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금지 구역 들어갔다가…설악산 등반객 8명 계곡물에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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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등반 뒤 하산 중 계곡물 불어나…구조대 17명 투입
일부 저체온증 호소…출입금지 구역 사고 전력도 잇따라
강원 설악산 출입 금지 구역에서 암벽등반을 마치고 하산하던 등반객 8명이 불어난 계곡물에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일부는 저체온증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쯤 강원 속초시 설악산국립공원 토왕골에서 등반객 8명이 계곡물에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들은 토왕골 일대에서 암벽등반을 마친 뒤 하산하던 중이었다. 당시 내린 비로 계곡물이 불어나면서 이동이 어려워졌고, 결국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받은 국립공원 특수구조대와 119구조대가 곧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구조 작업에는 모두 17명이 동원됐으며, 구조대는 약 1시간 30분 만에 고립된 등반객 8명을 모두 구조했다.
구조 당시 일부 등반객은 저체온증 증상을 호소했다. 다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이 고립된 토왕골 일대는 출입이 금지된 구역으로 확인됐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이들이 출입 금지 구역에서 암벽등반을 한 뒤 하산하던 과정에서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에 고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승철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재난안전과장은 “설악산은 계곡이 깊고 급경사가 많아 호우로 계곡이 급격하게 불어나 고립되기 쉬우니, 계획된 산행이라도 비가 내릴 경우 포기하고 신속하게 안전한 곳으로 하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입금지 구역 들어가면 과태료…최근에도 8시간 만에 구조

설악산에서 출입이 금지된 구역에 들어갔다가 구조되는 사고는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달 22일 설악산 한계령 삼거리∼귀때기청봉 인근 백운골에서 40대 등산객이 하산 도중 발목을 다쳐 고립됐다. 백운골은 출입 금지 구역인 데다 휴대전화 전파도 원활하지 않은 곳이다. 일행 1명이 통신이 가능한 지점까지 이동해 119에 신고했다.
당시 비가 내려 헬기를 띄울 수 없었고 국립공원 특수산악구조대와 119구조대가 직접 걸어서 현장에 접근해야 했다. 구조대는 신고 약 4시간 만에 사고자를 찾아 응급처치한 뒤 업거나 들것에 실어 이동했고, 신고 접수 약 8시간 만에 구조를 마쳤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사고자 일행에게 출입 금지 구역 진입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했다.
현행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공원관리청은 자연생태계와 경관 보호, 훼손지역 회복, 탐방객 안전 등을 위해 일정 지역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이를 어기고 출입한 경우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SNS서 모인 40명 ‘태극 종주’…추락 사망 뒤 상당수 현장 떠나
출입 금지 구역을 포함한 이른바 ‘모집 산행’이 사망 사고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지난해 5월 31일 새벽 설악산 서쪽 서북능선 인근 출입 금지 탐방로에서 63세 남성이 약 10m 아래 절벽으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구조헬기까지 투입됐지만 사고자를 살리지 못했다.
당시 남성은 SNS를 통해 모인 산악회원 약 40명과 함께 이른바 ‘설악산 태극 종주’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인제에서 속초까지 설악산 주요 능선과 봉우리를 태극 모양으로 잇는 약 60㎞ 코스로 상당 부분에 비법정 탐방로나 출입 금지 구간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일행은 대부분 서로를 실명이 아닌 SNS 닉네임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가 발생한 뒤 현장에는 회원 일부만 남아 있었고 상당수는 뿔뿔이 흩어졌다. 숨진 남성의 신원도 사고 이후에야 확인됐다. 현장에서 적발되지 않은 일행이 많아 당시 상당수에게 별도 처분을 내리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사고는 앞서 2019년에도 발생했다. 당시 설악산 소토왕골 출입 금지 구역에 ‘모집 산행’으로 모인 일행 11명이 들어갔다가 50대 남녀 2명이 약 20m 아래로 추락했다. 여성 1명이 숨지고 남성 1명이 크게 다쳤으며 국립공원 측은 나머지 일행 9명에게 출입 금지 구역 출입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들 역시 정식 산악회가 아닌 모집 산행으로 만난 사이여서 서로의 인적사항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