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5000원짜리 탁구채를 14만원에 판매한 문구점서 또 나온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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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절대 제본하지 마세요”

미성년자에게 탁구채를 터무니없이 비싸게 판매한 동탄 문구점을 두고 ‘괴담’을 방불케 하는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악보 제본을 맡겼다가 5만4000원을 청구받았다는 리뷰가 등장했다.

한 소년이 해당 문구점에서 14만원에 구매한 탁구채. / 보배드림
한 소년이 해당 문구점에서 14만원에 구매한 탁구채. / 보배드림


네이버 지도의 해당 매장 리뷰란에는 ‘여기서 절대 제본하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지난해 11월 이 매장에서 악보를 제본했다는 리뷰어가 쓴 글이다. 그는 처음 안내받은 가격부터 문제였다고 했다. 점주가 페이지당 440원, 양면 기준 880원을 부르자 비싸다고 항의하니 그제야 330원으로 낮췄다는 것이다. 리뷰어는 "330원도 일반적인 가격보다 2배 비싼 금액이었다"고 적었다.

그런데도 제본을 맡긴 이유에 대해 그는 다른 제본집과 다르게 깨끗하게 해 주고 종이도 좋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청구액은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리뷰어는 "5만4000원이 나와서 너무 놀랐다"며 "보통 비싸도 1만5000원 이하"라고 했다.

청구 방식도 납득하기 어려웠다는 게 리뷰어 설명이다. 그는 "한 페이지만 복사된 것도 다 양면으로 계산해 놓고, 총 104페이지 한 장당 880원에 추가 제본비를 8800원까지 책정해놨더라"고 했다. 리뷰어가 직접 다시 세어 보니 실제 복사된 면은 67페이지에 그쳤다고 한다. 복사되지 않은 부분까지 더해도 104페이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따지자 점주는 "빈 종이여도 양면값을 받는다"고 우겼다고 리뷰어는 전했다.
네이버 지도 리뷰를 캡처한 사진
네이버 지도 리뷰를 캡처한 사진

결국 리뷰어는 처음 이야기한 330원 기준으로 복사된 부분만 계산하고 매장을 나왔다고 했다. 그는 결과물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리뷰어는 "종이도 흰색이라더니 누런 종이에다가 복사도 엉망이었다. 최악"이라고 적었다.

문제의 매장은 앞서 탁구채 판매로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이다.

논란은 지난달 한 학부모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아들의 문구점 결제 사연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학교 체육 준비물을 사러 동탄4동 주민센터 근처 문구점을 찾은 것은 지난 2일 오후 6시쯤이다. 탁구채를 찾지 못하자 점주가 직접 제품을 집어 건넸다고 한다. 이 탁구채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았다.

아들은 탁구공과 볼펜까지 고른 뒤 계산대로 갔다. 글쓴이는 "점주에게 카드를 줬고 가격이 얼마인지 얘기가 없어 몰랐다"며 "점주가 사인을 하고 결제를 진행했다"고 했다. 아버지 휴대전화에 카드 승인 문자가 뜬 것은 오후 6시 10분이었다. 결제 금액은 14만9800원이었다.

아들에게 전화로 상황을 확인한 아버지는 같은 탁구채의 인터넷 판매가가 1만5000~2만원 수준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아버지는 오후 6시 27분 점주에게 전화해 환불을 요청했다. 점주는 영수증에 스포츠용품은 교환·반품이 되지 않는다고 표기돼 있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아이 어머니가 오후 6시 50분쯤 다시 전화했지만 답은 같았다. 결제 17분 만에 환불을 요청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한 소년이 14만원에 탁구채를 구매하고 받은 영수증. / 보배드림
한 소년이 14만원에 탁구채를 구매하고 받은 영수증. / 보배드림

영수증을 보면 탁구채는 잡화 항목으로 분류돼 개당 7만원, 2개 14만원으로 찍혔다. 글쓴이는 개당 7만원이라는 값이 실제 판매가가 아니라 탁구채 모델명 'P-7.0P'에 들어간 숫자 '7.0'을 그대로 가격에 붙인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점주에게 이를 따졌지만 "모델명이 곧 가격이라 7만원이 맞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글쓴이는 같은 모델을 파는 다른 매장 세 곳에서 아들이 산 제품의 바코드를 찍어 가격을 확인했다고 한다. 각각 2만5000원, 3만원, 2만2000원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본사가 별도로 확인한 이 탁구채의 소비자가격도 개당 2만5000원 수준이었다.

본사 직원은 "제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점주에게 환불을 권고했다. 그러나 점주는 완강히 거부했다고 한다. 소비자 상담도 벽에 부딪혔다. 글쓴이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상담을 신청했으나 "일반 거래로 쌍방 간 합의가 안 되면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상담사도 '아무리 그래도 미성년자인데 취소 좀 해주지'라며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주 고객이 미성년자인 매장의 판매 방식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는 "경제 관념이 미숙한 미성년자나 어린이를 상대로 영업하는 매장이면 가격을 확인할 수 있게 표기나 공지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영업을 수년 전부터 해왔다는 걸 동탄 맘카페에서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연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대응 방법을 내놨다. 한 누리꾼은 "결제 사인을 점주가 했다면 그것부터 걸고 넘어가라"며 "카드 소유주가 서명하지 않았으니 카드사에 부정 사용으로 이의를 제기하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중학생이 부모 동의 없이 한 고액 결제는 민법상 취소 대상"이라며 "매장 자체 규정보다 민법이 우선한다"고 했다.

가격표시제 위반으로 신고하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일정 규모 이상의 소매점포는 상품에 판매 가격을 표시할 의무가 있다"며 "관할 구청에 신고하라"고 했다.

탁구를 취미로 한다는 한 누리꾼은 "저 제품은 온라인에서 1만원대에 팔린다"며 "문구점이라도 2만원 안팎이 적당하다"고 했다.

양측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글쓴이는 점주를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점주는 학부모 측에 환불 요구가 계속되면 신고나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해당 문구 프랜차이즈 본사는 동탄 가맹점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관련 절차를 밟기로 했다. 파장이 다른 가맹점으로 번진 점이 배경이 됐다. 같은 프랜차이즈 간판을 쓴다는 이유로 정상 영업 중인 다른 점포에까지 항의와 민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본사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점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계약 해지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가맹계약이 끝나면 이 문구점은 현재 쓰는 프랜차이즈 상호와 간판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