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매일 즐겨 먹던 건데… 세계 최악의 쌀 음식 3위에 오른 '뜻밖의 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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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쌀요리, 국제 평가에서 '최악' 오명

글로벌 미식 평가 사이트 테이스트아틀라스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업데이트한 '세계 최악의 쌀 음식 100선(100 Worst Rated Rice Dishes in the World)'에 한국 쌀 요리 5개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김밥 자료사진. / Ryzhkov Photography-shutterstock.com
김밥 자료사진. / Ryzhkov Photography-shutterstock.com

콩나물밥이 5점 만점에 2.4점으로 3위, 누드김밥이 2.7점으로 8위에 올랐고, 충무김밥과 백설기가 나란히 3.2점으로 각각 48위와 49위, 가래떡이 3.5점으로 88위를 기록했다. 평소 익숙하게 먹던 밥과 떡이 나란히 '세계 최악' 명단에 오른 소식에, 국내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테이스트아틀라스가 뭐길래

테이스트아틀라스는 세계 각국의 전통 음식과 현지 식재료, 정통 레스토랑 정보를 집대성한 미식 백과사전이자 평가 플랫폼이다.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이용자 평점을 기반으로 한 각종 순위를 꾸준히 발표해 왔는데, 단순한 인기 투표가 아니라는 게 운영진의 설명이다. 봇(bot) 계정이나 특정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비하성 평가는 걸러내고, 시스템이 음식 이해도가 높다고 판단하는 이용자의 평점에는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을 쓴다는 것이다.

1위는 미국 '글로리파이드 라이스'…이스라엘·이탈리아·일본도 함께

이번 순위는 지난해 9월 집계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갱신된 것으로, 이번 업데이트분까지 총 3만 6935건의 평가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시스템이 정상으로 인정한 2만 4794건이 순위에 반영됐다. 직전 집계였던 지난해 9월 17일 기준으로는 총 3만 1467건 가운데 2만 738건이 유효 평가로 인정된 바 있어, 1년 사이 평가 참여자 수 자체도 꾸준히 늘어난 셈이다. 테이스트아틀라스는 봇(bot)이나 민족주의·지역감정에 따른 평가는 걸러내고, 음식 이해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이용자의 평점에는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체 1위는 통조림 파인애플과 휘핑크림을 쌀에 섞은 미국 미네소타주의 디저트 '글로리파이드 라이스'가 2.2점으로 차지했다. 2위는 흰쌀과 강낭콩, 토마토를 함께 끓인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가정식 '오레즈 슈이트'(2.3점)였다. 이어 4위는 딸기를 넣은 이탈리아 리소토 '리소토 알레 프라골레'(2.5점), 5위는 쌀과 말린 과일을 호박 속에 채워 굽는 아르메니아의 명절 디저트 '가파마'(2.5점)였다. 일본 음식도 두 개나 이름을 올렸다. 걸쭉한 볶음 소스를 얹은 도쿄식 덮밥 '주카동'이 6위(2.6점), 팥으로 지은 찹쌀밥 '세키한'이 7위(2.6점)를 각각 기록했다. 9위와 10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죽 형태 쌀 요리 '살리그'(2.7점)와 치즈를 넣은 볼리비아식 밥 '아로스 콘 케소'(2.7점)가 차지했다. 콩나물밥과 누드김밥은 이런 세계 각국의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각각 3위와 8위에 오른 셈이다. 11위부터 20위 사이에도 인도네시아의 옥수수밥 '나시 자궁', 이탈리아의 사과 리소토 '리소토 콘 레 멜레', 태국의 케첩밥 '카오팟 아메리칸', 방글라데시의 발효밥 '판타 바트', 스위스의 커리라이스 '리 카시미르', 인도 남부의 코코넛밥 '텡가이 사담' 등 세계 각국의 이색 쌀 요리가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유독 한식만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국내 쌀요리만 따로 매긴 순위에서도 콩나물밥이 '불명예 1위'

테이스트아틀라스는 같은 날 한국 쌀 요리만 따로 모은 '평점이 가장 낮은 한국 쌀요리 11선'도 함께 공개했다. 이 국내용 순위에서는 콩나물밥이 2.4점으로 불명예 1위에 올랐고, 누드김밥(2.7점)이 2위, 충무김밥과 백설기(3.2점)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인절미(3.3점), 가래떡(3.5점), 오곡밥(3.6점), 보리밥(3.6점), 누룽지(3.7점), 회덮밥(3.7점), 떡볶이(3.9점)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 순위에서는 100위 안에 5개만 걸렸지만, 한식만 놓고 상대 비교를 하면 평소 친숙하게 먹던 떡볶이나 보리밥, 누룽지까지도 낮은 점수를 피하지 못한 셈이다. 이 11개 음식 모두 5점 만점에 4점을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식 쌀 요리 전반에 대한 해외 평가가 후한 편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콩나물밥 자료사진. (AI로 제작)
콩나물밥 자료사진. (AI로 제작)

문제는 이들 음식 모두 '제대로'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가래떡은 따끈하게 구워 꿀을 찍어야 진가가 드러나고, 갓 나온 백설기는 우유와 곁들여야 제맛이며, 콩나물밥은 양념장을 넣고 쓱쓱 비벼야 비로소 완성되는 음식이다. 이런 디테일 없이 밥이나 떡 자체만 두고 매긴 점수라면 한국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충무김밥 자료사진. / space 002-shutterstock.com
충무김밥 자료사진. / space 002-shutterstock.com

특히 충무김밥이 48위에 오른 결과는 김밥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웃할 만하다. 충무김밥은 경남 통영 지역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김에 밥만 넣어 만 뒤 무김치와 매콤한 오징어무침을 곁들여 먹는다. 뱃일 나가는 남편을 위해 김밥을 쌌던 통영 어부의 아내들이, 김밥 속 재료가 쉽게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밥과 김만 말고 반찬은 따로 곁들이는 방식을 궁리해낸 데서 비롯된 음식이다. 상하지 않게 먹으라는 지혜가 담긴 음식인데, 정작 그 배경은 점수에 반영되지 않은 모양이다. 백설기 역시 마찬가지다. 쌀가루에 설탕과 물, 소금을 섞어 찌기만 한 음식이라 그 자체로는 담백하지만, 갓 쪄낸 뜨끈한 백설기를 시원한 우유와 함께 먹었을 때 비로소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살아난다는 게 한국인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가래떡도 마찬가지로, 딱딱하게 굳은 상태 그대로 먹기보다 프라이팬이나 화로에 노릇하게 구워 꿀이나 조청을 찍어 먹어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앞서도 홍어·엿·두부전 등 반복 등장

한국 음식이 테이스트아틀라스의 '최악' 리스트에 오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세계 최악의 음식 100선'에는 홍어(51위)와 엿(68위), 콩나물밥(81위), 두부전(84위) 등이 포함된 바 있다. 당시에도 국내에서는 "홍어는 이해되는데 두부전이랑 콩나물밥은 진짜 모르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후 지난 6월 갱신된 목록에서는 순위가 다시 바뀌어 홍어(58위), 콩나물밥(63위), 두부전(81위)이 이름을 올렸다. 테이스트아틀라스는 콩나물밥에 대해 콩나물을 넣어 지은 밥에 다진 소고기나 돼지고기, 김치, 마늘, 참기름 등을 더해 풍미를 살리고, 청주와 간장, 다진 마늘, 설탕, 파, 후추로 만든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고 소개하면서도, 정작 왜 최악의 음식으로 선정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홍어의 경우 발효 과정에서 나는 강한 암모니아 냄새를 이유로 꼽으면서도, 쫄깃한 식감과 독특한 풍미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는 음식이라고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