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몇 마리야... 오직 '뜰채'만 이용해 이렇게 많은 갑오징어를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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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곳곳에서 볼 수 있다는 갑오징어 뜰채 낚시

해가 진 밤바다. 물이 빠진 해변에 랜턴 불빛 하나가 어른거린다. 낚싯대도 배도 없다. 손에 들린 건 뜰채 하나가 전부다. 무릎 높이 물속을 수경으로 들여다보던 한 남성이 바닥에 납작 붙어 있던 갑오징어를 순식간에 떠올린다. 먹물이 사방으로 튄다. 가을이 오면 서해안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갑오징어 뜰채 낚시 모습이다.



갑오징어 / '가다구TV' 유튜브 채널
갑오징어 / '가다구TV' 유튜브 채널





'수상한 해변에 밤이 되자 깔렸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유튜브 채널 '가다구TV'에 최근 올라왔다. 배를 타거나 갯바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대신 물이 빠진 갯벌을 직접 걸어 다니며 뜰채로 갑오징어를 건져 올리는 과정을 담았다.


영상 속 촬영자는 수경과 뜰채, 잡은 것을 담을 통을 챙겨 어두운 해변으로 들어간다. "이 시즌이 되면 주꾸미와 갑오징어로 전국이 들썩인다"며 밤바다로 향한다. 물에 들어서자마자 갑오징어가 눈에 들어온다. 다만 씨알이 잘다. 그는 "너무 작은 녀석은 다시 놓아준다"며 손바닥보다 작은 개체들을 연이어 방생한다.


갑오징어 / '가다구TV' 유튜브 채널
갑오징어 / '가다구TV' 유튜브 채널




가을 초입이라 크기가 작은 대신 개체 수가 많다. 바닥에 붙어 있는 갑오징어가 곳곳에서 보인다. 갑오징어는 위협을 느끼면 먹물을 뿜는다. 촬영자는 물을 여러 번 갈아 주며 잡은 갑오징어를 산 채로 담았다. 갑오징어뿐 아니라 낙지와 꽃게, 조개껍데기 속에 숨어 있던 주꾸미까지 뜰채에 함께 걸려 올라온다.


물이 빠지는 간조 시간대에 맞춰 밤에 나서야 갑오징어를 잡을 수 있다. 수심이 얕아진 갯벌이라야 뜰채가 바닥까지 닿아 갑오징어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뜰채 낚시는 장비 싸움이기도 하다. 수경과 뜰채, 잡은 것을 담을 통에 카메라와 수중 랜턴까지 몸에 주렁주렁 매달아야 한다.


물속 시야 확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사람이 지나다닐 때마다 바닥의 뻘이 일어나 앞이 보이지 않는다. 뻘물이 덜한 자리를 찾아 옮겨 다니며 수경에 의지해 잡는다. 깊은 쪽으로 들어갈수록 씨알이 굵어지지만 그만큼 잡기는 어려워진다. 큰 개체를 눈앞에서 놓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나온다.


첫날 비가 내려 조업이 어려워지자 다음 날 다시 해변을 찾았다. 물속이 잘 보이지 않아 수중 랜턴까지 동원했다. 갯벌 곳곳엔 이미 다른 낚시꾼들이 나와 있었다. 현지 사정에 밝은 한 낚시꾼에게서 꽃게와 낙지를 얻기도 했다.


이틀에 걸쳐 잡은 갑오징어는 통찜과 볶음으로 상에 올랐다. 촬영자는 "내장까지 통째로 쪄야 제맛"이라며 갓 잡은 갑오징어를 손질했다. 유튜버는 씨알이 굵어지는 다음 물때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예고했다.


갑오징어는 이름 탓에 흔히 오징어의 한 종류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징어와도 문어와도 구분되는 별개의 두족류다. 몸속에는 석회질로 된 납작하고 긴 뼈가 들어 있다. 이 갑옷 같은 뼈 때문에 갑옷 갑(甲)자를 붙여 갑오징어라는 이름이 생겼다. 뼈가 전혀 없는 문어, 얇고 투명한 뼈만 있는 살오징어와 갈라지는 지점이 바로 이 뼈다.


오징어라는 이름의 원래 주인은 갑오징어였다. 지금 우리가 흔히 오징어라 부르는 종은 살오징어다. 세월이 지나며 이름이 뒤섞여 굳어졌다.


갑오징어 / '가다구TV' 유튜브 채널
갑오징어 / '가다구TV' 유튜브 채널




갑오징어는 다리가 10개인 십완류에 속한다. 다리가 8개인 문어·낙지·주꾸미와는 다리 개수부터 다르다. 한반도 해역에 사는 갑오징어는 몸길이 약 20cm, 무게 약 200g까지 자란다. 피부에는 색소포라는 색소세포가 촘촘히 박혀 있어 주변 환경에 맞춰 몸 색과 무늬를 순식간에 바꾼다. 위장과 사냥, 짝짓기 신호에 모두 이 능력을 쓴다. 색을 바꾸는 솜씨는 두족류 가운데서도 손꼽힌다.


서식지는 서해와 남해의 잘피밭, 동해의 모래밭이다. 특히 서해에서는 가을을 대표하는 낚시감으로 꼽힌다. 늦여름부터 초겨울까지 낚시가 이어진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씨알이 굵어진다. 주꾸미와는 사는 곳도 제철도 겹친다. 그래서 주꾸미를 노리다 갑오징어가 함께 걸리는 일도 흔하다. 수명은 1년 안팎으로 짧다. 대개 산란을 마치면 생을 마감한다.


몸속 뼈도 버리지 않는다. 곱게 갈면 오적골(해표초)이라 해서 한방에서 지혈제로 쓴다. 금속공예에서는 거푸집 대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살은 두툼하고 단맛이 강해 회와 통찜, 볶음은 물론 초밥 재료로도 두루 쓰인다.


갑오징어를 가을마다 마음껏 잡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갑오징어에는 금어기가 없다. 해양수산부는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44종의 어류·패류에 금어기를 두고 있지만 갑오징어는 현재 그 대상에 들어 있지 않다. 연중 어획과 낚시가 모두 합법이라는 뜻이다.


갑오징어를 통째로 볶은 요리. / '가다구TV' 유튜브 채널
갑오징어를 통째로 볶은 요리. / '가다구TV' 유튜브 채널




같은 두족류라도 사정은 제각각이다. 살오징어는 매년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두 달간 잡을 수 없다. 근해채낚기·연안복합·정치망 어업만 5월 1일부터 조업이 가능하다. 몸집이 덜 자란 어린 살오징어를 지키기 위해 외투장 15cm 이하는 연중 잡지 못하도록 금지체장도 정해져 있다.


가을 갯벌을 함께 채우는 주꾸미는 5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가 금어기다. 주꾸미는 수심 50m 이내 얕은 연안에 살며 봄철에 알 200~300개를 낳는다. 산란 직전의 어미와 어린 개체가 마구 잡히면서 어획량이 1990년대의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산란기의 어미와 갓 부화한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2018년 금어기가 신설됐다.



갑오징어 통찜 / '가다구TV' 유튜브 채널
갑오징어 통찜 / '가다구TV' 유튜브 채널




9월 1일자로 주꾸미 금어기가 풀리면서 전국 해역에서 주꾸미 낚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금어기 도입 이후 주꾸미 어획량은 약 49% 늘었다.


금어기를 어기면 처벌이 뒤따른다. 어업인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낚시인 등 일반인에게는 8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갑오징어를 노리더라도 금어기 어종이 함께 잡혔다면 곧바로 놓아줘야 하는 이유다.


'가다구TV'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