸길이는 약 60㎝ 안팎, 몸무게는 3~6㎏ 정도다.
담비는 발바닥에도 털이 나 있어 나무를 잘 타고 미끄러운 지형에서도 빠르게 움직인다. 능선과 산비탈, 계곡 등 산림의 거의 모든 지형을 오가며 바위틈이나 고사목 구멍, 큰 나무뿌리 아래를 은신처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2~5마리가 무리를 이뤄 생활한다. 과실류를 주로 먹지만 설치류와 조류, 고라니를 사냥하며 경우에 따라 새끼 멧돼지까지 먹는다. 여러 마리가 협력해 자신보다 몸집이 큰 동물을 사냥하기도 한다.
담비의 행동권은 약 60㎢에 이를 만큼 넓다. 한 지역에 고립돼 살아가기보다는 여러 숲과 계곡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연결된 서식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개발로 숲이 나뉘고 이동 과정에서 차량에 치이는 사례가 늘면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담비처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된 동물을 허가 없이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면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70년간 사람의 시설물이 차지했던 계곡을 자연에 돌려주자 담비와 참매를 비롯한 야생동물도 모습을 드러냈다. 팔공산 무인카메라에 담긴 장면은 훼손지를 되살리는 일이 야생생물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이 됐다.
멸종위기 동물 보호, 결국 사람을 위한 일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특정 동물 한 종만 살리는 일이 아니다. 모든 생물은 먹이사슬과 서식지를 통해 연결돼 있어 한 종이 사라지면 생태계 전체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담비처럼 넓은 숲을 오가는 포식자가 산다는 것은 먹이와 은신처가 충분하고 서식지가 건강하다는 신호다. 한번 멸종한 생물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서식지를 보전하고 불법 포획과 훼손을 막는 일은 결국 사람이 살아갈 자연환경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