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이 장관 후보자로 임명되자 소환된 '말 많았던 2년 전 채용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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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열정페이 원한다면 (기본소득당) 당명 수정하라” 비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옛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자 2년 전 채용공고 하나가 다시 소환됐다. 최저임금 인상과 기본소득을 앞세워 온 정당인 기본소득당이 정작 자당 직원을 뽑을 때는 박한 처우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제의 공고가 기본소득당 공식 블로그와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것은 2024년 5월이었다. 그래픽 디자이너 1명을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담당 업무는 적지 않았다. 포스터·현수막·전단지·스티커 등 오프라인 홍보물 디자인, 카드뉴스·웹포스터·광고 같은 온라인 콘텐츠 제작, 계간지와 의정보고서 편집 디자인 및 인쇄 감리까지 명시됐다. 선거 기간에는 선거공보와 유세 차량, 유세복 등 선거운동 물품 디자인도 맡아야 했다. 사실상 당의 모든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혼자 감당하는 자리였다.
공고에 적힌 급여는 세전 월 230만원이었다. 당시 월 최저임금(약 206만원)을 다소 웃도는 수준이다. '협의 가능'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다. 명절 상여와 하계 특별휴가, 유급 생리휴가 등이 복지로 제시됐다. 우대 사항에는 ‘편집 디자인 이해도가 높은 사람’, ‘인쇄 감리 경험자’, ‘영상 편집과 모션 그래픽 툴을 다루는 사람’, ‘인권·사회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이 올랐다.
비판의 핵심은 요구 조건과 처우의 간극이었다. 명시된 업무를 소화하려면 통상 3년차 이상 경력직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시 업계의 시각이었다. 그런데도 제시된 급여가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인권·사회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을 우대한 대목도 도마에 올랐다. 사회적 가치를 앞세워 낮은 임금을 정당화하는 이른바 '열정페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기본소득당의 정체성과 맞물리면서 논란은 커졌다. 기본소득당은 청년 기본소득 도입과 최저임금 인상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왔다. 용 후보자 역시 저임금·노동 문제에서 선명한 목소리를 내온 대표적인 정치인으로 꼽힌다. 정작 자당 채용에서는 그 기준에 못 미치는 처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말과 행동이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누리꾼 반응도 대체로 싸늘했다. "열정페이를 원한다면 당명을 수정하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자격 조건은 사실상 5년차 이상인데, 요즘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 신입도 이렇게 뽑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고 보조금을 받는 정당이 그 정도 일에 이런 처우를 내거느냐"는 반응도 달렸다.
반론이 없지는 않았다. "세전 230만원에 협의도 가능한데 비판이 과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급여가 적다고 생각하면 지원하지 않으면 된다"거나 "전문직이라 처우가 아쉬우면 안 가면 그만"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본소득당은 최근 공식 채용공고를 통해 콘텐츠 마케터 채용을 진행 중이다. 주요 업무로는 트렌드 리서치 및 기획 제안,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SNS 콘텐츠 기획·운영, 성과 지표 수집 등이 포함됐으며, 쇼트폼 촬영 및 편집과 당 행사 현장 업무 지원도 요구 조건에 올랐다. 우대사항으로는 영상 편집 능력과 함께 '딱딱한 주제라도 시선을 붙잡는 문구로 풀어낼 수 있는 분' 등이 제시됐다. 근무 형태는 주 5일 유연출근제. 과거에 논란이 있었던 까닭인지 보수는 별도의 금액 표시 없이 '내규에 따름'으로 명시됐다. 일각에선 한 명이 맡는 업무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 벌어진 논란이 훨씬 무거운 무대에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용 후보자를 지명했다. 1990년생인 용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역대 최연소이자 첫 1990년대생 장관이 된다. 여성과 노동, 돌봄 정책에서 목소리를 내온 이력이 발탁 배경으로 꼽혔다.
지명 직후 의원직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기본소득당은 용 후보자가 장관이 되더라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때 의석을 다음 순번에 넘기고 물러났던 오랜 관례를 깨는 결정이다. 현행 국회법상 국무위원과 의원직 겸직은 가능해 법적 의무는 없다. 다만 전례가 있는 만큼 '특권' 논란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선 비판이 이어졌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성평등가족부는 불공정과 특권 의식을 깨는 곳"이라면서 용 후보자를 두고 "불공정과 특권 의식의 상징"이라고 적었다.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을 향해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지명을 거칠게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복어 독을 들이키는데 나라는 다시 한번 그 진통에 휘말릴 것"이라며 "꼴페미들을 겨우 정리했더니 그걸 왜 또 건드리나"라고 했다.
양경규 정의당 대표는 용 후보자가 위성정당을 통해 두 차례 국회에 입성한 점을 문제 삼았다. 위성정당 정치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인사라는 것이다. 양 대표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환영했던 용 후보자의 과거 입장도 함께 지적했다.
용 후보자는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후보로, 22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6번으로 각각 당선됐다. 두 차례 모두 민주당이 주도한 위성정당의 당선권 순번을 받은 셈.
기본소득당은 소수정당의 사정을 강조하며 맞섰다. 원내 1석뿐인 상황에서 의원직 사퇴 관례는 "의석이 많은 정당의 관례"일 뿐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대표 선거에 단독 출마한 오준호 후보는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의 겸직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의원직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내려놓을 경우 고재순 전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이 의석을 승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