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필터 헹군 뒤 바로 끼우지 마세요, 완전히 말려야 냄새가 안 생깁니다
작성일
에어컨 끄기 전 필터만 헹구고 끝내면 다음 여름 냄새로 돌아온다.
전원 차단부터 세워서 보관하는 법까지 순서를 짚었다.

낮 기온은 아직 30도 근처를 오르내리지만 아침저녁 바람은 확연히 선선해진 시기다. 곧 에어컨 스위치를 마지막으로 내리고 다음 여름까지 손을 놓을 때가 다가온다. 그런데 전원만 끄고 덮개를 씌우는 정도로 마무리하면, 이듬해 첫 가동 때 텁텁한 냄새와 먼지 섞인 바람을 맞이하기 쉽다.
전원 끄고 덮개만 씌우면 끝이라는 생각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국내 대부분의 가정은 벽걸이형이나 스탠드형 에어컨을 쓰기 때문에 본체를 뜯어내 보관할 일이 없다. 반면 원룸이나 소형 주택에서 늘어나고 있는 창문형·이동식 에어컨은 계절이 끝나면 통째로 떼어내 넣어두는 경우가 많아 관리 방식이 다르다. 두 경우 모두 공통으로 놓치는 지점이 있는데, 필터만 물로 헹궈 말리는 정도로 청소를 끝내고 냉각핀이나 본체 내부는 그냥 덮어버리는 습관이다.
미국 생활정보 매체 아파트먼트테라피(Apartment Therapy)는 에어컨을 청소하기 전 반드시 전원을 끄고 플러그를 완전히 뽑아야 한다고 안내한다. 물기를 쓰는 작업과 전기 부품이 함께 있는 만큼, 통전 상태에서 필터나 본체를 만지는 일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벽걸이형이든 창문형이든 예외 없이 적용된다.

먼지와 물기가 함께 남으면 곰팡이 서식지가 만들어진다
필터에 낀 먼지는 그 자체로는 냄새를 만들지 않지만, 여름 내내 습기를 머금은 채 방치되면 곰팡이 포자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냉각핀, 즉 증발기 코일 표면도 마찬가지로 냉방 중 발생한 응축수와 먼지가 뒤섞여 얇은 막을 이루면 다음철 가동 시 그 냄새가 바람을 타고 실내로 퍼진다. 실내 온도와 습도가 함께 높을 때 곰팡이가 가장 잘 자라기 때문에, 청소 후 건조 과정을 생략하면 아무리 필터를 깨끗이 닦아도 다음철 냄새 문제는 그대로 반복된다. 그래서 필터든 냉각핀이든 물로 씻거나 솔로 먼지를 턴 뒤에는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과정이 청소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
벽걸이·스탠드형은 뜯지 않고도 이렇게 마무리한다
국내 대다수 가정에 설치된 벽걸이형이나 스탠드형은 본체를 떼어낼 필요 없이 필터와 겉면만 관리하면 된다. 먼저 필터를 분리해 진공청소기로 굵은 먼지를 먼저 빨아들이고, 눌어붙은 먼지는 헌 칫솔로 살살 문질러 미온수에 헹궈낸다. 헹군 필터는 물기가 완전히 빠질 때까지 그늘에서 말리고, 조금이라도 젖은 채로 다시 끼우면 안 된다.
필터를 말리는 동안 본체 안쪽 냉각핀은 부드러운 솔이나 청소기의 솔 브러시 부착물로 가볍게 쓸어 먼지를 턴다. 냉각핀은 얇은 금속 날이 촘촘히 배열된 구조라 세게 문지르거나 억지로 힘을 주면 쉽게 휘어지는데, 이미 휜 핀은 핀콤이라 부르는 촘촘한 빗살 모양의 전용 도구로 살살 펴줄 수 있다. 다만 시중 빗이나 손가락으로 억지로 펴려 하면 빗살 간격이 핀 간격과 맞지 않아 오히려 더 휠 수 있으니, 걸리는 느낌이 들면 바로 힘을 빼고 심하게 휜 핀은 서비스센터에 맡기는 편이 안전하다. 본체 겉면은 물기를 살짝만 머금은 걸레로 닦고, 전기 단자나 조작부에는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주의한다.
창문형·이동식은 떼어내는 순서와 보관 방식이 관건이다
창문형이나 이동식 에어컨은 계절이 끝나면 통째로 분리해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청소 순서 자체가 관리의 핵심이다. 아파트먼트테라피는 제품 설명서에 나온 순서대로 전면 커버를 열어 필터를 먼저 빼낸 뒤 냉각핀과 본체 겉면을 차례로 청소하고, 모든 부품이 완전히 마른 뒤에야 재조립하라고 안내한다. 순서를 건너뛰고 젖은 필터를 먼저 끼워버리면 본체 안쪽에 습기가 그대로 갇힌다.
실외 쪽 열교환기, 즉 콘덴서에 손이 닿는다면 부드러운 솔로 낙엽이나 먼지를 제거해도 되지만, 이 부분을 닦으려고 몸을 창밖으로 내밀거나 난간을 넘어가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아야 한다. 고층 아파트일수록 실외기 주변 청소 중 낙상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손이 닿지 않는 범위는 그대로 두거나 전문 업체에 맡기는 편이 낫다.
보관할 때는 본체를 눕히지 말고 세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옆으로 눕히거나 뒤로 젖혀 두면 냉매를 순환시키는 컴프레서에 무리가 가서 다음 여름 첫 가동 때 소음이나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래 포장 상자가 남아 있다면 그대로 활용하고, 상자가 없다면 큰 비닐봉투로 본체를 감싸 먼지와 습기를 막아주면 된다. 이렇게 떼어낸 본체는 다음 여름까지 반년 넘게 보관장 신세를 지게 되는데, 그 기간 동안 습기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곰팡이 냄새로 되돌아온다. 창문형 에어컨을 떼지 않고 그대로 창에 걸어둔 채 겨울을 난다면, 틈새를 막는 전용 커버를 씌워 찬바람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줄여야 한다.
필터 청소에 쓴 도구와 습관은 다른 계절 가전에도 그대로 옮겨 쓸 수 있다
에어컨 필터를 닦을 때 쓴 헌 칫솔과 청소기 솔 브러시 조합은 공기청정기 필터나 냉장고 뒷면 방열판, 선풍기 날개처럼 촘촘한 틈에 먼지가 끼는 다른 가전에도 똑같이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부위 역시 물기와 먼지가 함께 남으면 냄새나 곰팡이로 이어지는 조건이 같기 때문에, 청소 후 완전히 말리는 순서만 지키면 원리를 그대로 옮겨 쓸 수 있다. 청소기 흡입구가 너무 커서 좁은 틈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면, 신을 신지 않는 헌 스타킹을 흡입구에 씌워 써도 된다. 나일론 섬유는 마찰로 정전기를 띠기 때문에 좁은 틈의 미세한 먼지를 끌어당겨 훑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보관용으로 쓴 큰 비닐봉투나 남은 포장 상자도 에어컨에만 한정할 필요가 없다. 계절이 끝난 온풍기나 가습기, 서큘레이터처럼 다음철까지 넣어두는 가전 전반에 같은 방식으로 씌워두면 먼지가 앉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필터 교체 주기도 함께 챙길 부분인데, 아파트먼트테라피는 사용 빈도와 공기 상태에 따라 필터를 한 달에서 세 달 간격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다음 여름 첫 가동 전에도 필터 상태를 한 번 더 확인해두면, 보관 기간 동안 먼지가 쌓였는지 미리 점검할 수 있어 첫날부터 텁텁한 바람을 맞을 일이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