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지원자 3배 폭증… 의대 열풍 제치고 수시 대박 터진 '이 학과'
작성일
6년간 지원자 3배 증가, 반도체 계약학과가 신(新)인기학과로 떠올라
202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반도체 계약학과 지원자 수가 학과 개설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취업난 속에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고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까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5개 대학 5992명 지원…경쟁률도 역대 최고
11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 등 5개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에 올해 총 5992명이 지원했다. 지난해보다 972명(19.4%) 늘어난 규모로, 평균 경쟁률도 28.53대 1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대학별 온도차는 뚜렷했다. 서강대가 전년보다 36.5%(354명) 늘며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고, 한양대(21.3%·250명)와 고려대(21.1%·71명), 성균관대(18.0%·309명)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연세대만 유일하게 지원자가 1.5%(12명) 줄었다.
기업별로 보면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에는 3152명이 몰려 전년 대비 675명(27.3%) 늘었고, 삼성전자 계약학과에는 2840명이 지원해 297명(11.7%) 증가했다. 경쟁률 역시 SK하이닉스 쪽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가 66.15대 1로 가장 치열했고, 한양대 반도체공학과가 44.41대 1로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 계약학과 중에서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36.84대 1로 가장 높았고, 고려대 SK하이닉스 반도체공학과 14.57대 1, 연세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10.85대 1 순이었다. 전형별로는 논술전형 경쟁률이 압도적이었다. 서강대 논술전형이 297.67대 1을 기록했고, 한양대 211대 1, 성균관대 논술전형(수리형) 124.10대 1, 연세대 논술전형 33.75대 1로 뒤를 이었다.
6년 새 지원자 3배로…매년 최고치 경신
반도체 계약학과에 대한 관심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우상향해왔다. 5개 대학 기준 지원자 수는 2021학년도 2234명에서 2022학년도 2971명, 2023학년도 3663명, 2024학년도 4121명, 2025학년도 4829명, 2026학년도 5020명으로 매년 늘었고, 올해는 5992명까지 뛰었다. 6년 사이 지원자 수가 2.7배로 불어난 셈이다. 평균 경쟁률은 등락이 있었다. 2021학년도 19.09대 1에서 2022학년도 28.30대 1로 뛰었다가 2023학년도 25.44대 1, 2024학년도 20.92대 1로 낮아졌고, 2025학년도 24.51대 1, 2026학년도 23.90대 1을 거쳐 올해 28.53대 1로 다시 크게 올랐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대기업과 대학이 협약을 맺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선발·양성하는 학과로, 졸업 후 해당 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13개 대학, 18개 전공에서 이런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며 모집 인원은 790명 규모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와 연계된 곳은 고려대 반도체공학과와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 반도체공학과이고, 삼성전자와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포항공대 반도체공학과가 협약을 맺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손잡은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처럼 반도체 외 산업 분야로도 계약학과 모델이 확산하는 추세다.
의대는 지원 주춤…"지역의사제로 상위권 분산"
같은 시기 발표된 의대 수시 지원 상황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서연고' 의대 지원이 전반적으로 안정 지원 성향을 보이며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연고 의대 지원이 소신 지원보다 안정 지원 성향이 강해졌고, 지방권 지역의사제 모집 확대 등으로 상위권 지원이 분산된 효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반도체 계약학과 선호도는 연고대 상황만 놓고 보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2027학년도부터 처음 도입되는 지역의사제(지역의사선발전형)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32개 의과대학의 정원 증원분 490명을 별도로 선발하는 전형이다. 등록금과 교재비, 주거비 등을 지원받는 대신 의사 면허를 딴 뒤 10년간 지정된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 정원 증가 기조와 지역의사제 이슈가 맞물리면서 최상위권 자연계열 학생들의 지원 카드가 서울대 대신 다른 대학 의학계열로 분산됐다며, 경쟁률만으로 선호도를 단순 비교하기보다 모집 인원 확대에 따른 착시 효과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정시 합격선, 한의대급"은 과장…"중복합격 구조 봐야"
반도체 계약학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일부 입시업체에서는 9월 모의평가 성적을 근거로 반도체 계약학과 정시 합격선이 한의대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어·수학·탐구 백분위 합산 기준으로 반도체 계약학과가 288점, 한의대와 동일하고 약대(286점)보다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런 단순 비교가 실제 입시 구조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계약학과는 취업 연계라는 강점 때문에 서울대나 의약계열 지원자와 지원 풀이 상당 부분 겹치는데, 중복 합격한 최상위권 자원이 최종적으로 의약계열로 대거 이탈하면서 추가 합격이 크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모집 단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정시에서도 이런 이탈 현상이 두드러졌던 만큼, 최초 합격선이 일부 의약계열과 비슷하게 나타나더라도 최종 합격선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게 이런 반론의 요지다.
임성호 대표는 취업난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 대기업 취업 보장 등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계약학과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면서도, 2027학년도 대입부터는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의대와 중복 합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수험생들이 의대와 반도체 계약학과 중 어느 쪽을 최종 선택할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