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소식... 팀 쿡이 갤럭시폰으로 갈아탔다” (영상)

작성일

알고 보니 팀 쿡과 동명이인

"엄청난 소식입니다. 팀 쿡이 갤럭시폰으로 바꿨습니다."

삼성전자 모바일 뉴질랜드 공식 인스타그램에 11일(현지시각) 올라온 이 한 줄에 전 세계 애플 팬들이 눈을 비볐다. 애플을 상징하던 그 팀 쿡이 하루아침에 라이벌 진영으로 넘어갔다는 폭탄선언처럼 읽혔기 때문이다. 게시물은 곧바로 이렇게 이어졌다. "네, 그 팀 쿡 맞습니다. 팔머스턴노스 출신 팀 쿡이요. 어떤 팀 쿡을 생각하셨나요?"

삼성전자 광고 영상을 캡처한 사진. 사진 속 남성의 이름은 팀 쿡이다.  팀 쿡 전 애플 CEO와 인상이 비슷한 점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광고 영상을 캡처한 사진. 사진 속 남성의 이름은 팀 쿡이다. 팀 쿡 전 애플 CEO와 인상이 비슷한 점이 눈길을 끈다.

영상 속 인물은 애플을 이끌던 팀 쿡이 아니었다. 뉴질랜드 소도시 팔머스턴노스에 사는 동명이인이자 평범한 시민 팀 쿡이었다. 안경을 쓴 외모부터 옷차림까지 애플의 팀 쿡을 묘하게 빼닮은 이 남성은 현지 부동산 중개법인 하코츠에서 일하는 중개인이라고 해외 IT 매체들은 전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영상은 대놓고 애플 신제품 발표회를 패러디했다. 영상 제목부터 '팀 쿡 | 키노트 | 삼성'이다. 뉴질랜드의 팀 쿡은 애플 발표회 특유의 과장된 어투로 "이 폰이면 모든 게 달라집니다", "미래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읊는다. 그러고는 갤럭시 Z 폴드8을 접었다 펴 보이며 화면이 접히면 아담해지고 펴면 넓어진다고 소개한 뒤 '놀라운 AI'라는 자막을 띄운다. 마무리 대사가 압권이다. "제가 써 본 최고의 폰입니다. 인용하셔도 좋습니다. 팔머스턴노스의 팀 쿡이었습니다."

삼성전자 모바일 뉴질랜드 계정은 두 번째 게시물에서도 능청을 이어 갔다. "팀 쿡이 발표할 소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웬일로 갤럭시와 관련된 소식입니다." 그 아래에는 "팔머스턴노스의 팀 쿡이 갤럭시 Z 폴드8을 소개합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SwitchToGalaxy(갤럭시로 바꾸세요)' 해시태그가 붙었다.

농담의 타이밍이 절묘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정작 진짜 팀 쿡은 이 무렵 애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막 내려온 참이었다. 쿡 전 CEO는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15년간 지켜온 CEO직에서 물러났고, 하드웨어엔지니어링을 총괄하던 존 터너스가 이달 1일 새 CEO로 취임했다. 쿡 전 CEO는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전자가 "팀 쿡이 갤럭시로 갈아탔다"고 외친 바로 그 시점에 실제 팀 쿡은 애플 운전대에서 손을 뗀 상태였던 셈이다.

이 장난은 애플이 첫 폴더블 아이폰을 내놓은 직후 벌어지는 신경전의 연장선이다. 애플은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첫 폴더블 아이폰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무대에 오른 사람은 팀 쿡이 아니었다. 발표에는 새 수장 터너스 CEO가 참여했다. 2007년 초대 아이폰을 내놓은 지 19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폴더블 아이폰이다.

삼성전자 광고 영상을 캡처한 사진. 사진 속 남성의 이름은 팀 쿡이다.  팀 쿡 전 애플 CEO와 인상이 비슷한 점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광고 영상을 캡처한 사진. 사진 속 남성의 이름은 팀 쿡이다. 팀 쿡 전 애플 CEO와 인상이 비슷한 점이 눈길을 끈다.

폴더블 시장의 선착순만 놓고 보면 애플은 한참 늦깎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첫 갤럭시 폴드를 내놓으며 이 시장을 열었다. 이후 갤럭시 Z 폴드와 Z 플립 시리즈로 라인업을 넓혀 왔다. 지난 7월에는 갤럭시 Z 폴드8·Z 폴드8 울트라·Z 플립8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화면을 두 번 접어 세 면으로 만드는 '갤럭시 Z 트라이폴드'까지 선보이며 폼팩터를 한 발 더 밀었다.

해외 매체들은 신경전에 기름을 부을 비교표도 꺼내 들었다. 5.5인치 외부 화면과 7.6인치 내부 화면을 갖춘 갤럭시 Z 폴드8은 무게가 201g으로 역대 폴드 시리즈 가운데 가장 가볍다. 아이폰 듀오는 내부 화면이 7.6인치로 같지만 무게는 254g이다. 두 제품의 몸무게 차이가 50g을 웃돈다는 점을 짚으며 뒤늦게 뛰어든 애플이 무게 경쟁에서도 밀린다는 비아냥이 뒤따랐다.

삼성전자의 애플 조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발표회 전부터 삼성전자는 '폴더블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Welcome to Foldables)' 캠페인을 펼쳤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영국 런던 피커딜리서커스, 일본 도쿄 시부야의 대형 전광판을 잇달아 점령하며 7년째 폴더블 시장을 이끌어 왔다는 점을 과시했다.

온라인 견제구는 한층 노골적이었다. 삼성전자 모바일 미국 공식 엑스(X) 계정은 애플 발표회가 진행되는 동안 "지금까진 똑같네"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를 기다리게 한다고? 좋아. 우린 여기서 세 번 접고 있을게"라며 트라이폴드를 은근슬쩍 자랑했다. 애플이 아이폰 듀오를 공개한 뒤에는 "우리가 남긴 음식을 다시 데우는 게 끝나면 알려줘"라는 글을 올렸다. 애플의 폴더블이 삼성전자가 이미 차려 놓은 밥상을 데워 먹는 격이라는 비꼼이었다.

'가짜 팀 쿡' 영상은 공개되자마자 해외 소셜미디어를 달궜다. 이용자들은 애플 CEO를 쏙 빼닮은 외모, 그리고 그 이름을 갤럭시 홍보에 끌어다 쓴 발상에 즐거워했다. 진짜 주인공이 애플 CEO 자리를 떠난 그 주에, 삼성전자는 동명이인 하나로 이름값까지 통째로 광고 재료로 바꿔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