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뚫을 '신의 한 수'…종교시설 돌봄 거점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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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헌일·최에스더 교수팀, 한국지방자치학회서 '민관·종교 연계 로컬 거버넌스' 선도적 모델 제시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돌봄 공백이 연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전국 방방곡곡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종교시설’을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전초기지로 탈바꿈시켜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파격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이 학계로부터 제시되어 비상한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한계 부딪힌 공공 복지, 풍부한 종교 인프라가 '구원투수'
한국지방자치학회(회장 이향수)와 행정안전부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2026 하계국제학술대회’가 지난 8월 27일부터 양일간 대전 한국철도공사 본사에서 막을 올렸다.
‘지방시대와 균형성장’이라는 대주제 아래 열린 이번 학술제에서는 지방소멸과 인구 절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각계 전문가들의 열띤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대회 2일 차인 28일, ‘인구감소지역의 통합돌봄과 고립화 저감’을 다룬 특별 섹션에서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 장헌일 원장과 신한대 KBSI연구소장 최에스더 교수가 공동 발표한 연구 발제문이 참석자들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이들은 ‘통합돌봄시대 돌봄 안전망 구축을 위한 종교협력과 로컬 거버넌스 정책방안’을 발표하며, 뚫리고 있는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획기적인 해법으로 ‘종교계와의 적극적인 연대’를 강력히 촉구했다. 장 원장과 최 교수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행정 관청의 힘만으로는 폭발하는 돌봄 수요를 절대 감당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역 사회 내에서 가장 뛰어난 접근성과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종교단체의 유휴 공간과 네트워크를 통합돌봄의 핵심 거점으로 적극 차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단순 시혜적 구호 넘어 '로컬 거버넌스' 중심축으로 진화해야
두 발제자가 입을 모아 강조한 핵심은 종교계의 역할 패러다임 변화다. 과거 종교단체의 사회 공헌이 연말연시 불우이웃 돕기나 무료 급식 등 단편적이고 시혜적인 구호 활동 차원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를 직접 이끌어가는 '능동적 주체'이자 '핵심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동네 골목마다 자리 잡은 교회, 성당, 사찰 등의 종교시설을 지역 주민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오픈형 돌봄 플랫폼'으로 전면 개방하자는 구상이다.
이를 구심점으로 삼아 지방자치단체, 민간 복지 전문기관, 그리고 지역 주민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다자간 협력 네트워크, 즉 강력한 '로컬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이들은 역설했다. 이러한 상생 모델이 현장에 제대로 정착될 경우, 행정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은둔형 고립 가구 위기 상황을 이웃 주민과 종교단체가 가장 먼저 발견하여 지자체의 공적 복지 서비스로 즉각 연계하는, 낭비 없고 효율적인 무결점 그물망 복지가 실현될 수 있다.
◆ 돌봄의 질 좌우할 '전문 지도자' 양성… 해외 선진 사례 벤치마킹
하드웨어(종교시설)의 인프라 공유만큼이나 시급한 과제는 돌봄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소프트웨어, 즉 '전문 인력'의 체계적 육성이다. 장헌일 원장과 최에스더 교수는 지속 가능하고 수준 높은 돌봄 생태계 조성을 위해 종교계 내부에 ‘돌봄 전문 지도자’를 양성하는 공인된 제도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함을 지적했다. 열정만 앞선 아마추어적 접근이 아닌, 검증된 전문가 그룹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병원, 군대, 교도소 등지에서 전문적인 심리적·영적 돌봄을 제공하는 미국의 BCC(공인채플린제도) 및 APCGN, 그리고 재난 현장이나 임종을 앞둔 환자의 곁을 지키는 일본의 ‘임상종교사’ 제도 등을 한국적 복지 상황에 맞게 벤치마킹하여 선진화된 제도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체계적인 훈련을 거친 종교계 돌봄 인력이 기존의 '케어 매니저' 제도와 맞물려 시너지를 낼 때, 취약계층의 신체적 불편함뿐만 아니라 고립감과 우울감 등 마음의 병까지 어루만지는 진정한 의미의 ‘전인적(全人的) 통합돌봄’이 완성될 수 있다는 논리다.
◆ 첨단 AI 기술 결합부터 지자체 협력까지… 지속 가능한 복지 생태계 기대
한편, 이번 섹션에서는 사람 중심의 종교계 협력 모델뿐만 아니라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돌봄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 학술대회의 깊이를 더했다.
이상엽 교수(전 건국대 대외부총장)와 신한대 이규태·이정은 교수는 ‘인구감소지역 독거노인의 고립화 저감을 위한 피지컬 AI의 응용: 점-선-면의 연결’이라는 미래지향적인 주제로 발제를 이어가며, 사람의 온기를 지닌 대면 돌봄과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된 하이브리드형 복지 모델의 청사진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어진 지정 토론 시간은 그야말로 지식의 용광로였다. 전북대 주상현 교수의 매끄러운 진행 아래, 건국대 박상도 교수, 전북대 윤성호·성혜진 교수, aSSIST 최영출 교수, 한서대 오세준 교수, 삼육대 박은수 교수, 월드뷰티핸즈 정혜경 연구원 등 내로라하는 학계 및 현장 전문가들이 총출동하여, 발제된 내용들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기 위한 법적·제도적 보완점과 날카로운 질문들을 주고받으며 열띤 공방을 벌였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화두로 던져진 '종교협력 기반 로컬 거버넌스' 모델은 국가 재정의 한계에 부딪힌 대한민국 초고령사회의 복지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신선하고도 파괴력 있는 해법으로 평가받으며, 향후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수립 거버넌스에 중대한 시사점과 이정표를 제시할 것으로 강력히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